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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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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중 마주하게 되는 벽, 어떻게 하세요?

음. 조회수 : 1,512
작성일 : 2018-12-03 11:41:19
과거의 저는 정면 돌파 스타일이었어요. 
부끄러운 고백인데, 그때의 저는 내가 옳고, 내 방법이 옳다는 자만에 가득차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옳은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불탔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해답을 가지고 있고,
성격이 다 다르다보니 아무리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제시한다고 한들, 그 사람은 그 길을 갈 수도 없고
나의 길이 꼭 옳은 것만도 아니며, 
사람들이 대화에서 바라는 것은 오직 공감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요. 

아직까지도 참 섬뜩한 기억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는 일이 있는데 
친한 친구 부부가 그 당시 아주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었어요, 여러가지 이유로. 
그 와이프가 하소연을 하는데 그때만 해도 정말 철없고 오만했던 저, 이런 저런 조언을 한 거죠.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진짜 최악의 방법이었구나, 싶은데 그땐 무슨 인터넷 게시판 조언하듯.
그 와이프도 그때 온갖 일들로 피폐해져 있을 때라 판단력이 흐려져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 거예요. 제가 말한 방법을 썼던거죠.
그리고 그 부부는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제가 말한 방법은, 그 남편에게는 절대로 써서는 안되는 방법이었던 거예요. 사람들마다 성격이 다들 다르고,
일종의 스모킹 건이라고 해야 하나,,,, 약한 고리가 각각 다 다르고,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 다 다르고..
더 최악이었던 건, 전 나름 그 남편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오만(친했거든요)까지 있었던 거예요. 

시간이 흐르고 그 부부의 갈등은 그 부부 나름의 방법으로 수습이 되고, 우린다들 여전히 친한 사이이지만,
(그 와이프가 저한테 한번도 그 일에 대한 원망을 한 일도 없구요)
그때 깨달았던 거 같아요. 내가 정말 잘못했다는 사실을. 내 말을 들은 그 와이프의 잘못보다는, 
그렇게 피폐해져 판단력이 흐려진 사람에게 되지도 않는 조언을 한 내 잘못이 훨씬 크구나, 하고요.
그때 제가 해야 하는 건 오직 공감과 토닥임뿐이었음을... 


그 뒤로 저는 누가 무슨 말을 하면, 응, 그래, 그렇지, 그렇겠네, 아유 니가 진짜 속상하겠다, 나라도 너무 속이 상하지~ 나라도 그렇게 하지, 그럼 그럼, 백번 천번 그러고도 남지, 난 더 했을지도 몰라.... 가 기본 디폴트예요. 
그리고... 그렇다보니, 저 역시도 상대에게 그 대답을 듣고 싶어지더라구요. 

공감과 위로. 

수십년 된 친구가 있어요. 대부분의 경우, 이 친구와 저는 서로가 서로에게 공감을 하는 사이라고 생각해요. 
때때로 속으로 이 친구 하는 말,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싶을 때도, 기본적으로 그 친구가 옳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알고 있고 믿고 있기 때문에 그것조차 그래? 그렇구나, 로 받죠. 그 친구도 제게 그래요 

근데....... 한번씩 이 친구에게서 너무나 거대한 벽을 느낄 때가 있어요. 
그냥 내 이야기를 좀 들어주고, 그래, 아이고, 웬일이니, 속상했겠다...... 해 줬으면 좋겠는데,
이 친구는 한번씩 정말 무슨 벽창호가 되어서 (그 사안에 관한 한)니 말은 다 틀렸고, 니 대처는 옳지 못했으며... 블라블라. 해요. 

최근에 부딪친 건, 아이 교육 문제였어요. 그 친구와 저는 동갑의, 동성의 사춘기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두 아이는 서로 만난적이 없지만, 우리 둘은 서로의 딸에 대한 하소연을 하면서, 서로가 하는 방법으로 힌트를 얻기도 하고, 아이고 애들 똑같구나, 하는 위안을 받기도 하며 잘 지내왔죠. 
아주 어린(중학교)시절부터의 친구이지만 그 친구와 저는 성장과정이 정말 판이하게 달랐어요. 

부모의 성장배경은 자녀의 양육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옳지 않은 일이지만, 실제로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양육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모르는 방법들을 배우죠. 나는 읽어낼 수 없는 그 속을 타인의 도움을 받아 읽기도 하구요. 아이가 도저히 나로서는 이해 못할 행동을 하거나, 그 나이대의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행동을 할 때, 전 정말 어찌 대처를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가까운 이들의 조언을 구하거나, 아이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을 기대려 해요. 그 친구에게도 그렇게 기대었는데.(미리 말씀드리지만, 일방적인 기댐이 아닙니다. 그 친구 역시 기대와요.)

제가 마주한 것은 거대한 벽이었어요. 
제가 아무리 그 상황에서 나는 그렇게 처신할 수 밖에 없었다, 100% 옳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나의 최선이었다, 돌아서서 다시 그 상황을 마주한다고 해도 나는 그렇게 대처하게 될거다, 그게 내 성격이니까. 내가 잘 한 건지 잘못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상황은 잘 수습이 되었고, 이제 나는 내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를 일만 남았다, 라고 이야기를 했는데도...
친구는, 니가 그렇게 대처한 것은 잘못이며, 니가 그렇게 대처하였기에 니 아이는 그보다 더 큰일을 저지를 거다, 나라면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그렇게 대처하지 않을거다... 라는 말의 반복반복반복...
상처받은 마음을 좀 추스르고 위로받고 싶어 했던 고백에, 친구의 말에 더 큰 상처를 받고... 둘다 어색하게 전화를 끊고나니...

그냥 그래요. 이 일로 이 친구와 연을 끊거나 할 일은 없고(그럴 사안도 아니고) 그 친구가 무조건 잘못했다는 생각도 아닙니다. 그 친구가 진심으로 저와 아이를 위해 한 말이라는 믿음은 있어요. 그리고 육아에 관한한 이러한 거대한 벽을 마주한 게 처음도 아닙니다. 

이럴 경우, 이 친구와 싸워서라도 나의 옳음(네가 틀리고 내가 옳다, 라는 게 아니라, 내 성격과 내 아이의 성격을 종합해 보았을 때 우리 모녀관계에서는 이게 최선이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제 앞으로 이 친구와 육아에 관한 대화는 피해가야 하는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IP : 61.254.xxx.23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피곤하지
    '18.12.3 11:53 AM (110.12.xxx.4)

    않으세요?
    그냥 안봐야죠.

    그런 공감 하는 사람을 만나야죠.
    님은 득도했고 그친구는 예전의 님이 잖아요^^

  • 2. 공감을
    '18.12.3 12:14 PM (175.223.xxx.11) - 삭제된댓글

    해줄 수 없는 상황도 있는거죠
    그냥 그 사람은 그 사안에 대해 그렇게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넘어가야죠
    상대가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할 수있다는 걸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공감안되는 걸 억지로 그런갑다 저도 그런건 안되요
    다만 저라면 그런 반론하기 피곤해서 가만히 들어줄뿐
    원글님친구가 에너지 넘치는 분인가봐요

  • 3. Sie
    '18.12.3 12:21 PM (175.223.xxx.175) - 삭제된댓글

    그런데 어쨋건 글쓰신 분 참 좋은 분이신듯.
    그 친구에 대해서는... 깨달음이 늦은 타입이거나 혹은 영원히 못깨닫는 타입이거나 겠죠.
    아마 원글님이 좀 더 견디실 거 같네요
    그러다가 세월이 더 지나도 친구가 깨닫지 못한다면
    어쩔수 없이 원글님 마음이 닫힐거여요.
    그래도 그건 원글님 잘못은 아니여요
    그냥 인연이 거기까지였던 거니까 그냥 그렇게 놓아주시면 좋을 듯.
    (익명이라 저도 충고랍시고 끄적거렸네요. 그냥 위로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어요)

  • 4. 원글님도
    '18.12.3 12:32 PM (223.62.xxx.204)

    멋모르고 충고하고 조언했다가ㅜ낭패봤던 경험이 있으면서 아이교육문제에 관해 왜 남에게 조언을 구하시나요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려면 아이이야기는 하지 말아야하구요 자꾸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아이들 다 클 동안은 만남을 최소화하셔요 나도 이해못할 행동 남이라고 이해해주고 그로인해 고통받는 님마음을 다독여주겠습니까 그걸 기대하는게 어리석어 보이는데요

  • 5. 47528
    '18.12.3 12:48 PM (223.38.xxx.6)

    원글님 말에 백배 공감 합니다.

  • 6. moutain
    '18.12.3 12:56 PM (211.251.xxx.97)

    저도 근 30년지기 친구와의 대화에 원글님이 말하는 벽을 느낌니다.

    그건 남편에 대해서 마찬가지고요. 제 친구와 남편은 좀 비슷한 면이 많은데....저 위로받고 공감받고 싶은

    의도로 이야기하면 꼭 제 행동의 옮고 그름을 지적해줍니다. 친구와는 서서히 거리두기를 해야지 싶은데,

    워낙 오래된 관계라 그마저 쉽지 않네요. 남편은....음 같이 살아야 하니 그냥 제가 말을 말아버리죠.

  • 7. ....
    '18.12.3 1:34 PM (14.52.xxx.71)

    자식일로 생긴 골은 수습불가에요
    당사자간은 서로 양보해도 자식일은 양보안되거든요
    아무리 친구여도요

  • 8. ...
    '18.12.3 2:10 PM (112.150.xxx.34)

    저도 정말 그런상황에 말을 닫게 되요.
    원글님말에 공감합니다

  • 9. 그냥
    '18.12.3 3:40 PM (112.164.xxx.168) - 삭제된댓글

    한두번 만나서 예기하는데 오고가는 그런게 없으면
    슬슬 피하지요
    그리고 심도있는 대화도 안하고 건성으로 하고요
    굳이 그렇게 에너지 쓸 필요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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