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막내가 독감 치루고 자리 털고 일어났어요
자세히 봐도 대충 봐도 너무 귀여워요
보들보들 발바닥도 귀엽고
옷갈아입을 때 팬티만 입고 실룩대는 엉덩이도 귀여워요
여드름 많이 났다고 울상짓는 첫째도 귀여워요
엄마가 도와줄게..하니 시무룩히 끄덕끄덕 거리는 모습도 귀엽고
유럽 축구본다고 일어나 덕질하는 것도 귀엽고
수학문제 안풀린다고 비명 지르는 것도 귀여워요
집 없는 서민 서럽다지만
작은 아파트 세입자로서
종부세 신경안쓰고, 집값도 신경안쓰고
그냥 맘편하네..하면서 살아요.
숨겨둔 재산 없지만
나 이 정도로 행복의 충분한 조건이 된다..싶어요.
아파트 만기일 이제 한 달 남았는데
주인님이 올리자고 전화 안와서 행복해요..ㅎㅎ
집 아껴서 못도 안박고 살살 쓰는 중
오늘, 대용량 세탁기와 건조기에서 빨래 꺼내며
오매,,,내 손으로 안빨아도 다 되어져 나왔네..하며 행복했어요.
물론 산더미같은 빨래 개야 하지만..
세나개나 보면서 이따 밤에..
늘 열심히 일하는 남편의 뒷모습 짠하면서도 고마워요
지난 20년간 변함없이 나 사랑해주는 사람
나이따라, 이제 친구들 왕래는 드문드문 해지만
그마저도 담담히 받아들이려 하는 저도 칭찬해 주고 싶어요.
누구탓도 아니에요.
그 대신 따뜻한 차와, 책을 누리고,
공부하고 있는 것, 사회에 더 관심 가질래요.
양가 부모님, 한계가 많고, 상처도 많이 주셨지만
그분들 나름의 최선을 다했으리라 믿고
let it go 할래요.
나도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니까.
나는 이제 나의 가치를 따라 살아갈만큼
독립적으로 된 것에 감사해요.
개독이라 욕먹는 기독교, 교계 안팎 지저분한 뉴스 정말 부끄럽지만
나에게는 주님이 맘에 계셔서 이제까지 잘 살아왔네요.
작은 일에 충성하라는 귀한 귀절 맘에 새기고 살아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어제의 시궁창이 있었기에
오늘의 따뜻한 차 한 잔이 감사합니다.
82 고마워용~ 나의 방앗간, 나의 대나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