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이 어릴 때 좀 무관심한 편이었어요.
예를 들어 아이 초등 저학년 시절 무거운 거 있으니
차로 학교를 데려다달라, 폭설이니 픽업 좀 해달라..
이런 건 가볍게 거절하거나, 자느라 못 일어나서 못 하고..
잠 많고, 게으르고, 귀찮은 거 복잡한 거 싫어하고,
본인의 삶, 취미, 자유..가 제일 중요한 사람입니다.
아이 사춘기때는 거의 안 보고 살다시피 했고
(아이 사춘기 시절 잠깐 외지생활 하느라 3년 기러기)
나혼자 싱글맘처럼 다 짊어지고 아이 키웠습니다.
임신 8개월까지 일했고, 아이 두돌부터 현재 고등인 지금까지도
맞벌이 중이고, 남편 믿고는 내 노후도 없단 생각이 들어
열심히 저축하고 재테크하고...바쁘게 살고 있어요.
나는 정상적인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인데도,
눈이와도 비가와도 내가 아파도 무조건 아이 관련해서는
제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어떻게든 혼자서 해결해왔고,
남편은 출퇴근이 없는 프리랜서라.. 늘어지게 늦잠자고
느즈막히 샤워하고 커피마시고..유유자적 삶을 계속 살아왔죠.
본인은 본인 나름의 최선을 다해 바쁘게 살았다 하겠지만
치열하게 육아하면서 돈벌며 살았던 제 눈엔...솔직히,,한심하죠.
내가 이렇게 맞벌이 하면서 육아부터 살림까지 다 하니까
본인의 여유로운 일상이 가능한 건..본인도 압니다.
어느순간...남편과 대화하면서 서로의 문제점을 고쳐나간다?
이런 건 포기했어요. 대화 좀 하자면 이런저런 핑계로 빠져나가고,
또 고집이나 에고가 강한 사람이라..곤조(?) 부리기 시작하면
제가 더 피곤해집니다. 그냥 다 포기하고, 그냥 아이 아빠로
그 자리에만 있어라, 나머지는 내가 다 하마..식으로 살아왔어요.
남편은 프리랜서라 불규칙적으로 돈을 버는데...
본인은 스스로를 위해선 고급스런 화장품, 기호식품에 돈 쓰고
세상에 없는 한량처럼 사회생활 한번 안 해보고 때 안묻은
부잣집 도련님처럼 우아하게 살죠. 시댁이 부자거나
받은 게 있는 건 전혀 아니고, 오히려 친정이 유복함.
남편이 나에게 주는 생활비는 100만원...그마저도 애가 고등학생 되어
150으로 올려달라니 (200은 택도 없고, 단칼에 못한다 할 거 같아서)
요리조리 핑계대며 100만원마저도 제 때 주지도 않네요.
오로지 월100만원만 받고 그 이상은 제가 다 알아서 해야되는 거죠.
제가 쓸데없는 짓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남편의 모습을 철저히 아이나 친정에게는 티를 내지 않았어요.
남편 직업이 프리랜서라..남편의 부재를 정당화 시켜서
얘기했고, 특히 딸한테는 결혼관이나 이성관에 문제가 생길까 해서
아빠 욕을 아이에게 하지 않았고, 생활력이나 책임감이
없어서 그렇지 남편이 기질 자체는 유하고 순수하니...
애는 아빠를 좋아해요.아이 기준에선 잔소리하고 컨트롤 하는 건 저니까,
오히려 저랑 있는 것보다쿨해보이는 아빠가 편하고 좋은 거죠.
육아로 힘든 시기 다 지났고, 아이는 예쁘게 잘 컸습니다.
남편이 이젠 예전에 그런 적 없다는 듯 저에게 다정히 대하고
이제와서 딸이랑 데이트하고 베프처럼 지내고 싶어하고..
오랜 시간동안 저와 딸 단둘이 해왔던 루틴에도 끼고 싶어하고..
만약 그렇지 못할 시엔 소외감 느끼고 삐지기까지 합니다.
지금은 더 한가해지고, 아이랑 친해지고 싶으니..
학원에 픽업가고..비오는 날 데릴러가고 그런 건 해요.
나이들고 좀 외로워지고 아이도 다 크고, 제가 어느정도 노후도 일궈놓으니
그 안에 비집고 들어와서 이제와서 남편 노릇..아빠 노릇 하려하는 모습이
저는 솔직히 좀 불편합니다.
같은 집에 살았어도..나는 늘 정신없이 살아왔고, 남편의 존재는 그냥
집에서 늦게까지 자다가 커피 사먹고 재택근무 하는 룸메이트? 정도이고
이제와서 뭔가를 바꾸기에는 나한테는 남았는 정도 열정도 없는데..
지금 남편을 대하는 저의 모습에 대해..남편은 또 불만이 많은 것 같네요.
그럼 저는 감정도 기분도 없고, 저나 아이가 한창 힘들 때 모른 척 하던
남편이 이제와서 친한척 한다고 하하호호하며 다 받아줘야 하나요?
지금 이 틀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워낙 익숙해서
굳이 이혼할 필요도 못느끼고..그냥 이렇게 평생 살 수 있습니다.
한집에 사는 룸메이트처럼 서로 각자도생하는 삶이요.
그렇다고 제가 시댁에 못하는 며느리도 아니에요. 할건 다 합니다.
남편도 상당히 폐쇄적이고 오타쿠라..지금의 삶 자체에는 아주 만족해요.
다만 여기서 추가적으로 원하는게 딸과 와이프와의 알콩달콩함이니 문제죠.
딸이 성인되면..제가 어찌 살아왔는지..아빠와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이야기를 다 해줘야하나 싶은데..딸도 아빠를 좋아는 하지만,
아빠는 항상 아침엔 자고있고..저녁에 돌아오면 일하러 나가거나
작업 중이라 마주칠 일이 많지가 않아서 정확히 몰라요, 아빠의 삶을.
남편의 객관적인 스펙이나 업무분야는 상당히 좋은편에 속해서..
그런면을 또 아이는 리스펙트 하는 면도 있고요.
그냥 이렇게 살면 저는 제 삶 자체가 바쁘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는데,
뒤늦게 다정한 남편, 멋진 아빠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남편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이 상당히 큽니다. 마음이 쉽게 열리지도 않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