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네 아짐의 목포 여행기 3

... 조회수 : 3,358
작성일 : 2019-05-20 15:53:01
국립 해양문화재 전시관은 허허벌판이라 콜택시를 불렀습니다.
관광지에서 택시기사님들이야말로 제일 재미난 정보원입니다.
어차피 길게 타지 않지만 궁금증을 해소할만한 제일 만만한 분들이시죠.

목포 구시가는 왜 이리 허전해졌는가?
우리 숙소가 위치한 하당이라는 곳은 신도시라는데 신도시 핫 플레이스조차 이리도 허전한 걸까?
어차피 우리끼리 떠들어봐야 알 수가 없는 일이라 잠깐 잠깐 택시 타는 동안 기사님들께 물어봅니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여러 기사님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말씀해 주십니다.
나름 목포 구시가가 왜 이렇게 허전해지는지 감 잡을 수는 있었습니다.
상주인구가 근처 신도시로 자꾸 빠져나가면서 아직까지 구시가를 지키고 있던 일반 상권 뿐만 아니라 유명 노포들도 점점 슬슬 신도시쪽으로 빠져나가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뭐하나 쉬운 일도 없고 해결하기도 쉽지는 않은 일이더군요.
역시 구시가의 아까운 옛 유산들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면서도 상주인구가 아닌 유동인구라도 끌어모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할텐데, 그 모든 것이 쉬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매력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뭔가 효율적으로 성공적으로 꿰어 묶을 뭔가가 빠진 느낌이라 안타까우면서도 기대를 걸게하는 면도 있어 약간의 희망도 가져보게 되네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목포를 방문할 때는 보다 활기찬 모습이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달산 케이블카가 4월 개장 예정이었다가 5월 3일 예정으로 미뤄졌다가 안전점검 문제로 다시 10월로 연기되었다고 합니다. 정상적으로 개통했다면 우리도 타볼 수 있었을텐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 케이블카가 개통되고 나면 아주 괜찮은 액티비티가 될텐데, 이거라도 빨리 개장되었으면 하고 저도 바라게 되더군요.
전 케이블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말입니다.

어떤 여행에서 어떤 곳을 방문해도 갖게 되는 딜레마입니다.
그 지역의 과거를 볼 것이냐, 현재를 볼 것이냐...
대개는 현재를 보기는 어렵습니다.
과거의 영화, 혹은 그 지역이 자랑하고 싶은 단면만을 보고 오기 쉽지요.
그러나 여행의 묘미는 현실과 현재를 보았을 때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로 저는 시장구경을 좋아합니다.
비록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구경만해도 좋고, 무언가를 득템하면 더 좋은 일이니까요.

바닷가에 왔으니 당연히 수산시장, 어시장에 들러야 하죠.
박물관을 나선 우리들의 다음 코스는 시장!
문제는 어느 시장을 갈 것이냐 입니다.
전날 기사님들께 사전조사를 했더니 대개 청호시장, 자유시장을 추천하십니다.
자유시장은 남진 야시장에 다녀올 때 슬쩍 봤는데 살짝 갸우뚱해졌고 청호시장은 어디쯤인지 감도 안오고...
검색으로 찾아보니, 목포역 근처에도 수산시장들이 여러곳 있었습니다.
어디로 가야하나 결정을 못해서 기사님께 여쭈어보니 목포역 근처 종합수산시장이 현지분들이 어시장이라 통칭하는 가장 오래된 곳이라 하셔서 그곳으로 결정했습니다.
가는 도중에 목포 수협 위판장을 여쭈니 멀지 않은 곳이라 하셨습니다.
새벽에 경매가 끝나도 근처 중도매인들 점포에서 생선을 구입할 수 있다하여 그럼 먼저 위판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바닷가 마을을 방문할 때 위판장에 가본 경험이 몇번 있습니다.
제주 위판장에서 고등어를 산 적도 있고, 한림 위판장에서 경매하는 것도 보고 갈치 한상자도 사보기도 했고, 남해 미조 위판장에서는 문어도 사봤습니다.
그러나 경매가 끝난 위판장은 썰렁하기 그지 없는데 가봐야 뭣하나 싶었지만, 오늘 시세가 어떤지, 살만한 것들은 뭐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어시장 구경이 문제인건, 일요일에는 대개의 위판장이 휴일이라는 제한, 물때에 따라서 조황이 큰 차이가 있어서 운이 없으면 어시장 구경이 재미없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복병입니다.
기사님들의 조언에 따르면 이제 막 병어철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아마도 병어가 가장 살만한 생선일거라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십니다.

역시 대부분이 병어, 그것도 반짝반짝 이쁘고 큼직한 병어들이 대세였습니다.
간혹 약간의 갈치와 참돔들이 끼어있긴 하지면 역시 병어철이 맞긴 맞구나 싶습니다만, 우리가 기대한 가격보다는 살짝 높아서 몇번을 물어보고 따져보고 생각해도 오늘은 도저히 못사겠다 하고 뒤돌아섰습니다.
정말 싱싱하고 좋은 품질의 생선이라도 목포까지 직접 왔는데 그 가격에 사기는 좀 억울한, 조금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봅니다

다시 종합수산시장까지 걸어오는 길에 목포 수협 위판장을 지나오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아마도 제가 가본 경매 위판장 가운데 가장 큰 곳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좋은 물때에 새벽에 와보면 배들이 꽉 차있고 거기서 내려지는 생선 상자들이 순식간에 팔려나가는 경매를 지켜보는 것은 대단한 장관이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목포 중도매인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곳에서 종종 생선을 구입하는데, 바로 여기서 오는구나...
왜 인터넷에서는 부산이나 기타 다른 곳의 상인보다 목포 상인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는지도 금방 알겠더군요.
예전과는 달리 현장에서 마땅한 생선을 만나지 못해도 매일매일 경매받은 생선들을 바로바로 보내주는 인터넷 상인들이 있어서 덜 아쉽습니다. ㅎㅎㅎ

종합수산시장까지 왔는데도 눈에 드는 생선들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대부분 건조 생선들만 많은 걸로 봐선 아무래도 우리가 물때 운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겨우 마지막에 간신히 엄청나게 큰 서대를 이제 막 말리기 시작하는 분이 계셔서 조금씩 샀습니다.
다들 건조생선은 싫어하고 생물 생선을 원했는데 거의 생물급이라 조금씩만 샀습니다.
저를 제외하고는 다들 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다면서 반신반의하면서 샀습니다.
망하면 다 제 책임일텐데 두렵습니다. ㅎㅎㅎ

다들 비싸도 병어를 사왔어야지! 라는 지청구를 들었다고 하니, 비싸도 한짝 사서 나눌 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되긴 합니다.

이제 모든 코스는 다 마무리하고 다시 목포역으로 돌아왔습니다.
기차 시간까지는 1시간 반 넘게 남았는데, 뭘 하기엔 사실 애매모호한 시간이라 할 수 없이 또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평상시에는 대개 한끼와 간식, 혹은 두끼 이상 먹지 않는 사람들인데, 이번 여행은 세끼에 간식까지 꼭꼭 눌러 먹는 먹방 여행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루종일 배도 안고픈데도 열심히 먹습니다.

저는 꼭 홍어삼합이 먹어보고 싶었으나 저를 제외한 3인이 모두 거절해서 뭘 먹어야할지 난감해졌습니다.
맛있는 회를 조금만 먹을까 하다가 갑자기 코롬방 제과 건너편 목포 노포로 소문난 중국집 생각이 났습니다.
'중깐'이라는 독특한 짜장면으로 유명한 집이라고 합니다.
무려 1950년부터 운영한 집이라고 하니 궁금해졌습니다.
테이블 유리 아래 다양한 음식 사진을 넣어 두셨습니다.
삼선 짬뽕과 삼선 볶음밥의 자태가 엄청납니다. 삼선이 아니라 팔선쯤 되지 싶습니다.
칵테일 새우, 알새우, 중하도 아니고 엄청나게 큰 대하 한마리, 다소 소박한 사이즈이지만 전복이 한마리 딱, 해삼, 소라와 엄청난 양의 홍합 기타 등등....
중깐 2, 삼선 짬뽕 1를 시켰습니다.
중깐의 소스는 일반 짜장면과는 달리 유니짜장처럼 재료를 작게 다져 만들었는데, 중깐의 핵심은 바로 면이었습니다.
버미샐리라고 하나요? 가느다란 쌀국수처럼 면이 아주 얇고 가느다랗습니다.
아주 가늘고 얇지만 탄력있는 면의 짜장면은 익히 알고 있는 짜장과는 완전히 다른, 아주 색다른 맛이었습니다.
게다가 요즘 짜장면처럼 달지도 않고 입에 착착 달라붙는 양념맛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삼선 짬뽕 역시 사진속 비쥬얼과 완전히 똑같은, 정말 대단한 짬뽕이 등장했습니다.
맵고 짜 보이지만 전혀 짜지 않고 적당히 매운, 좋은 재료들과 적당한 밸런스를 유지한 맛있는 짬뽕이었습니다.

맛있는 것들이 널린 동네에서 웬 중국집? 이라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수요 미식회에서 짜장면 맛집으로 나왔던 동해 노포로 소문난 중국집에서 게살 샥스핀을 먹었던 전력이 있는 괴짜들입니다. ㅎㅎㅎ
이번 목포 여행에서도 중국집을 선택했던 것도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모두의 의견입니다.

이렇게 먹고도 1시간 남짓 시간이 남아 식당 맞은편에 자리한 오거리 문화 센터 마당에서 노닥노닥했습니다.
오거리 문화센터는 구 동본원사 목포 별원으로 알려진, 옛 일본식 사원으로 근대 문화 거리 유적 가운데 한 곳입니다.
여기서 보이는 주변 옛 건물들은 오래된 것들은 그것대로, 새로 리모델링해서 모던해진 것들은 그것대로 매력이 있습니다.
서울이라면 서촌이나 익선동에서 익숙하게 볼 법한 카페, 음식점, 주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만, 거기를 채울 사람들은 많지 않은 일요일 저녁입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곱씹어보는 이번 여행은 아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놀람이 함께했던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다음 번에 또 목포를 찾을 때는 유달산 케이블카가 온전히 잘 다니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IP : 14.38.xxx.81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9.5.20 3:59 PM (125.132.xxx.156)

    재밌는데 줌인같은 곳에 사진도 좀요 ㅎㅎ

  • 2. 시티투어
    '19.5.20 4:01 PM (118.218.xxx.4)

    전 어제 시티버스 투어 했는데 좋았어요.^^ 특히 해양유물전시관.

  • 3. 맑은샘
    '19.5.20 4:10 PM (220.95.xxx.123)

    병어 비싸진지오래되었어요

  • 4. 후기 재밌어요^^
    '19.5.20 4:15 PM (122.35.xxx.141)

    작년6월에 목포 다녀왔는데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일제 시대로 돌아간거 같던 구시가지,,
    그때도 곧 케이블카 개장한다고 했는데 ㅎㅎ
    아기자기 정감가는 도시에요 목포
    맛집이 무궁무진해서 다음에 꼭 다시 오자 약속했는데
    다음에 가면 박물관가서 보물선의 보물들 구경해야겠어요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다른곳 가면 그곳도 올려주세요~뻔뻔

  • 5. ...
    '19.5.20 4:16 PM (125.132.xxx.88)

    원글님글 넘 잼나고 흥미롭게 쓰십니다.
    무엇보다 여행지에 대한 애정이 있으십니다!

  • 6. ...
    '19.5.20 4:44 PM (218.236.xxx.162)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 7. 그린
    '19.5.20 5:25 PM (1.210.xxx.147)

    이렇게 필력있는 분의 기행문을 오랳만에 접해보네요...
    그대로 따라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자주 글 올려주셨으면...
    참 닉 네임도 써 주세요.
    다른글도 찾아보고 싶어서요...

  • 8.
    '19.5.20 5:26 PM (211.108.xxx.228)

    읽었습니다.
    목포 한번 가고 싶네요.

  • 9. 산과물
    '19.5.20 5:31 PM (112.144.xxx.42)

    와우 감성과 관찰력 대단하산 여행기 멋집니다.

  • 10. 그린
    '19.5.20 5:36 PM (1.210.xxx.147)

    가끔 아주 가끔씩 여러 시차를 두고 .일과 한가함을 곁들여 방문 하는곳인데 ,지역분들껜 죄송하지만 전 슬로 시티 중에서도 갑 인것이 좋았습니다.
    모 의원께서 붉은벽돌 목욕탕 굴뚝에 반한것처럼.
    전국을 나름 다니면서 옛날 소방서 에서 사용하던 화재 감시탑은 그 어느 슬로씨티에서도 보지못했습니다.
    민간 건물이라면 쇠락한가문에 혹 있을지 모르겠는데 ,전부 관 소유라서 전부 철거됐는가 봅니다.
    이제 그런 목욕탕 굴뚝도 목포가 유일할듯 합니다.
    손 의원님 보물을 득템 하신듯...
    아직 그곳을 보진 못했는데 ,글 쓰신분은 관심없으셔서 안보구 오셨나봐요.
    읽어내려가면서 이정도의 필력이시면 대단한 감상문을 기대했거든요...

  • 11. 속소
    '19.5.20 5:38 PM (39.7.xxx.135)

    정보도 좀 주세요
    저희는 아줌마5명한차로 가려고요
    순천도다녀왔어요
    음식이맛있었어요

  • 12. ..
    '19.5.20 9:05 PM (112.158.xxx.44)

    목포 좋죠.후기 보니 저 또 가고싶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7122 로맨스스캠 당하는 사람요 1 ?? 01:03:04 133
1587121 반지가 없어졌어요 1 아고 01:02:56 131
1587120 고등 중간고사 앞두고 기막혀요 인생 01:00:39 158
1587119 칡즙 원래 유통기한 없나요? 2 00:55:28 62
1587118 남편한테 저와 아이는 귀찮고 무시하고픈존재 2 ㅇㅇ 00:53:33 286
1587117 이게 치흔설이라는거군요 넘아프 00:33:34 913
1587116 박나래 살 엄청 뺐네요. 1 나혼산 00:32:21 1,383
1587115 부산근방 지진 너무 무섭네요 4 ㅜㅜ 00:23:56 1,523
1587114 윗집? 노래소리 1 미쳤나 00:16:18 304
1587113 예측? 예견?을 잘 하는 사람 20 ㅡㅡ 00:12:39 1,008
1587112 두바이공항에 계시거나 비행기 타실분계시나요? 폭우 00:09:51 576
1587111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주위사람이 알려줄 때 4 .. 2024/04/19 1,120
1587110 정규재왈 국짐은 2024/04/19 685
1587109 합의하에 약속 잡아놓고 스토킹? 1 ㅂㅁㄴㅇㄹ 2024/04/19 571
1587108 이제훈표 수사반장 재밌나요? 21 2024/04/19 3,087
1587107 담 걸린거 타이마사지 받아볼까요? 5 2024/04/19 592
1587106 윤석열 지지율 20%면 내려와야하지 않나요? 16 2024/04/19 1,864
1587105 좋은 사람 많이 만나는 거보다 3 ㅇㄶ 2024/04/19 1,292
1587104 창원인데 아파트가 흔들흔들 너무 무서워요 6 @@ 2024/04/19 3,105
1587103 사내 비밀연애를 했는데요... 11 amy 2024/04/19 2,378
1587102 부산 지진 18 지진 2024/04/19 4,591
1587101 남편이 연애시절 끝내주게 사랑해줬어요 20 2024/04/19 3,401
1587100 백화점구입 다이슨 환불될까요? 6 ........ 2024/04/19 1,125
1587099 현실적인 우울증 극복법 11 우울증 2024/04/19 1,962
1587098 당근마켓에 물건 올려서 계약금 받았는데 돌려달라는데요 23 ... 2024/04/19 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