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이성을 좋아하게 되는 순간부터 나는 완벽한 ‘을’이 되고 상대방은 완벽한 ‘갑’이 된다. 세상에 이보다 더 처절한 갑을관계는 없을 것이다.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순간 을은 갑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갑의 결정은 일방적이며 최종적이고 타협의 여지가 없다. 고백하는 순간 상대방은 내 운명의 결정권자가 되고, 이 결정 과정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고백하기 전에는 동등한 위치에서 편하게 지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말과 행동으로 나의 매력을 어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백하는 순간 모든 것은 상대방에게로 넘어간다. 세상을 살면서 이보다 더 완벽한 을의 위치를 경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는 당신의 을이고 당신은 나의 갑이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높이 쌓아올린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어쩌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에 사랑의 고백이 아름답고 존귀한 것이리라.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9318471&memberNo=309420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