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야 이 배우 때문에 영화가 구질구질해도 어차피 악착같이 보지만, 이 영화가 작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하니, 더욱 궁금...
우리 매즈 아저씨 안목, 믿을만하지...
영화는 정말 단순합니다.
비행기 사고로 북극권에서 조난당한 남자가 열심히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그게 다 입니다.
등장인물도 거의 없고, 대사는 커녕, 말도 거의 없고...
우리 주인공은 긴급 응급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제대로 훈련받은 사람인지, 죽지않고 살아남을 방법, 끊임없이 구조신호를 보내고 위급 상황인데도 평안한 상태로 매일매일 구조를 기다립니다.
이미 득도한 성자같은 표정과 자세로, 알람 맞춰둔 시간에 따라 일어나 생선을 잡아 쟁이고 식사를 하고 구조신호를 보내고 다시 잠을 청하고...
10년을 그러고 있어도 잘 살것만 같습니다. ㅎㅎㅎ
그러다 어느 눈보라 치는 날, 하필, 그날 신호에 응답하는 구조헬기가 나타납니다.
그에게 다가오다가 눈앞에서 눈보라속에 추락하고 맙니다.
조종사는 즉사, 같이 타고온 부조종사는 중상...
그 이후는 중상자를 끌고 악착같이 구조를 향해 가는 우리 매즈 아저씨의 분투입니다.
이후, 주인공의 생존 대처 능력은 행운인가 저주인가 싶을 정도로 처절합니다.
차라리 그냥 죽는게 낫지 싶을 정도로 생존하는게 너무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중상을 입은 그 사람은 의식이 명료하지 않아도 처음엔 같이 있어 주인공에게 의지가 되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의지인가 짐인가 고민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니다.
처음 성자같았던 표정이 고뇌로 울부짖으며 인간 본성의 바닥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상에 신이 있다면, 이렇게 악을 쓸 것 같습니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
연전에 로버트 레드포드의 '올 이즈 로스트'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70이 훌떡 넘은 노장 로버트 레드포드 단독 출연하는 작품입니다. 대사라고는 단 세마디.
조난당한 요트, 망가진 요트로 구조될 때까지 악착같이 생존하는 것이 '아틱'과 매우 비슷합니다.
다만, '아틱'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인생의 본질을 하나 더 묻습니다.
두 영화를 보고나면, 내 의사와 상관없이 세상에 던져진 이 인생이 뭐라고 이렇게 악착같이 살아내려고 하는가? 이 질곡의 인생을 지탱하는 건 도대체 무엇인가, 나를 지탱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주변, 환경은 의지인가 짐인가?
한 쪽은 이미 70이 훌떡 넘은 노년, 한 쪽은 50대 중반의 젊다고는 하기 힘든, 겪을만큼 겪고, 살만큼 살아봤다는 저들에게도 악착같은 생존의 의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들을 괴롭히는 건 상황과 환경이지만, 정작 그가 견디고 건너가는 건 스스로, 자기 자신인가 싶습니다.
때로는 타고나고, 배우고 익힌 나의 재주가 차라리 저주인 것 같은 상황, 한편으로는 한없이 의지가 되지만 피할 수 없는 천형같이 짐스러운 환경, 가족,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과 죽음의 예감하면서도 괜찮다 괜찮다 자기 최면을 거는 긍정의 원천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그들처럼 살아보고 나면, 나도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이 될까?
감동스러우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많은 해결되지 않는 질문을 받은 영화입니다.
나는 너무 쉽게 포기하고 회피하고 변명으로 버무리고 산 건 아닌가... 이정도면 적당히 잘 사는 거라 변명하면서...
그렇게 잘생긴 얼굴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로버트 레드포드가 늙고 주름 자글자글진 얼굴로 러닝타임 내내 힘들기만 했던 '올 이즈 로스트'는 제게는 그의 모든 필모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어떤 영화에 등장해서도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매즈 미켈슨은 이렇게 꼬질꼬질하게 나와도 왜 이렇게 믿음직한 것인가, 정말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싶습니다.
두 영화 모두 러닝 타임 내내 온 몸에 힘이 들어가서 견뎌내기 쉽지 않은 영화지만, 이런 생존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가 있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