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주특기가,
남의 말 잘 들어주는 진중한 태도였어요,
음, 그랬구나?
응,응.
어머, 그랬구나..!
무려 세시간을
그당시 12살 이었던 우리딸과 친구인 그 엄마의 끝없는 딸자랑도
정말 세심하게, 다정하게
눈을 맞춰가면서, 고개를 끄덕여가면서
정성껏 들어주었어요.
그랬더니, 만날때마다 그러던데
세월이 흐르고 가야할 중학교도 달라지고
거주지도 바뀌게 되면서
조금씩 잊혀지더니, 이젠 전혀 생각나지도 않는 타인이 되었네요.
얼마나 상대방의 일방적인 수다를
열심히 들어주었던지
나이많은 우리 엄마마저도
너에게서 새삼 좋은것을 배웠다,
음, 그랬구나,
하는 대답과 끝까지 최선을 다해 들어주는 네 태도가
놀라웠어,
단 한번도 그 사람의 말을 막은적이 없어.
그걸 배웠네,
그런 제가,
4년사이에 많이 달라졌어요,
길좀 물어보겠다고 다가온 사람이
갑자기 봇물터지듯 말이 끊어지지않고
나일강이 범람하듯 밀어닥치는 그 말의 홍수속에서
저는 그저 입만 벌리고 서있었어요.
아, 내가 왜 이러지?
내가 왜 입을 벌리고 이렇게 놀라워하지?
예전같으면 그렇군요 라고 할텐데..?
물론 첫마디에선 그렇군요, 라고 했다가
그다음은 그 제 발목을 붙들고 말을 쏟아내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서있는 제 모습에 제가 스스로 놀란거에요.
그리고, 그전부터 저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수다를 힘들어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조금만 친해졌다싶으면, 지루한 이야기들을 요약하지않고
말하는 사람앞에 앉으면 기가 빨리고 힘들고 피곤하거든요..
왜 그런걸까요??
그전에는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자르지도,
눈동자를 굴리며 딴짓을 할 생각도 못했는데
이젠 그런 노력들도 무의미하고 피곤해요.
늙어가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