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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심원들'을 봤습니다.

... 조회수 : 1,792
작성일 : 2019-05-18 09:58:02
슬렁슬렁 천천히 보려고 했는데, 며칠사이에 할인 쿠폰이 날아드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흥행이 많이 부진한가보다, 금방 내리겠는걸 싶어서 시간이 안되는데 억지로 시간을 내서 봤습니다

혹시라도 보고 싶었던 분들은 좀 더 서둘러야할 듯 싶습니다.
참고로 cgv는 이번주말에 쓸 수 있는 5천원 관람권을 대량 살포한 상태이며, 롯데 시네마는 1주일간 유효한 7천원 관람권을 대량 살포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은 할인 챙겨서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영화입니다.
실제 사건을 찾아보니 영화는 실제 사건을 완전히 각색해서 다시 썼더군요.
예를 들면 실제는 강도상해사건이었으나, 영화에서는 살인사건으로 바뀌었다던가 등등등...
그 재판이 남긴 메시지만을 영화가 고대로 이어받고 나머지는 모두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상당량의 msg가 팍팍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본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msg의 존재가 가장 적절했던 것이 이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익숙치 않은 배심원 재판이 주가 되는 법정 드라마는 딱딱하고 재미없거나 혹은 예상대로 뻔하게 흘러가게될 우려가 다분합니다. 이 영화에 버무려진 msg는 지루할 수 있는 법리공방 혹은 사건의 재구성을 유머러스하게 이끌어서 관객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집중하도록 유도합니다.

배심원에 당첨(?)되어 법정에 앉게된 사람들은 정말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필부필부들입니다.
대표 출연자로 언급되는 인물인 박형식 배우가 맡은 역할은 땜빵으로 급하게 섭외되어 배심원에 참가하게 된 사람입니다.
급하게 불려왔어도 할건 해야하니 판사들이 간단한 질문을 합니다.
유죄 심증이 절반, 무죄 심증이 절반이뎐 당신은 어떻게 판단하겠느냐, 
10명의 범죄자가 풀려나도 1명의 죄없는 시민을 구제하겠느냐
역시나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합니다.

뻔한 질문이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시민은 단 한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질문인데다가, 나와 관계없는 사안이었을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제시할 수 있었던 나의 의견이 누군가의 장래를 결판낼 수도 있다는 버거움에 도저히 한쪽편을 들어줄 수 없었기 때문이겠죠 
만약 내가 저 자리에 있었더라도 똑같이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바로 이 대목에서부터 이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우여곡절을 겪고 판결을 내리는 과정을 보면서 국민 참여 재판이 왜 도입되었는지를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사법 시스템에서, 특히 형사재판에서 피고를 제외하고 메인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검사, 변호사, 판사들이 직업인으로써 가질 수 있는 매너리즘 혹은 관습적인 시각에 충분히 새로운 시각을 던져서 자극과 각성을 주고 그를 통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공정한 재판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매우 좋은 제도라는 것...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필부필부들의 인지상정이 얼마나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집단지성인가 싶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심원은 연령, 직업, 성별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20대 젊은이들의 똘아이스런 패기는 중년의 현실감각에 막혀 대립합니다.
그러나 올곧게 살아온 어르신들의 경험적인 삘은 젊은이의 똘기와 중년의 실리적인 태도를 중재하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엔가, 나에게도 배심원으로 나와달라는 통지가 오면 어쩌지? 나는 피해갔으면 하면서도 혹시나 받게 되면 어떻게 해야하나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이었으면 재고의 여지 없이 불출석 사유서를 날리고 접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로 교화(?)된 지금이라면 많이 고민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뻔하지 않았던 영화였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msg가 적절히 사용된 영화라 재미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잘 만든 교육방송입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보통의 시민이라도 내가 속해 살아가는 사회에서 이런 일도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아는 것도 시민의 의무가 아닐까 싶어서 다른 분들께도 살짝 권해봅니다.
5천원으로, 많이 써서 7천원, 그리고 2시간쯤 투자해볼만한 영화라고 우겨봅니다.
IP : 14.38.xxx.81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9.5.18 10:03 AM (211.201.xxx.124)

    전 이런 설명 있는글 좋아합니다
    평은 제법 괜찮은것같은데 아이들데리고 가봐야겠군요

  • 2. 고맙습니다
    '19.5.18 10:21 AM (125.140.xxx.142)

    82에 이런글들 땜에
    꼭 와보게 된다니까요^^

  • 3. 저도
    '19.5.18 10:23 AM (211.36.xxx.132)

    재밌게 봤어요.
    스토리를 끄는 힘이 있어요.
    재판의 흐름에 몰입하게 되더라구요.

  • 4. 저는
    '19.5.18 10:27 AM (125.177.xxx.43)

    그냥 그랬어요 꼭 보고싶진 않았는데 친구가 보고싶어해서

  • 5. 와...
    '19.5.18 10:35 AM (125.185.xxx.24)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웬만한 평론가보다 나으신듯.

  • 6.
    '19.5.18 10:36 AM (211.219.xxx.193) - 삭제된댓글

    저도 그냥저냥 잊혀질 영화였던것 같은데 어벤져스보담은 훨 좋았어요.
    삽입된 음악들이 신선했고 지루하지 않게 끄는 화면의 힘들이 있어 금방 시간 갔어요.

  • 7. 33
    '19.5.18 11:06 AM (59.28.xxx.202)

    삽입된 음악느낌이 쾌활한 오페라의 한토막같은 느낌을 받았구요....
    반가운 인물들이 나와서 좋았어요....성대리, 라이프에서 이동욱 동생으로
    나온사람 등등....

  • 8. ㅎㅎ
    '19.5.18 11:48 AM (221.153.xxx.251)

    전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좋았어요 원글님 글 너무 잘쓰시네요 다른분들도 많이 보시길 ..

  • 9. 저도
    '19.5.18 3:20 PM (211.217.xxx.84)

    아무 기대없이 봤는데 원글님과 비슷하게 느꼈어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상식과 법리적 판단이 가까워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 10. 크리스틴
    '19.5.19 8:05 PM (223.33.xxx.4)

    저도 어제 이 글 읽고 갑자기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CGV 상영시간을 알아보니 마침 무대인사가 있어서 그걸로 일단 한 장 예매 하고 ( 아주 구석 자리만 남아있어서..ㅠ ) 또 가족과 같이 가려고 수시로 들어가서 그럭저럭 잘 보일 자리 또 예매해서 비 엄청 쏟아지는데도 보러 갔어요. 보통은 그냥 취소하고 다른 날 보는데...무대인사라서..^*^
    영화 아주 괜찮았어요. 원글을 읽고 가서 더 집중해서 영화를 볼 수 있었고... 저희 중등딸은 많이 울더라구요.
    무대인사는 영화끝나고였는데 문소리씨와 악수까지 하는 영광을 누렸네요.
    영화 12세 관람가던데 좀 큰 자녀와 같이 가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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