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우리말이 진화-발전하는 것인가?, 아니면 끝없이 오염 타락하는 것인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해도 그 음식을 담은 그릇이 음식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음식은 맛이 없어 보이고, 먹어도 무덤덤하니 그 고유의 깊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우리의 구수 텁텁한 시래기된장국을 오색영롱한 크리스털 접시에 담아 먹거나. 걸쭉한 막걸리를 샴페인 잔에 따라 마시면 그 맛이 제대로 나겠나?
반대로 쇠 송곳으로 누르고 날선 칼로 칼질해서 쇠 송곳으로 찔러서 입속에 집에 넣어야 먹을 수 있는 서양음식을 우리의 투박한 옹기뚝배기에 담아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면 그 맛이 제대로 나고 손 쉽게 먹을 수가 있겠나?
말을 담는 그릇이 바로 글자다.
이 세상 허구 많은 글자 중 한글을 따를 글자가 어디 있나?
한글은 이 세상 자연의 소리(바람, 물 흐르는, 천둥, 비가 쏟아지는 소리 등), 동물의 소리, 어느 나라 어느 부족의 말이던 그 음에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가 있는 글자는 오직 한글 하나뿐이다.
영어 알파벳이 한글 다음으로 음의 표현 범위가 넓다하나 한글과 비교한다는 것은 한글에 대한 심한모독이고, 한자는 중국어를 표현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 왜의 글자인 가나로는 칼로 무 토막 치는 소리이외에는 표현할 수 있는 음이 없어 한자를 빌려야만 그나마 의사소통이 되는 생기다 만 덜 떨어진 글자이다.
단언컨대 우리말과 한글은 이 세상에서 비교상대가 없는 최고 최상의 말과 글자이다.
그런 세계 최고최상의 말과 글이 근래에 이르러 타락을 하다못해 국적불명의 말과 글이 되어가고 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선생님 ; 샘 또는 쌤
어머니(엄마) ; 맘
최고 또는 으뜸가는 사람 ; 짱
내가 그 유행에 둔하고 어두워 더 이상의 예를 들지 못함이 안타깝다.
이게 잠시 유행하다 사라지면 그나마 다행일 터인데, 하도 저런 국적불명의 말이 유행하다보니 버젓이 사전에 까지 오르고 있으니, 앞으로 우리말과 글의 운명이 어찌될지?
또 저런 유행어를 한글로 표기함에 있어, 그 글자의 형상을 교묘하게 영어 알파벳이나 왜 문자인 가나를 흉내 내어 써서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우리 글 우리말을 읽는데도 통역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말과 글의 타락을 막고 순화시켜야 할 언론(특히 방송)이 앞장서서 타락을 부추기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교육당국 또한 언론보다 크게 나을 게 없는 것 같다.
이걸 기뻐해야?
통곡을 해야 되나?
반면에 아름답게 진화하는 말도 드물게는 있다.
올레 ; 집의 대문과 큰 길을 연결하는 골목길의 제주 고유의 이름이다.
제주는 바람과 돌이 많고, 지금과 같이 현대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옛 초가집은 바람에 초가지붕이 견뎌 내지를 못 했다.
그래서 초가집 울타리를 돌로 쌓아 바람을 막아 초가지붕을 보호했다.
하지만 집 둘레를 몽땅 돌담으로 둘러 쌀 수가 없으니 출입문은 내어야 하는데, 그 출입문으로 바람이 몰아쳐 오히려 담을 안 쌓은 것 보다 초가지붕에 더 치명상을 입혔다.
그래서 제주인들이 그 환경에 맞는 초가지붕 보호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올레”길이다.
집의 울타리 출입구에서 큰 길 까지 양편으로 돌담을 쌓는데 그 담을 직선이 아닌 “S”자 모양으로 길을 구불구불 구부려서 바람이 집으로 몰아치지를 못 하게 집에서 큰 길로 나가는 양편에 돌담을 쌓았던 것이다.
그 “올레”라는 말이 육지에 상륙하여 한참 유행을 하더니, 요새는 좀 줄어들었고, “올레”를 본 딴 우리의 고유의 말인 “둘레”로 진화를 하였다.
어느 지방 어디를 가던 그 지역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길에는 어김없이 “어디 어디 둘레길”이라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거 유행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보고 선생님→쌤, 엄마(어머니)→맘 하듯이, <둘레길>을 <뚤> 또는 <뚤낄>로 또 국적불명의 신조어를 생산해 내는 것은 아닌지?
아- 세종대왕이시여!
이 어리석은 후손들 어찌하면 좋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