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인 엄마라서 여쭙니다.
중2아들이고 7세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첫선생님은 50초반 학원선생님이셨는데
가르쳐 본 경험 중에서 가장 빠르게 배우는 아이라고 몹시 예뻐해 주셨습니다.
바이엘 상을 배우면서 단조개념을 처음 배워 온 날,
집에 와서 자기가 아는 모든 동요를 단조로 바꾸어 혼자서 치며 놀았습니다.
"어떻게 한 거냐?"고 물었더니
"3도만 바꾸면 된다"고...
절대음감이 있어서 들은 멜로디는 악보없이 쳤습니다.
뽀로로 같은 반복되는 프로그램 주제가는 혼자 치더라구요.
좋은 귀를 가졌는지 여러 음을 한꺼번에 눌러도 다 계명을 맞춥니다.
초견이 좋아서 곡을 보면 자기가 연주할 수 있는 난이도라면 바로 곡에 맞는 연주를 합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영화를 볼 때 배경음악이 나오면 대사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주인공들이 이야기하고 음악은 계이름으로 들리니까요.
초등학교 5학년 즈음인가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고 있어서 새로 배운 곡이냐고 하니까
'작은별'곡을 혼자서 변주를 넣어가며 치는 거래요.
저 같은 막귀는 아이가 변주 부분을 걷어가면서 연주해 줄 때
비로소 반짝반짝 작은 별 멜로디가 들렸어요.
작곡을 배운 게 아닌데 저절로 자유롭게 치는 거 였어요.
이 무렵부터 정해진 곡을 악보대로 치는 것보다
자기가 치고 싶은 데로 즉흥변주를 연주했던 것 같아요.
두번째 학원에서도 잘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선생님이 각별히 신경을 써주지는 않으셨고, 그 선생님이 학원을 팔고 이사가는 바람에...
세번째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피아노 배울때 나가는 음악이론책의 문제를
저희 아이가 슥슥~(선생님 표현) 풀어놓고 집에 가면
선생님은 계산해서 맞았는지 틀렸는지 확인하셨고 백점만점이라 놀라서
저에게 전화하셔서 아이가 지금까지 어떻게 음악 공부해 왔는지 궁금하다고...
저희 아이가 치고 있으면 애들이 와서 구경하고 그런다고 했어요.
피아노선생님들이 지적한 단점은
반복하는 것을 싫어하고 박자를 keep하고 손모양과 테크닉에 있어서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공통적인 조언은
아이의 재능이 아까우니 공부한다고 피아노 끊지 말고 계속 후원해 줘라 였구요.
음악목사님은 저희 부부를 따로 불러서 신신당부하셨어요.
그래서 네번째 선생님께 작곡과 실용음악을 배우는 중이에요.
전공할 꺼 아니니까 재미있게만 가르쳐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수업을 전공자 수준으로 하고 있다고 하시네요.
중1때 3곡 작곡했고 2곡 편곡해서 자작곡 5곡이 있어요.
씨엠송으로 쓰여도 좋을 정도의 곡이라고 합니다.
특별히 음악을 만들고 창조하는데 재능이 있고
이론적 바탕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자연스럽게 해 낸다고 합니다.
재능이 어느 정도 있다는 건 알겠는데
이게 어느 정도의 재능인지 모르겠습니다.
유튜브를 보니 뛰어난 애들을 보니 너무 대단하고요!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 편이라 음악은 전문적인 취미 정도로 가져갈 생각이거든요.
사실은 영재학교를 준비하는 중입니다...
아이의 진로를 고민하는 엄마입니다.
선플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