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모는 겉보기엔 평범한 노부인처럼 보이지만 고단수입니다.
뒤로 조용히 이간질에 능하고
권모술수를 눈앞에서 해도 저는 바보같이 며칠 후에야 아하! 그런 거구나 깨달을 정도..
당신께서 원하는게 있으면 처음에는 수동공격형으로 나가다가
그 작전이 안 먹히면 본격적으로 투사 기제를 쓰고
그래도 안되면 고단수 권모술수를 써서 사람을 어처구니 없이 함정에 빠뜨리고
꼼짝 못하게 상황을 만들어놓고 골탕먹이죠.
당하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깨닫고 보면 이미 상황이 끝나있고
저는 전투를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옴팡 당했다는 걸 알게되는 거죠.
제가 오랜 세월 봐서 아는데
우리 시모가 뭔 생각을 하면 처음엔 인상 쓰면서 뭘 해도 찌뿌둥한 표정 짓고
언짢은 표정으로 묻는 말에도 단답형으로 하고 말씀도 하지 않아요.
아하.. 무슨 꿍꿍이가 있구나.. 이번에도 수동공격형으로 시작하는군.. 이렇게 알면 됩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거든요.
시모의 작전도 큰 틀에선 변하지 않아요.
지난 주 토요일 오전에 남편이 그러네요.
어머니 너무 오래동안 못 뵈었는데 오늘 저녁 함께 외식하는거 어떠냐고요.
무슨...
지난 번 김장한거 울 남편이 시모께 갖다 드렸는데 무슨 오랫동안 못 뵈었다고??
그리고 그동안 병원 갈때마다 남편이 모시고 가고 다시 댁까지 모셔다 드렸는데
뭔 오랫동안 못 뵈었다는 건지??
그니까 남편 말은 내가 우리 시모 넘 오래 못 뵈었다는 말이겠죠.
저도 어차피 저녁은 먹을 것이니 그러자 했어요.
남편이 그렇게 말하는데 나는 시모 보기도 싫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거죠.
또 실제로 제가 시모를 오랫동안 안 본것도 사실이니까요.
내가 살아생전에 어머니 다시는 안 만나겠다고 결심한 것도 아니니 그래 좋다 했어요.
저는 퇴근길에 식당으로 가겠다고 했고 남편이 어머니 모시고 식당으로 오기로 했어요.
토요일 저녁에 식당에 가니 아직 남편이 안 왔더라고요.
주문하고 저는 앉아서 뜨개질 하느라 어머니 오시는 것도 몰랐는데 남편이 어머니 모시고 와서
어머니가 제 옆에 앉으셔서 그때 인사드렸어요.
그때부터 예의 찌뿌둥한 표정..
뭘 드셔도 끼질끼질.. 탐탁치 않은 내색..
저는 뭐 그러려니.. 작전을 또 시작하셨구만.. 그렇게만 생각하고 조용히 저녁 먹고 있었어요.
사실 며느리하고 지금에라도 어느 정도 괜찮은 관계를 뒤늦게나마 만들고 싶으시다면
나는 이러이러 생각하고 있고 어떤 것이 불편하다.
네 생각은 어떠냐. 우리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떠냐... 이렇게 말을 하지 않아요, 우리 시모는.
그냥 뚱하게 네가 알아서 기어달라.. 이거죠.
그게 안통하면 투사.. 그 뒤엔 얼척없는 중상모략질 시작하겠죠.
시모 옆에서 밥을 먹으면서 속으로만 말했습니다.
저 일하느라 바빠서 제 한몸 건사하기도 귀찮아요.
제가 실질적인 가장인거 어머니도 잘 아시죠.
그거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 같아요?? 그렇게 사는거 매일매일이 전쟁이거든요.
또, 제 나이도 더 이상 알아서 기면서 살 입장은 아니구요.
어머니 작전..
당신이 뚱하게 그러면 제가 뭘 내가 잘못했나 자기검열하고 그러던거..
이젠 더 이상 안 통해요. 아직도 모르시다니 좀 안타깝네요.
전 어머니를 전적으로 부양하는 아들의 부인이자, 우리 집안의 가장이예요.
어머니가 그렇게 나오시면 솔직히 불편하시든 말든 제 알바 아니고요.
지금이라도 저하고 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싶으면 제/대/로 말씀을 하셔야죠.
왜 그렇게 통하지도 않는 이상한 방법만 쓰는건지.
그래요!
수동공격, 투사, 권모술수, 중상모략.. 뭐든지 쓰고 싶으면 쓰세요!!
그따위 잔머리 작전에 전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니..
밥을 먹다가 제가 그랬습니다.
어머니 뭐 불편하신 거 있으세요?
아니다.. 그러곤 계속 언짢은 표정이예요.
아직도 시모의 오래묵은 작전이 통할 줄 아시나봐요.
왜 이렇게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자기 뜻을 전하려고 하는지..
저에게 먹힐 유일한 것은 진심입니다. 작전이 아니라 진심이요.
저를 움직이고 싶다면 뒤늦게라도 진심을 다해서 말을 하고 행동하셔야죠.
시모가 제게 그렇게 많은 악행을 했어도
제가 아무 말 하지 안하고 할 도리 하고 있으면 고마운 줄이나 아셔야지
몇십년 우려먹은 작전, 이젠 안 통하는거 깨우칠 때도 되셨는데 참 안타깝네요.
울 시모는 제대로 관계 맺는 걸 배우는 일은 앞으로도 어려우실 것 같아요.
아마도 평생 그러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