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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여 년 전 그날 - 마지막 학력고사 세대

추억인지 조회수 : 2,701
작성일 : 2018-11-15 13:12:55

오늘 수능날, 고등자녀가 있지만 선배님들 시험치느라 휴교한 덕에

저도 같이 느지막하게 일어났습니다.


저는 선지원후시험제도 마지막 학력고사 본 사람인데 저 시험치던 날 기억이 떠올라 써봅니다.


지원한 학교는 자가용으로 20분 정도 거리의 가까운 편이었어요.

아침에 넉넉히 출발하여 아빠가 데려다 주시는데 중간 쯤에서 정말 꽉 막혀서 도로가 주차장이 되었어요.

저 지원한 학교 가는 길에 다른 대학이 두 곳이나 있었는데 제가 집안에서 첫 입시다 보니 그걸 간과했던 것 같아요.

아빠는 초조해 하시며 차에서 내려 이리저리 방안을 강구해 보셨지만 그땐 삐삐조차 없었던 시절이었으니

앞 뒤 좌우로 끝도 없이 꽉 메운 자동차들, 저 같은 수험생도 간간이 보였지만 모두 뾰족한 수가 없었죠.

뛰어가기에는 택도 없는 거리였고...


그러다 어떻게 해서 지나던 교통경찰 오토바이를 발견해서 부탁드렸어요, 아빠가.

무릎까지 오는 부츠신는 분들 있잖아요, 대통령이나 외국 귀빈들 오시면 호위하시는 분들.

그리고 오토바이도 으리으리한 거.


흔쾌히, 당연히 수락하셔서 가방메고, 도시락 가방 팔에 걸고 그 아저씨 뒤에 타서 허리 꼭 끌어안고

싸이렌 요란하게 울리며 요리조리 차 사이를 비집고 달려 5분만에 도착해 입실시간 5분 채 남겨두지 않고

들어가 시험 봤습니다.


그 경찰분께 사례한다고 아빠가 명함을 전달했지만 그후 이야기는 듣지 못했고

그래도 내가 무사히 시간 내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전달받으셨는지

시험치고 나오니까 엄마, 아빠가 마중나오셨더라구요...


근데요, 그날 아침, 그 북새통에서 제 심경이 어땠는지 아세요?



그 시절 대부분 그랬듯이 대학원서 접수를 제가 아니라 엄마랑 아빠랑 하러 가셨어요.

지역 내라서 우편접수 아니고 직접 접수하러 가셔서 하고 오셨어요.


제가 지원한 학교는

저나 주변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학교였고

그에 대한 핑계를 대자면

후년에 입시제도가 대대로 바뀌는 지라 

재수불가라며 고등학교에서도 후려치기 즉 하향안전지원 압박이 심했고

저 또한 재수불사하고 소신지원하겠다는 패기도 없이

또 제 밑으로 줄줄이 사탕 입시를 앞둔 동생들이 여럿 있고 해서 등등

그 학교에 지원하게 된 터였는데

시험 전 예비소집 날에서야 비로소 그 대학교를 처음 가 보게 되었던 거죠.


너무너무 실망스러운 거예요.  

모름지기 대학이라하면 서울대 정문의 그 문양, 연세대의 쭉 뻗은 백양로, 고려대의 석조 건물 등의 이미지만

담고 있었는데 제가 지원한 그 학교의 엿붙일자리도 없어보이는 작은 교문과 낡은 건물들을 보니 정말 너무나너무나

초라해보여서 아, 원서접수할 때 내가 왔더라면 이 학교 안썼을텐데 하는 후회가 마구 밀려들었어요.


전날 그 충격의 여파가 너무 심해

당일 아침 도로에서 아빠가 급박하게 뛰어다니시는데도 저는 차 안에 앉아

그냥 이대로 시간이 흘러 차라리 시험을 못보게 되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경찰아저씨 등뒤에 매달려 가면서도 도움을 받지 못해 미친듯 뛰어가는 다른 수험생들이 눈에 띄면서

저들에게 양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험봤구요, 합격은 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다녀서 졸업도 했구요, 이제는 우리 아이 내년 입시에 제 후배 만드는 게 아주 커다란 욕심이 되어버린

그런 그런 상황이 되었네요.

IP : 58.234.xxx.77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학력고사
    '18.11.15 1:25 PM (223.38.xxx.9)

    저도 이보다 좀 전인 학력고사 세대 인데...

    학력고사를 지원한 대학에서도 본적이 있군요?

    선지원후시험 이라도 신기하네요.....

  • 2.
    '18.11.15 1:31 PM (223.39.xxx.29)

    글 읽으니 옛날 생각나네요.
    저도 학력고사, 선지원 후시험이었는데요.
    지원한 대학에서 시험보는데
    1교시 시험감독하신 교수님도 기억나요.
    옆 과 교수님이시더라구요.
    히터 바로 옆이라 너무 더워서 말씀드리니
    저 윗자리로 옮겨주셨어요 ㅎ

  • 3. ..
    '18.11.15 1:34 PM (221.158.xxx.252) - 삭제된댓글

    선지원 후시험 처음으로 봤죠.

    제동생은 수능 1회.그때 수능 두번 봤어요.

  • 4. ....
    '18.11.15 1:37 PM (210.100.xxx.228)

    저도 그 해 시험봤어요~ 반갑습니다.
    저도 꽤 늦었는데 경찰아저씨가 오토바이까지 탈 시간은 아니라셔서 엄청 뛰었던 것 같아요.

  • 5. 아..저도
    '18.11.15 1:37 PM (211.251.xxx.97) - 삭제된댓글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입니다~1993가 마지막이었죠.

    다음해부터는 수능으로 입시제도 바뀌면서 다들 재수에 대한 부담이 강했던지라

    소신지원 보다는 소심(?)지원 했던 아이들이 많았었구요. 저도 그랬구^^

    전 아침에 택시운전 하셨던 아빠가 자가용처럼 영업용택시로 저를 지원대학까지 편히 모셔다(?) 주셨어요.

    그 당시 택시비로도 족히 만원은 훌쩍 넘은 요금이었더랬죠. 끝나고 정문에서 엄마가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구요. 그해 수능이 쉬워서(특히 수학) 수학이 약한 저는 나중에 좀 더 상향지원하지 않았던걸 살짝

    후회하기도 했구요. 근데 요새 입시는 저희때와는 달리 선시험 후지원이라서 원서쓸때 갈등이 저희때보는

    좀 덜하지 않을가 싶은데(아직 아이가 고1이라 입시 치뤄보지 않은 엄마의 모르는 소리일수 있겠지만^^)

    선시험 후지원때는 원서 접수 마감시간에 눈치 작전도 어마어마했고, 한군데 밖에 지원을 못하니 정말

    고민에 또 고민을 거듭했던 생각이 나네요. 오늘 친정쪽 첫조카가 수능치러서 그런지 저도 마침 저 시험

    본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글 올려주시니 반가와서 댓글 답니다~~

  • 6. 맞아요.
    '18.11.15 1:50 PM (220.88.xxx.202)

    93학번 학력고사 마지막세대.
    그때 지원한 대학가서 시험친 기억이 나요.

    전기.후기.이렇게 쳤던거 같은데.
    주민증인가 수험표인가 안 가져와서
    아부지가 헐레벌떡 다시 갖다주신 생각 나요.

    아침에
    아들이 자기 수능칠때 도시락 뭐 사줄꺼냐고 묻길래
    (초5 아들공부보다는 밥 먹는데 더 관심 ㅋ)
    저도 그랬듯이 너 좋아하는거 뜨끈하게 보온밥통에
    싸줄께. 했는데.
    요즘도 보온도시락 싸나요???


    ㅋㅋ
    그 학력고사 치고 당시 만나던 남친이랑
    같이 시험지 맞춰보고
    새벽까지 놀다가 들어간 거..

    다음해부터 수능이라 재수못한다고
    하향지원했던거 생각나요.

    그립네요..

  • 7. 선지원후시험
    '18.11.15 2:02 PM (163.152.xxx.151)

    저도 지원한 대학에 가서 시험봤죠.
    나중에 보니 우리과 교수님이 시험감독이었고.
    제 뒷자리에서 본 애는 나중에 제 학번 바로 뒤 녀석.
    같은 교실에서 같은 학원 출신 수험생들끼리 쉬는 시간에 전 시간 과목 답 맞추던 기억나요.
    근데 분명한 오답을 둘이 서로 맞았다고 했던 기억이 갑자기 나네요. 맞다.. 불어시험. ㅎㅎ
    그게 벌써 이십여 년전 -_-

  • 8. ...
    '18.11.15 2:15 PM (175.223.xxx.194)

    서도 선지원 후시험
    우리과는 2.4 대 1인가 경쟁률이 별로 세지 않아서 내 앞뒤 옆에 애들보다만 잘 보면 되겠구나 하고 시험 봤던 생각나요
    합격자 발표를 운동장에 대자보처럼 다 붙여놓았었거든요 물론 미리 전화로 확인은 하지민...
    내가 본 교실에서 달랑 두명 합격... ㅠㅠ

  • 9. 저는94
    '18.11.15 2:15 PM (1.239.xxx.196)

    수능 여름에 보고 11월에 두 번 봤죠. 수능 특차로 연대 갔는 데 안 될줄 알고 본고사 준비한다고 대치동 한빛학원(지금의 ile학원건물)에서 국어 논술듣는 데, 집에서 학원으로 전화와서 수업시간에 짐싸서 집에 갔던 기억납니다.

  • 10. 선지원 후시험
    '18.11.15 2:19 PM (210.94.xxx.89)

    학력고사 마지막은 아니고,, 마지막에 가까운 세대인데 선지원 후시험 얘기하면 요즘 사람들은 깜짝 깜짝 놀라죠.

    후기 있었지만, 단 한 번의 시험으로 12년 공부가 결정나는 무시 무시한 시험.
    특정 학교의 특정과만 쳐다보고 고등 3년을 살았고
    다른 학교 입시 커트 라인 아무것도 관심 없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네요.

  • 11. 저도
    '18.11.15 2:56 PM (218.235.xxx.6)

    학력고사 세대이네요. 대학교에서 지정한 고사장.
    생업에 바쁜 부모님이시라 저 혼자 시험 보러 갔었어요.
    집에서 버스로 1시 30분 걸리는 고사장 ㅠㅠ
    시험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교통체증으로 3시간 넘게 걸려서 tv에서 학력고사 풀이가 끝날 쯤 도착하니 집에서 난리가 났었어요.
    연락은 안되고 시험때문에 비관해서 뭔일 난 건 아닌가 걱정하던 식구들 얼굴이 생각 나네요. 물론 다음날 형식적인 면접도 보고 합격해서 졸업까지 했죠.
    가끔 학력고사때가 더 낫다는 글이 보이지만 저는 오히려
    여기 저기 지원할 수 있는 수능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때가 있어요.

  • 12. 74년생
    '18.11.15 3:29 PM (112.185.xxx.16)

    학력고사 마지막세대
    다음해 수능으로 바뀌니 재수는 절대 없다라고 생각하고 시험쳤던~
    전기 떨어지고 울고불고 후기로 대학갔던 그때
    정말 3년에 모든것을 그날 하루로 결정되었던.
    그때가 벌써 25년전이네요 ~
    세월은 빠르다

  • 13. ...
    '18.11.15 5:18 PM (115.238.xxx.39)

    인천에서 서울까지 가서 시험 봐야 해서 일찍 나갔는데도 아슬아슬했어요.
    학교가 언덕배기에 있어서 죽어라 뛰어서 헉헉거리며 가는데 어떤 아줌마가 딱 잡으면서
    이따가 점심 사먹을꺼면 자기네 식당와서 사먹으라고..
    저 그 아줌마한테 소리 꽥~~~~ 질렀어요.
    어찌나 화가 나던지.
    도대체 뭣이 중헌디

  • 14. @@
    '18.11.15 5:59 PM (117.111.xxx.145)

    좀 불쌍한 학번이죠
    후려치기 좀 심했던
    그러니 그 다음 수능 94학번 반타작으로 이대도
    들어가고 했습죠

  • 15. ...
    '18.11.15 6:09 PM (221.151.xxx.109)

    맘에 안들었던 학교
    그런데 이제 자녀분을 후배로 맞이하게 될 학교라면...

  • 16. hsh
    '18.11.15 7:18 PM (182.209.xxx.230)

    저도 마지막 학력고사 치뤘네요. 언덕길을 올라가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던 기억과 시험 끝나고 어둠컴컴한 언덕길 내려오던것만 기억나요. 날은 왜그리 추웠는지...다행히 수능은 안봐도 되어서 안도의 한숨을ㅜㅜ

  • 17. 후기대
    '18.11.15 7:41 PM (174.93.xxx.128)

    저도 93학번..
    전기 떨어지고 후기대갔죠.
    후기대도 몇곳없어서 들어간것도 다행이었네요.
    지금은 어디 출신이라 말하기도 부끄러운 학교 되어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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