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가 현재 6살이에요.
내년엔 일곱살이 되네요.
큰아이랑 9년차이 나서 처음엔 저도 뒤늦게 시작하는 육아가 참 힘들었어요.
그리고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온종일 집안에서 신생아를 돌보며 잠도 많이 모자라는 생활이 끝없이 이어지고
유리창밖으로 새순돋은 나뭇가지들이 가볍게 흔들리고 햇빛이 투명하게 빛나는 길가를 지척에 두고도 나가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외로움도 참 힘들더라구요.
베란다천정에 걸린 건조대에 수건들을 널다가도 문득 창밖을 보면
세상은 이렇게 활기차게 햇빛아래, 바람아래
재잘대는데 나는 어디서 전화오는데도 없이 로션바를 시간도 없이 사는구나.
하는 생각에 빨래널던 손도 멈추고 잠시 유리창밖 세상을 그렇게 바라보았어요.
그때 저는 커피숍을 가보고싶었어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있는 실내도, 은은한 조명도,
부드러운 음악소리가 가득한 그 공간도
커피향이 잔뜩 묻은 그 짙은색깔의 탁자와 체크방석이 놓인 의자도
그리고 여유롭게 웃고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저도 그렇게 커피숍을 가보고 싶었어요.
가끔 큰아이만 키울때에는 그렇게 가본적도 몇번은 되었을 거에요.
막상 가면, 뜨겁고 쓰기만 한 커피는 왜이리 큰컵에 주는지.
믹스커피매니아인 저도 몇모금도 못마시고 30분도 못앉아있고 일어났었어요.
그렇게 가본적도 있던 커피숍이었는데
언제 한번 내가 가본적은 있나 하고 기억조차 희미해질정도로
동네 커피숍들은 꿈결같은 아련한 희망같은 곳으로 기억되는거에요..
두아이를 키우면서
낡고 오래되었지만 작년에 겨우 32평 아파트를 마련하기까지
이사를 11번을 다녔더니, 친해질 겨를도 없이 아쉽게 헤어진 인연이 더 많아
부끄럽게도 친구가 없네요.
그래서 햇살 한번 말갛고 청순한 그런날,
제가 좋아하는 믹스커피 한잔 하면서 식탁에 앉아 오후 두시의 풍경속에
문득 혼자 있다보면,
82에 와서 이런 글 남기고 싶을때가 있어요.
오늘 저랑 커피도 한잔하면서 즐겁게 수다 (떨) 사람 있으신가요?
라고요..
하지만 한번도 그런 글은 올려보진 않았지요.
그렇게 외로워도 또 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당연한 제 일상으로
돌아가서 바쁘게 살아간다는것을 눈감고도 아니까요..
아,
큰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고 작은애도 어린이집에서 이미 진작에
돌아왔던 오후 네시무렵, 뒷베란다에 감자가 싹이 난것이 생각나서
가봤다가 창밖의 은행나무들이 은행잎 한개도 없이 전부 빈 나뭇가지로
서있는것을 봤어요.
오늘 처음 본것같았어요.저렇게 빈몸으로 바람결에 휘청거리는 모습이
아직은 괜찮다고 휘파람 부는 모습같기도 해요.
키큰 은행나무가 푸른 하늘을 한껏이고 살짝 흔들리는 모습도 참
멋지긴해요.
어쩐지 콧날이 시큰거려지기도 하는것같고.
참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