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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도 20년전 발리에서

배낭여행 조회수 : 4,939
작성일 : 2019-01-25 22:44:25
연애 이야기는 아니고 다시 생각하도 아찔한 이야기예요.

교사이던 사촌동생은 저보다 시간을 더 낼 수 있어서 자카르타 여행을 하고 발리로 넘어와서 저랑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었어요. 그날 저는 공항에 3~4시간 먼저 도착해서 동생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때 꼴이 엉망?인 남자애가 커다란 배낭을 메고 저에게 한국사람이세요? 라고 묻더니 제옆에 앉아 동생이 올때까지 자기얘기를 했어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해서 모은 돈으로 발리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첫날 만난 인도네시아 아줌마가 집으로 초대를 해서 따라 나섰답니다. 호주에서 초대를 받아 외국인 집에 많이 가봐서 그냥 의심이 없었대요. 그런데 집 2층으로 따라가니 조폭처럼 생긴 아저씨가 긴 테이블 저 끝에 앉아서는 블랙잭 할 수 있냐고 물어보더래요. 할 줄 모르고 돈도 없다 하니 강도로 변신. 있는 돈 탈탈 털리고 눈 가리고 봉고같은 차에 태워서 신용카드 현금화 할 수 있는대로 뽑게 하고는 아무데나 애를 버리고 가버렸다네요. 경찰서에 가긴 했는데 후진국이라 뭐 수사는 고사하고 겨우 한국에 엄마와 연락이 닿아서 비행기표를 받기로 했는데 며칠 걸려서 공항에서 자고 씻고 먹는건 돈이 없어서 먹지도 못했다는 거예요. 이틀정도 더 공항에 있어야 한다구요. (지금이야 인터넷 휴대폰 들고 다니니 상상도 못할 일이네요.)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는 제 머리속이 복잡하더라구요. 사촌동생과 예약해 놓은 방으로 이친구를 데려가야 하나... 혹시라도 거짓말이고 이상한 애면 어쩌나. 애 꼴이 뭐 신뢰를 주는 상태는 아니었어요. ㅜㅜ 고민 하다 하루 잘 수 있는 방값에 조금 더 보태서 돈으로 주고 제 명함을 주고 떠났어요.

그런데! 돌아온 후에 사무실로 메모가 (그친구 이름, 전화번호) 남아있더라구요. 사실이었던 거예요!!!
집전화로 전화하니 그친구 엄마가 저를 마치 생명의 은인 대하듯이 엄청 고맙다고 여러번 인사를 하시는데... 아 정말 미안하더라구요.  발리 물가가 그리 비싸지 않아 하루 방값이래봐야 얼마 안했거든요. 진짠줄 알았으면 더 줬을텐데...

나중에 만났는데 그뒤로도 고생이 많았대요. 비행기표는 받았는데 공항세 (그때는 따로 냈어요.)가 없어서 공항에서 한국인 단체여행객에서 부탁했는데 아무도 안주더래요. 아마 거지취급 당한듯. 지켜보던 가이드가 돈을 줘서 겨우 겨우 한국 왔다고 하더라구요. 라디오에 사연 보내서 당첨 됐다는 얘기도 하더라구요 ㅜㅜ

그런데 저도 발리 여행중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어떤 발리 아줌마가 다가와서는 영어로 한국사람이냐 묻더니 자기 조카가 한국에서 엔지니어로 여러해 일을 하면서 한국인 남자친구를 사귀었다네요. 지금은 조카가 발리로 돌아와 있는데 그 남자친구가 한국어로 편지를 보냈다고 저보고 같이 집으로 가서 그 편지를 좀 읽어줄 수 있겠냐고 하더라구요. 아마 공항에서 만난 그친구 얘기를 미리 듣지 못했다면 전 어떻게 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얘기를 들었으니 당연 이상하다 생각하고 시간 없다 하고 돌아 섰죠.

오히려 그 어리숙해 보이던 그친구가 제게는 은인이었던 것 같아요.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이일은 참 생각이 많이 나요. 어리숙해 보이던 그친구는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죠? ^^
IP : 175.125.xxx.105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1.25 10:53 PM (223.38.xxx.152)

    경험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해야할 일이 너무 많네요.
    영화 싱글라이더의 소희 생각이 나네요.
    워홀로 번 돈 개인이 환전하려다 돈 뺏기고 목숨까지 잃는..
    암튼 조심 또 조심해야겠어요.

  • 2. 하여튼 동남아는
    '19.1.25 10:53 PM (210.219.xxx.8) - 삭제된댓글

    가면 안돼.
    안그래도 아들이 칭구들하고 태국 여행 가겠다는거 못거게했어요.
    삐리삔은 말 할 필요조차 없고요.
    특히 더 더 더 니 외국 나가 신변 위험해지면 한국 대사 ,영사관 절대 자국민 안도와준다고 했거든요.미국하고 자국민 대우가 다르다구요.
    내 이럴 줄 알았다.동남아.

  • 3. ㅇㅇㅇㅇ
    '19.1.25 11:08 PM (161.142.xxx.142)

    대사관에 도움 요청하면 되는데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듯요 대사관 직원이 어땠을지는 모르지만요
    문정부는 이번에 필리핀에서 조난당하신 분 구했거든요
    외국 대사 일 할 사람으로 보내야지 낙하산 보내면 일 제대로 안 하겠죠

  • 4. ㅇㅇㅇㅇ
    '19.1.25 11:08 PM (161.142.xxx.142)

    원글 정말 좋은일 하셨네요
    그 사람도 귀국해서 다행이고요

  • 5. ...
    '19.1.25 11:12 PM (117.111.xxx.172)

    그 남자 큰일날뻔 했네요 .. 다들 외면 할때 원글님이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을거예요 사기꾼들이 많으니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의심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 6. 배낭여행
    '19.1.25 11:12 PM (175.125.xxx.105)

    여행지로 발리는 아주 좋았습니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줄거운 추억이 많아요.
    참 자기동생이 개그우먼 이옥주와 결혼할 거라던 미국사람도 만났는데 돌아오니 뉴스 나오더라구요 ㅎㅎ

  • 7. ....
    '19.1.25 11:16 PM (110.47.xxx.227)

    그 남자애는 조상님이 보내준 수호천사가 아니었을까요?

    https://theqoo.net/square/686828024
    그런데 한비야는 이런 말을 하고 다녔더군요.

  • 8. 배낭여행
    '19.1.25 11:21 PM (175.125.xxx.105)

    맞아요. 아마도 수호천사였던 것 같아요.
    그땐 젊어서 겁도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찔해요.
    한비야는 뭐... 위험한 밀을 너무 많이 했죠.

  • 9. 미나리
    '19.1.26 12:00 AM (175.126.xxx.83)

    발리 여행 갔을때 너무 좋았는데 이런 일도 있군요. 전 영어 넘 못 해서 외국인만 보면 슬슬 피하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 10. 저도
    '19.1.26 12:55 AM (113.30.xxx.38)

    여행중 소매치기 당해서 지갑 잃어버렸는데
    한국 단체 여행객 찾아가 돈 갚겠다고 했는데 다 돈 없다 거짓말 하며 외면하더라구요
    회사 명함 주고 3만원 정도 빌려서 숙소 와서 바로 그날 그 이상 금액 보내드린 적 있어요
    저도 또한 거짓말하고 돈 받아간 사람 만난적 있구요
    양쪽 입장 다 겪어보니...
    결국 적은 돈은 버리는 셈 치고 주게 되었어요

    님은 정말 촌우신조 네요

  • 11. 저도
    '19.1.26 12:56 AM (113.30.xxx.38)

    천우신조. 정말 하늘이 도운 거네요

  • 12. ㅇㅇ
    '19.1.26 2:44 AM (175.223.xxx.56)

    이런 일도 있군요. 경험 나눠주시니 고맙습니다.
    어려운 처지의 학생에게..잘 하신거 같아요.
    좋은 분이시네요.
    저도 글 읽고나니 혼자 여행다니는건 특히나 조심해야겠어요;;ㄷㄷ

  • 13. ..
    '19.1.26 3:42 AM (223.62.xxx.228)

    넘 다행이에요
    지난 날 고민하다 인도배낭여행 안 간 게 얼마나 다행인지
    어릴 땐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기에
    저도 비스무리한 일 접했으면 따라갔을 거 같아요

  • 14. ㅋㅋ
    '19.1.26 5:59 AM (222.235.xxx.72) - 삭제된댓글

    중국에서 당하는 사고가 백배 천배는 많은데..중국은 언론사를 싹 사들인후 나라끼리 이간하는 뉴스를 수시로 보도시킴.
    오늘도 일본 인플루엔자 아주 도배를 함.
    비비씨, 씨엔엔도 다 친짱깨로 세뇌됨.

  • 15. 홍콩에서
    '19.1.26 9:12 AM (115.139.xxx.164) - 삭제된댓글

    10년전 제가 어수룩하게 생겼었는지 초등딸과 더워서 야자수 하나사서 나눠 먹으며 스텐리 마켓 나와서 의자에 앉았는데 할머니가 갑다기 친한척 자기 아들이 서울 남대문에서 한국 여자랑 결혼해서 산다고 하면서 말을 하는데 글로 써서
    대화를 나누다가 제가 패키지라고 했더니 급 냉냉 ...지금보니 사기꾼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네요. 하물며 해외라면 자기랑 관련이 없음 친절이고 뭐고 조심에 또 조심이 답이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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