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예전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도

초여름. 조회수 : 1,615
작성일 : 2019-05-16 22:19:16

제 주특기가,

남의 말 잘 들어주는 진중한 태도였어요,

음, 그랬구나?

응,응.

어머, 그랬구나..!


무려 세시간을

그당시 12살 이었던 우리딸과 친구인 그 엄마의 끝없는 딸자랑도

정말 세심하게, 다정하게

눈을 맞춰가면서, 고개를 끄덕여가면서

정성껏 들어주었어요.

그랬더니, 만날때마다 그러던데

세월이 흐르고 가야할 중학교도 달라지고

거주지도 바뀌게 되면서

조금씩 잊혀지더니, 이젠 전혀 생각나지도 않는 타인이 되었네요.


얼마나 상대방의 일방적인 수다를

열심히 들어주었던지

나이많은 우리 엄마마저도

너에게서 새삼 좋은것을 배웠다,

음, 그랬구나,

하는 대답과 끝까지 최선을 다해 들어주는 네 태도가

놀라웠어,

단 한번도 그 사람의 말을 막은적이 없어.

그걸 배웠네,


그런 제가,

4년사이에 많이 달라졌어요,

길좀 물어보겠다고 다가온 사람이

갑자기 봇물터지듯 말이 끊어지지않고

나일강이 범람하듯 밀어닥치는 그 말의 홍수속에서

저는 그저 입만 벌리고 서있었어요.


아, 내가 왜 이러지?

내가 왜 입을 벌리고 이렇게 놀라워하지?

예전같으면 그렇군요 라고 할텐데..?

물론 첫마디에선 그렇군요, 라고 했다가

그다음은 그 제 발목을 붙들고 말을 쏟아내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서있는 제 모습에 제가 스스로 놀란거에요.


그리고, 그전부터 저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수다를 힘들어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조금만 친해졌다싶으면, 지루한 이야기들을 요약하지않고

말하는 사람앞에 앉으면 기가 빨리고 힘들고 피곤하거든요..


왜 그런걸까요??

그전에는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자르지도,

눈동자를 굴리며 딴짓을 할 생각도 못했는데

이젠 그런 노력들도 무의미하고 피곤해요.


늙어가는 걸까요?


IP : 121.184.xxx.20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스피릿이
    '19.5.16 10:29 PM (218.53.xxx.187)

    마냥 계속 듣고 있다보면 멍해지고 있는 제가 한심해보이더군요. 자기 생각만 계속 말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극한 피로감을 느끼는 거지요. 그런 사람들이 저의 말을 귀기울여 주지는 않거든요.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쏟아낼 말을 들어주는 아무나가 필요한 거니 그게 꼭 나일 필요는 없는겁니다.

  • 2. 그것도
    '19.5.16 10:43 PM (175.223.xxx.91)

    그것도 체력 필요해요

  • 3. 원글
    '19.5.16 10:44 PM (121.184.xxx.208)

    예전에 학교다닐때, 선생님들 수업시간중에 눈길 다른데로 돌리거나, 딴생각 한다거나 하면 안되는 것 아시죠~~
    제가 그런 훈련이 너무 잘되어있어서, 우리집에 온 딸친구네 엄마라던지, 지인이던지, 그외 어떤 분이던지간에 제 눈앞에 있으면, 저는 그렇게 강의듣듯이 열심히 듣고, 그랬구나,도 잘했어요,
    지금은 예전에 비해 조금 덜하긴한데, 그 습관이 너무 뿌리박혀있어서 지금도 경청을 잘하고 중간에 말허리를 자르질 못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4. 원글
    '19.5.16 10:46 PM (121.184.xxx.208)

    맞아요, 체력이 딸려서인가, 너무 힘들고, 피곤해요.
    체력이 딸려요..

  • 5. ㅇㅇㅇ
    '19.5.17 3:02 AM (39.7.xxx.197)

    저도 남 얘기 듣고있어서 남는거 하나없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억지로 듣고 있었는데..
    이젠 그 타인(주로 기성세대죠)에 대해서 호기심이나
    관심이 안가고, 혼자 2~3분 이상 떠들어대는거 들으면 멍~~해져요.
    이젠 일방적인 대화 극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33474 박근혜-최순실-정호성 90분 녹음파일 22 2019/05/17 2,590
933473 시신 더미 속 아들 바지와 발바닥, 엄마는 결국 기절했다. 5 333222.. 2019/05/17 3,533
933472 한센병 발언 논란 김현아 너무 아파하지 마십시오 라니 8 호옹이 2019/05/17 1,459
933471 가족을 돌봐야하는상황 4 82cook.. 2019/05/17 1,153
933470 생로병사 필터 ㅇㅇ 2019/05/17 762
933469 광주사람으로서 5.18 맞불집회한다는 사람들 보니.. 19 5.18 2019/05/17 1,625
933468 '무죄' 이재명 첫 출근 14 이재명 김혜.. 2019/05/17 1,086
933467 광주시민 여러분! 황교안이 여러분의 인내심 한계를 시험하러 간답.. 5 꺾은붓 2019/05/17 791
933466 가요무대 진짜 엄청난 무대네요 13 대박출연진 2019/05/17 3,876
933465 고양이가 아이 이불에 똥을 싸요.. 12 아 싫다 2019/05/17 8,662
933464 아내를 때려죽인 사건을 대하는 3가지 반응 17 ㅇㅇ 2019/05/17 3,383
933463 샐러리주스 마시고 확 깨어나는 기분~~ 32 와우 2019/05/17 6,325
933462 가난한 자들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 19 베블런 2019/05/17 3,926
933461 벡코우무늬 라는 말 아세요? 7 oo 2019/05/17 853
933460 너무 더워서 선풍기 꺼냈어요 7 ㅇㅇ 2019/05/17 1,443
933459 질풍노도 사춘기 조카를 창피해하는 친척 33 속상 2019/05/17 5,328
933458 7월 여행 추천 3 궁금 2019/05/17 916
933457 공주 부여여행 스케쥴 작성했는데 수학여행 가냐고하네요...ㅋㅋ 13 여행 2019/05/17 2,142
933456 혜경궁트윗밝혀졌더라면...여기까지오지않았죠 18 언제끝나나 2019/05/17 1,274
933455 안희정 띄워주듯이 이재명 띄워주는 언론과 기레기들 8 ㅇㅇㅇ 2019/05/17 866
933454 무인양품 공장이 후쿠시마에 있다고합니다 5 충격 2019/05/17 3,072
933453 노트북 잘 아시는 분... 2 일제빌 2019/05/17 562
933452 기아 김기태 감독 사퇴 5 ㅇㅇ 2019/05/17 1,160
933451 불교책좀 나눠드릴까합니다 16 .. 2019/05/17 1,226
933450 비교 불가라는 말 악보읽기 2019/05/17 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