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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영화 말모이의 관람객들

독립투사 조회수 : 4,187
작성일 : 2019-01-12 20:03:51

상영 첫날 중학생 아이와 보러갔습니다.

영화평은 좋았지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만큼 드라마틱한 요소도 없고

소문도 떠들썩 하지 않아서

주로 엄마들이 자녀와 손잡고 올 줄 알았어요.

방학이니까 낮시간을 이용해서 엄마 자녀들이 올 줄 알았는데...


그날 제 자리 주변의 관람객 층은 의외였습니다.

팝콘사느라 상영시각 5분이 지난뒤 들어가 주변을 잘 살펴 보지 못한 상태에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제 옆자리에는 암환자이신 듯한 분이 민머리에 모자를 쓰고 핼쓱한 표정으로

앉아계신 것을 영화 불빛으로 얼핏 보았는데 한 60대 전후이신 듯했어요.


영화 중간에 제 뒷줄에서 일본말을 드라마 대사 따라하듯 그대로 따라하는 분이 있어서

일본사람인가 생각도 했는데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해서 헷갈렸네요.

영화 몰입 중간중간에 저도 약간씩 감정이 북받쳐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도 그렁그렁하는데

앞줄 뒤줄 옆에서 흑흑 소리와 코를 훌쩍이듯 우는 소리가 났습니다

아주 요란하지는 않고 약간 억누르는 듯한..


영화가 끝난 후 실내에 불이 켜지고 일어나 나가려다 주변을 살펴보니

관객층이 모두 70대 전후의 나이든 분들이었어요.

단체로 관람오신 것같지는 않은데 모두 영화에 나오는 긴 코트를 단정히 입고

몇 분은 중절모를 쓴 모습이 마치 영화 밀정 한 가운데 제가 있는 듯 했어요.

어떤 분은 아주 좋았어 하고, 어떤 사람은 괜찮았지? 하고 슬쩍 묻는데..

순간 이분들 숨은 독립운동가의 후손들 모임에서 아니면 조선어학회 회원들 모임에서

오셨나 싶었어요. 지금 한글어학회이겠지만요.


어쨌든 제 주변의 관람객들 모습 덕에 저는 영화에서 현실로 돌아오는데 한 10여분간

걸린 것 같습니다. 기분이 좀 묘했어요.


영화 자체로는 유해진이 열 일 했다 싶지만 다른 배우들도 괜찮았습니다.

유해진의 아들은 그러지 말지 할 정도로 겁먹은 아이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딸 순이는 정말 순이스러웠어요.


집에 와서 최초의 우리말 사전의 발간을 둘러싼 뒷얘기를 검색해보니

정말로  최초의 우리말 큰 사전의 원본이 서울역 운송부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답니다.

정말 우리말모이를 누군가 목숨을 걸고 지켜낸 것이겠죠?


갑자기 한글창제를 둘러싼 세종대왕과 신하들간의 정치적 갈등을 다룬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IP : 92.223.xxx.6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나
    '19.1.12 8:08 PM (125.177.xxx.163)

    개봉하자마자 봤는데 너무 좋네요
    잔잔하고 웃음도있고 울분도 있고
    꼭보시기를 바랍니다

  • 2. ....
    '19.1.12 8:10 PM (39.121.xxx.103)

    오~우리 이모도 70대 후반..말모이 넘 재미있었다고
    한참을 얘기하셨어요..
    연세드신분들 시간많고 하시니 극장 많이 다니시더라구요.
    개봉하는 영화 거의 다 보고다니시는듯 ㅎㅎ

  • 3. 좋아
    '19.1.12 8:24 PM (39.122.xxx.159) - 삭제된댓글

    남편과 보고 왔어요.
    학생들이 좀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 들더라구요.
    말모이 손익분기점 달성하고
    수익대박 나길!!

  • 4. 33
    '19.1.12 8:25 PM (211.36.xxx.136) - 삭제된댓글

    10살 아이 가능할까요?원래 만화보다 영화는 좋아하고요
    잔인한 장면 없으면 아이와 보고싶네요
    12세인거 알지만 너무 좋은 영화라 아이와 같이 보고싶은 맘에 여쭤봅니다

  • 5. 마음은
    '19.1.12 8:27 PM (220.126.xxx.184)

    초고학년, 중 고등 국어시간에
    무조건 시청하면 좋겠어요.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주체할 수 없어 터져나오는 듯한 큰숨도 들리고..
    참았는데.. 결국 저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네요

  • 6. 몰랐는데
    '19.1.12 8:35 PM (121.88.xxx.63)

    65세 이상은 영화가 오천원이더라구요. 그래서 특히나 더 많이 보시는것 같아요.

  • 7.
    '19.1.12 8:52 PM (92.223.xxx.64)

    윗님 그런 반전이^^

    전 나이드신 분들이 신중히 선택해서 보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값이 5천원이라니...^^
    정상가격 1만원~1만 2천원 너무 비싸요.


    211.36님
    10세 아이가 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눈감고 싶을 정도의 끔찍한 장면은 나오지 않아요.
    직접 고문 장면은 나오지 않아요.

    유해진 딸이 7세 정도로 나와서 아동분위기도 좋아요.

  • 8. 저는
    '19.1.12 8:57 PM (121.165.xxx.36)

    요즘 눈물이 많아져서 영화 끝날 무렵까지 잘 참았는데,
    마지막에 자막 나오는 부분에서 울컥해서 겨우겨우 참고 젤 마지막까지 앉아있다가 나왔어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합니다.
    국어시간에 보여주는 거 참 좋은 생각이에요^^

  • 9. ..
    '19.1.12 9:01 PM (116.122.xxx.28)

    저도 얼마전 서대문 형무소에 다녀왔는데 재일교포 80대 할아버지께서 설명과 도움을 요청하시며 둘러보시는데 좀 숙연했어요. 영화 많이들 보시고 유니클로 렉서스 일본여행 좀 자제하셨으면 해요

  • 10. ...
    '19.1.12 9:07 PM (116.33.xxx.3)

    방학에다 개봉일 저녁이라 그런지 거의 10~20대로 보였어요.
    초등 고학년 아이 총쏘는 장면이 좀 무서웠다던데, 원래 연령대 넘는 영화는 잘 못 봐요.
    순이 정말 정말 귀여웠어요^^
    중고등 아이들 평도 좋더라고요.
    좀 평면적인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그 분들에 대한 감사함으로 충분히 커버됩니다.

  • 11. ..
    '19.1.12 9:54 PM (121.165.xxx.225)

    저도 방금 초등 아이둘이랑 보고왔어요.. 영화보는 내내 울어서 머리가 다 아프네요.
    글케 눈물 많은편도 아닌데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오늘부로 최애배우 유해진 됐습니다.

  • 12. 저도오늘관람
    '19.1.12 10:28 PM (122.38.xxx.78)

    저도 12살되는 아들이랑 보고왔는데
    제가느낀영화평은 원글님과 거의 같았어요
    상황들을 이것저것 다 담으려고 했나싶게 좀 산만하고
    뚝뚝 끊어진다느낌도 살짝있었지만
    그속의 진심들 그 용기들
    어떻게 그렇게하셨을까 도무지 가늠조차안되더군요
    정말 너무 감사하단말이 모자란 그런시간이었어요

    집에오는길에 과거의 그 친일파들 나쁜놈이지만
    지금도 우리나라엔 친일파 너무나많다고
    그걸 알아보는 눈을 가져야한다고 이야기나눴어요

    아들래미왈 어떻게 그런 나쁜*들이
    우리나라에 아직있을수
    있냐네요
    그러게...

  • 13. 음..
    '19.1.12 10:57 PM (39.7.xxx.135)

    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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