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을 마주한 수제 호프집에서의 저녁 수다
(양양에서 짜릿한 집라인을 타본 시민 님의 귀염 터지는 영상 이후)
희열/ 죽도, 서퍼 비치 다녀온 소감 좀....
시민/ 양양이 서핑으로 뜬 게 암초가 적어서 위험요소가 없고 파도가 적당하기 때문인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확산되면서 제주, 부산 다음으로 서퍼 인구가 엄청 늘었음.
희열/ 유 작가님도 현재 서퍼 같은 삶을 산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시민/ 마~ 시대를 서핑한다고나 할까... ㅋ (일동/ 감탄 겸 야유.... 워어~)
예전엔 높고 센 파도에 뛰어들어 서핑하는 게 의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패들링만 하는 게 좋음.
-이어서 각자 삶의 모토를 얘기해 보라고 하자
상욱/ 목표가 뭔지 모른 채 열심히 살고 있을 뿐임.
진애/'자라자, 배우자, 평생토록~ '이 나의 모토임.
영하/ 난 자기 능력과 체력의 6~70 퍼센트만 써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음.
근데 유 샘은 큰파도 작은파도 가리지 않고 뛰어들다가 지금은 파도에 지친 분 같음.ㅋㅋ
# 38휴게선에 다녀온
시민/ 내가 가본 38휴게소는 세 군데인데, 38선은 광복 후 미국과 소련이 위도를 기준으로 직선 그은 분할선임.
아프리카와 중동 아라비아 반도의 국경선들이 직선 형태인 것도
강대국 간의 이해관계 땜에 '베를린 회의'에서 위도와 경도로 뚝 자른 결과임.
# 양양 남대천 연어 집결지에 다녀온
영하/ 연어알을 치어로 만들어 방류하면 베링해와 알래스카까지 갔다가 돌아옴.
상욱/ 연어는 후각을 교란시키면 못 돌아온다는 실험이 있음.
영하/ 난 화천에서 태어난 후 1년 단위로 거처를 옮기며 살아서 고향의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 연어가 더 신기하게 느껴짐.
고향은 인간의 본능은 아닌 것 같음. 하지만 장소는 인간이 인간성을 갖기 위한 중요한 요소임
상욱/ 답을 찾는 건 결국 시작점을 찾는 거라는 어록이 있음.
(주: T,S,엘리엇/ "우리의 탐험이 끝나는 때는 시작이 어딘지 알아내는 순간이다.")
물리에서 빅뱅이 중요한 이유나 과학에서 최초의 시작점에 천착하는 것도 시작점에 모든 이유가 있기 때문임.
희열/연어는 왜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걸까?
상욱/ 연어의 회귀보다 오히려 왜 떠나는가?에 주목한 연구들이 있음.
알을 많이 낳아야 하는데, 민물에는 먹이의 한계가 있어서 큰 바다로 나가 몸을 최대치로 불린 다음에 돌아와 산란한다는 설임.
시민/ 그건 인간에게도 적용됨. 살기 힘들면 (고향을) 떠남. 이민이나 대도시로 가는 건 먹을 걸 찾기 위해서임.
모든 생명체에게 주어진 공통된 유전자 명령은 '먹고, 성장하고, 짝을 찾고, 새끼를 낳고, 죽는 것'임.
(주: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나오는 이론.)
다만 인간의 다른 점은 내가 왜 이렇게 하는가?와 이것의 의미는 뭔가?를 '생각한다'는 것임.
# 잠시 <이기적 유전자>의 독서가 준 의미를 짚어보는
시민/ 76년 이 책이 나왔을 때 난 <공산당 선언>같은 책을 읽느라 마흔이 넘어서야 비로소 이 책을 접했음.
과학자들이 발견한 지식- 우리는 유전자를 후대로 넘겨주는 운반기계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는 좋았음.
'나'가 뭔지를 알고 그 다음에 의미를 찾으면 되는 건데, 도킨스는 이 책 출간 후 '인간을 모독했다'며 항의를 많이 받았다고 함.
상욱/ 그건 '지구는 돈다'는 학설에 가졌던 거부감과 같은 종류임.
(말이 나온 김에) 실은 내년에 과학에서 중요한 결정이 하나 내려지는데, 측정 단위 KG의 정의가 바뀌게 됨. (일동/쫑긋~)
현재 쓰는 도량형은 프랑스 혁명 때 중구난방이던 무게측정 단위를 통일해서, 이후 유럽 전체가 쓰게 된 것임. (단 영국은 제외.)
각 나라에 전달된 기본 원기 40개 중 하나를 우리나라도 고종 때 받았는데 일본에게 빼앗겼다가 돈을 주고 다시 사왔음.
아무튼 내년부턴 원기를 양자역학에 의한 원자로 측량해 '표준 과학연구원'에서 관리하게 됨.
(주: 우린 그냥 살던 대로 아는대로 측량하며 살면 됨. ㅋ)
# 고성 왕곡마을- 북방식 한옥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에 다녀온 진애와 희열
진애/ 마루나 툇마루가 없고 햇빛을 잘 받기 위해 앞담은 없고 뒷담만 있음.
작은 출입구로 들어가면 주방이고 비로소 마루가 보이는 구조인데 추위 땜에 방을 앞뒤로 배치한 겹집임.
외양간도 안으로 들어와 있음. 굴뚝 위를 항아리로 막고 옆을 틔운 게 특징.
#속초 낙산사에 다녀온 시민과 영하
시민/ 바다 전망이 엄청 좋은 의상대에 가서 의상대사의 가르침도 생각해보...려고 갔음.
의상과 원효는 동행하다가 갈라져 완전 다른 길을 걸었는데, 두 분 다 어릴 때부터 영민하고 바른 분들이었고
승려로서 이미 명성이 높았을 때(삼국통일 기에)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음.
도중에 국경 근처에서 갈증으로 물을 마셨는데, 아침에 보니 그곳이 무덤이었고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신 거였음.
그때 둘이 헤어져 의상은 중국으로 가서 화엄경을 공부하고 학승의 길을 감.
반면 원효는 그날 아침 자신의 45년 삶을 뒤집어버리는 '일체유심조'를 깨닫고 경주로 돌아감.
이후 당시 교단의 격식, 의전, 계율을 다 무시하고 부흥사 역할을 하며 살아갔음. 그리하여 파계승으로 승적 박탈됨.
근데 재밌는 건 학승인 의상은 책을 별로 안 썼고 파계승인 원효는 불교교리에 대한 논문을 많이 남겼음.
영하/ 야인은 제도권과 달라서 글을 많이 써야 먹고 살고 자기 생각을 알릴 수 있음. (일동/ 누군가 떠오른다며...ㅋㅋ)
시민/ (그러거나말거나 의연히) 원효가 노선을 바꾼 건 자신이 알던 모든 것들이 다르게 보였기 때문인데,
낮에 봤던 서퍼족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돼서 그들을 보며 흐뭇했음.
영하/예전엔 마흔살을 지나면 대개 살아온 관성대로 살아갔으나
요즘은 50에도 자기 삶의 방향에 대한 변화를 고려하고 고민함.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볼 건 왜 시민 형아는 원효(나 소크라테스)에게 끌리는가? 하는 것임. (일동/ ㅋㅋ)
시민/(단호!) 난 반전이 있는 삶에 끌림. 원효처럼 번갯불 같은 깨달음으로 삶을 엎어버리는 것!
즉 인간은 훌륭한 선생의 가르침으로 변화하지 않는 존재임.
(주: 석가의 가르침/ 자등명법등명: 너 자신을 등불로 삼고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말아라.)
영하/ 배움은 스승의 질이 아니라 학생의 질에 의해 결정되는 것임.
# 전국에 소문난 속초 유명 서점에 다녀온
영하/ 3대를 이어온 서점으로 디자인과 매대 구성이 잘 되어 있는 세련된 서점임.
(주: 주인이 추천하고 싶은 책에 대한 평가를 메모해 표지에 클립해둔 게 인상 깊었음.)
이런 서점이 유지되려면 다른 서점에서 찾기 힘든 독립 출판물이 있어야 함.
희열/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의 차이는?
영하/ 오프라인에서는 생각지 않았던 책을 발견하는 이로움이 있음.
시민/ 또한 오프라인은 오감으로 책을 고르는 즐거움이 있음.
덧: 영하 님이 서점에서 골라 네 분에게 선물한 책 목록
상욱에게/ 요시모토 바나나의 <바다의 뚜껑>
시민에게/ 엠마뉴엘 카레트의 <왕국>
진애에게/ 엘리사 뒤사팽의(한인 2세) <속초에서의 겨울>
희열에게/ 파스칼 키냐르의 <음악혐오>
# 이런저런 책 몇 줄이라도 읽다가 다음 주엔 부산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