친구 남편 출장가서 며칠 친구네에 와서 놀고 있어요.
제가 집안에 문제가 있어서 다 죽어가는데 친구가 강제로 연행해서는 저를 데리고 왔어요.^^
친구랑 저랑 자기 친정엄마의 이중성에 대해 서로 의기투합해서 흉보고 있었는데 친구어머님이 오셨어요.
중학교 때부터 친구라서 집안끼리도 다 알고 지내는 사이예요.
그래서 흉보던 것 멈추고 셋이서 과일 먹으며 얘기했어요. 그 뻘쭘함이란 ^^;;
어머님이 작정 하신듯 며느리 흉을 보시더라구요.
세상에 그런 여우같은 것이 없다. 살림을 못한다. 못생겼다. 내 아들 덕분에 호강한다.
친구가 중간에 막으면서 '엄마 딸들도 그리 예쁜 자식은 없는데 무슨 외모평가냐'고 하니까 그 어머님이 '내 딸들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면서 저까지 미인을 만드시더군요. 민망해라.
글더니 이 번에는 자신의 시집살이 얘기가 시작됐어요.
인간성이 좋지 않은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많아서 힘들었고 등등등
저한테는 "너네는 시누이가 하나 뿐이니 네 올케는 좋겠다" 이러시고요.
친구가 좀 정의파인데 자기 엄마한테 이러는 거예요.
자기 친정도 시누이가 디글디글 많은데 막내동생인 외아들한테 시집와준 올케가 기특하지 않냐고.
그랬더니 이 어머님이 내 친구한테 "내 딸들은 천사표 시누이다. 내 딸들 시어머니들은 복 받은 거다" 이러시면서 펄펄 뛰시는 거예요.
친구가 "과연 올케도 그렇게 생각할까? 우리 시어머니는 나 별로인 거 같던데?" 이러면서 능청을 떠는데 어머님이 노발대발 하시다가 화를 주체 못하시고 가버리셨어요.
제가 어떡하냐고 걱정했더니 친구가 쿨하게 상관없다고 하면서 자기는 친정엄마나 시어머니나 며느리 대하는 것은 다 똑같더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런 말도 안되는 애기는 받아주면 안된다고 하네요.
그 친구는 자기 올케랑 별로 친하지도 않던데 어쩜 그리 단호하던지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한 번 뒤돌아 보기도 했고, 사람이란게 얼마나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는 존재인지 또 한 번 느꼈어요.
사실 저희 엄마도 별 다르지 않고 제가 모르는 일들도 친정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겠죠.
그래도 자기 친정엄마한테 "우리 엄마는 천사 시어머니야"하는 바보같은 친구와 비교해 보니 이 친구가 나은 사람같아요.
제가 가끔 "천사는 하늘에 있어" 이러면서 서로 농담하면서 노는데요.
이 단호한 정의파 친구한테 저도 행동거지 조심해야겠어요.
이 친구는 어릴 때도 그랬는데 점점 더 성격이 단호해지더군요. 물론 정도 많구요.
친구인데 언니같은 느낌이랄까요?
나이 들수록 고집을 버려야겠어요.
자식한테 미움 받고 며느리한테 미움 받고 오직 아들만 내편이라면 그래도 그게 행복할까요?
입찬 소리 말랬는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 세대는 좀 달라지겠죠. 40~50 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