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에서 추천해주었던 7년의 밤이,
오랫만에 동네도서관에 있더라구요.
그동안은 늘 대출중이었고,
물론 정유정작가의 대부분이 늘 대출중이긴 했어요,
종의 기원을 읽은후로 28을 완독하고
이제 7년의 밤을 이틀에 걸쳐 읽었는데
활자의 능선을 눈이 따라가기가 바쁘네요.
머리속으로는 거대한 스케일이 대서사로 펼쳐지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핵폭탄급 스릴감과
장면장면마다 긴장하게 할수밖에 없는 긴박함.
독자들을 책속의 세상으로 안내해서 정신없이
휘몰아치게 하는 그 역량이 너무 감탄스러워요.
편백나무조각을 성냥개비크기로 잘게 잘라
성채를 만들어대는 그 놀라운 솜씨를 발휘해서
전직 야구선수의 아들 서원의 위패까지 미리 만들어두고
7년간을 남몰래 숨통을 조여왔던 오영제.
한순간의 실수로 결국은 사형까지 받을 처지가 되어버리고
일시에 모든것을 잃어버린 남자, 전직 야구선수였던
그러나 2군에 계속 머물러있다가 그나마도 은퇴해야 했던 씁쓸한
거구의 평범한 남자 , 김현수.
결국, 그는 사형되어버리고, 흰가루로 남은 그를
바다깊이 뿌리러 가는 서원이가
44번째의 생일을 맞은 아버지의 뼈를 뿌리며
해피버스데이라고 말해주는것으로 소설은 끝이 나잖아요.
끝까지 몰아치는 폭풍처럼 스릴이 잔뜩 넘치더니
어느 누구보다 체격이 컸던 거한의 사내, 김현수는
살았을때도 마티즈속에 쪼그리고 앉아 운전을 했고
그의 영혼은 어린시절 알콜중독자였던 월남전참전경력이 있던
아버지가 빠진 우물속에 갇혀 헤어나오질 못했고
죽을때까지는 좁은 철장속에서
죽은후로는 자신의 몸보다 더 좁은 관속에서 지내야 했다는 대목에서
울컥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게 제가 살아왔던 궤적중의 중요인물들의 삶이 그런 사람이 있었거든요.
서원이가 그 아픔을 대물림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뼛가루로 남아 바닷속에서 포말을 그리며 흩어지는 아버지에게
생일축하한다는 말을 하는걸 보니
서원이는 좀더 슬기롭게 자라려나봐요.
참,
가슴아픕니다...
아직 영화는 못봤는데,,
그냥, 제마음속의 스케일로 그려진 영상으로 만족하려고요.
너무 늦게 읽었지만, 그 여운은, 오래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