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에 강력히 건의한다. 아니, 충고한다.
TV를 보노라면 요새 유행하는 말로 소위 “아이돌”인지 머리가 헤까닥 해서 “돌은 아이들”인지가 괴성을 지르며 몸을 이리 꼬고 저리 꼬아 똬리를 트는 딴따라장단과, 지지고 볶아 목구멍으로 우겨넣는 요리라는 것을 만드는 솜씨자랑 일색이다.
<도-레-미-화-쏠-라-시-도>를 똑같은 음으로 발성하는 100%완벽한 음치에다 춤이라면 바싹 마른 참나무장작개비나 마찬가지여서 딴따라장단이 나오면 쓴 웃음을 지으며 얼른 채널을 돌리고, 먹는 것 만드는 방송도 하루 세끼 쑥죽과 시래기죽이 이 전부였던 뭣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아린 추억이 떠올라 질색이다.
내가 없는 시간이면 아내는 어김없이 딴따라장단과 지지고 볶는 프로를 넋을 놓고 침을 줄줄 흘리면서 보다 내가 들어오면 잽싸게 회면을 바꾼다.
몸은 비대해져서 동작은 굼벵이 이지만 눈치 하나는 총알이다.
그저 내가 즐겨보는 방송이라고는 이맛살을 있는 대로 찌푸리게 하는 내용이 거의 대부분인 뉴스와, 학생들의 퀴즈프로그램 정도이다.
헌데 뉴스야 세상과 세월이 미쳐 돌아가니 그렇다 쳐도, 교육이 주목적일 학생들 퀴즈프로그램조차 세태의 흐름에 따라 타락을 한 것인지 오염이 된 것인지 첨단의 현대화를 한 것인지 가늠을 할 수가 없게 변모되고 있다.
예전에 MBC문화방송(?)에서 고등학생 5(6?)명 정도를 앉혀놓고 주제별로 문제를 내어 먼저 벨을 눌러 맞추면 일정 점수가 올라가 마지막으로 최고점수를 득한 학생이 장원을 하는 <장학퀴즈?>라는 프로그램은 너무 좋아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꼭 보았었다.
그러다가 그 프로그램이 오래전에 막을 내리고 나서, 언제부터인가 KBS에서 방송하는 <도전 골든-벨>이라는 프로를 즐겨보고 있는데 세월이 지날수록 현대화(내가 볼 때는 타락이나 오염)로 치달아 이제는 볼 맛이 안 단다.
다들 한 두 번은 보셨을 것이니 긴 설명은 생략한다.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퀴즈프로그램은 출연한 학생도 맞추면서 배우고, 보는 시청자도 같이 맞추면서 배우는 프로이련만, 하루가 다르게 내 표현을 빌자면 딴따라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다.
50문제가 출제되는데 출연한 학생이 문제를 맞히고 못 맞히고를 떠나 문제와 정답이 방송되는 문제 수는 겨우 15문제 정도뿐이고, 나머지는 “뿅!뿅!뿅!”하면서 건너뛰고 그 건너뛴 시간을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는 좀 뭣한 벌거벗다시피 한 현란한 옷차림에 원색적인 화장으로 치장을 하고 끼라는 것을 발산하는 딴따라장단으로 그 귀한 시간을 메꾸고 있다.
그것도 한 프로(한 학교)당 한 번 정도는 그런 장면을 삽입하는 것이야 나와 같이 퇴물이 된 기성세대가 요새 어린학생들이 발랄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지금은 전국 산간벽지 외딴섬의 학생 수 몇 안 되는 학교의 학생들까지도 그 방면에서는 전국이 공히 평준화가 되어 있어 학생들의 끼 자랑이 그 방면에 재능을 타고난 특수한 학생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에도 그 귀한 시간을 거의 대부분을 끼 자랑으로 채우고 있다.
아직은 어린 학생들이 모처럼 TV에 출연하여 끼 자랑도 하고 싶겠지만 진행자(남녀 아나운서)가 이를 적절히 조절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진행자가 이를 더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어떤 학생은 자신의 끼 자랑을 위해 아는 문제도 일부러 틀리게 답을 쓰고 진행자의 눈에 띠어 끼 자랑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영 뒷맛이 개운치를 않다.
아직은 더 성숙해야 할 학생들이 갈고 닦은 실력을 겨뤄보면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프로가 아니라 완전히 딴따라 난장판으로 변모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유명연예인인 소위 아이돌, 운동선수, 지지고 볶는 셰프인지 뭔지가 꿈이라면 이 나라 장래는 미세먼지로 뒤덮인 겨울날씨 같이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 나라 경제의 중추인 산업과, 그 산업발전의 토대인 과학기술은 누가 이끌어 간단 말인가?
이대로 계속해도 되는 것인지 방송국에서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 보기를 강력히 권고한다.
지난주(2018. 12. 30 ; 일요일)오후 7시에 방영된 프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막바지쯤에서 앞선 문제에서 틀려 탈락한 학생들을 부활시키는 O-X문제가 출제되고 있었다.
삼세번 하는 그 O-X 문제에서 3번째 문제로 다음 중 비중이 가장 높은(무거운 금속의 순서는?(?)하는 문제였다.
제시된 금속은 <금, 은, 동>이었다.
나도 수은의 비중이 13.6인 것은 기억이 나고 금은 23(?)정도인 것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고 비중이 무거운 순서는 금-동-은일 것은 확실한 것 같은데 정확한 비중은 기억이 영 떠오르지를 안했다.
정답을 방송하면 잊혀 진 기억을 다시 새롭게 할 수 있으려니 했는데!
아- 글쎄 비중이 무거운 순서는 금-동-은이라는 것만 발표하고 금속의 비중을 설명이나 자막도 띄우지 않고 덮어 버리고 다시 부활한 학생들의 축하와 기쁨의 딴따라장단으로 긴 시간을 채우고 있었다.
맥이 쭉- 빠졌다.
나야 이미 퇴물이 된 세대로 3가지 금속의 비중을 안들 별 소용이 없겠지만, 아직 뇌가 왕성하게 충전되고 있는 학생들은 방송에서 그것을 발표했으면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 아닌가?
내가 너무 오래 산 것은 아닌가?
나는 21세기를 사는 야만의 원시인인가?
오늘은 또 뭘 갖고 쓸데없이 하루를 씨름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