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소녀감성 공주과입니다. 아빠 돌아가시고 혼자 사신지 5년 됐어요.
저는 차로 2시간 거리에 살고있는데 엄마가 매일 전화해서 하소연을 합니다.
외롭다..막막하다..쓸쓸하다..예전에 어쩌고저쩌고...친구 누구가 어쩌고 저쩌고..
이 긴 하루 쓸쓸함에 가슴은 아프고 잡념이 떠나지 않아 머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전화로 늘상 해요..
엄마의 취미는 독서인데 책이 정말 많아요. 방이 3개인데 방마다 책장에 책이 가득하고 거실에도 가득합니다.
집안 여기저기도 책이 쌓여있어요. 책 좋아하는 건 정말 좋은데 도통 집안을 정리정돈을 안 해요...물건들도 쌓여있어서 전반적으로 너무 어수선. 엄마께 명절도 다가오니 집안 정리좀 하자 했더니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청소도구랑 쓰레기봉투 100리터짜리 10개 사갖고 가서 방 하나에 하루씩 거실까지 해서 총 4일을 청소를 했어요.
엄마도 같이 참여를 시켰죠. 책을 버릴 것 놔둘 것 분리를 해야하니까요. 분리만 시키고 힘쓰는 건 거의 제가 하고요.
처음엔 슬렁슬렁.. 하기싫다 차마시자 놀자면서 자꾸 안 하려고 하시더니 제가 정말 청소로보트처럼 정리에 열중하니 같이 하다가 나중엔 탄력을 받아가지고 둘이 엄청 정리를 했어요.
하루종일 정리하고 쓸고닦고 몸 쓰는 일을 했더니..새모이같이 조금 드시던 엄마가 힘써야한다며 밥도 싹싹 잘 드시고, 저녁이면 반신욕 하고 뚝 떨어져서 주무시고, 쓸쓸하다는 말은 꺼내지도 않으시네요.
점점 집이 빈 공간(?)이 생기면서 깨끗해지니 좋았는지 오늘은 음악 틀어놓고 콧노래를 불러가며 책정리를 하네요.
노동이란 게 참 신성한 것이란 걸 새삼 느끼셨다며 잡념도 안 생기고 좋다고..나이가 있으니 몸에 무리가 안 가는 한도내에서 앞으로는 몸을 많이 움직여야겠다며 고맙다고 하면서 5만원을 쥐어줬어요.ㅎㅎㅎ
까까 사묵어라~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