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축구팀에 뛰는 남자들이 다 아들 같아 보이네요.
특히, 소농민은 표정이니, 인상이니, 제스쳐니, 딱 판박이고요.
막판에 토트넘한테 마지막 골 먹고,
하나씩 축구장에 쓰러지듯 엎드린 아약스 애들도 풋풋하니 안쓰럽고,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며 달리는 수염 덥수룩 선수들도 귀엽고,
하다못해, 울고 다니는 감독도,
어렸을 적에 딱 저 모양으로 질질 짜고 다녔구나 싶어서
엄마 미소를 짓었다지요.
그러다가 든 생각이
아..이번 생의 청춘은 쫑이 확실히 나버렸구나..
내가 남성미 폴폴 풍기다못해 쩔고, 심장은 무척 나대는 축구경기를 보고,
거기에 펄펄나는 장딴지 대단한 축구선수들을 보면서,
기껏 든 생각이라는 게
우는 선수들 등짝 때려, 일으켜 세워,
돼지고기 넣고 칼칼한 김치찜 해주고 싶고,
이겼다고 좋아하는 선수들은 돈까스 사주고 싶은 마음밖에 안드니..헐..
왕년에 2002년 월드컵때는
내가 아조 이 다리 몽뎅이를 이빠이 까고,
빨간색으로 칠갑을 하고 다니면서,
서울시청의 반을 내가 씹어 먹을 뻔했는데 말이시..라는 생각에,
이라믄 안돼..하며, 아직 인정 하지 말자고,
다시 정신차리고, 엄마 미소따윈 버릴려다가,
이 마음이 이리 좋고 편할 걸 어째..라는 느낌에 푸념하고 가네요.
그래요.
이리 살다가..
언젠가, 누군가,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처럼
쉘 위 로맨스? 가 다가 오면,
밥은 묵고 다니냐..며 응 할 랍니다.
초인은 축구선수의 모습으로는 안 될듯..아들 같으
초인은 남편 닮은 모습으로도 안 될듯..짜증날 터
초인은 첫 사랑 닮은 모습으로도 안 될듯..보험?다단계?
엄.마.미.소.우.윳.빛.깔.엄.마.미.소.
이번 생이 이리 흘러 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