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이가 38이구요. 5살 딸이 한 명 있어요.
둘째를 3살 터울로 가졌다가 중기에 유산이 되었어요. 병원에 검진갔더니 심장이 멈춰져 있더라고요.
그것도 모르고 한달이나 뱃속에 품고 있었어요.
대학병원에 갔더니 자연으로 배출해야 한다고 해서
질경부를 늘이는 시술을 생으로(?) 받다가(나팔관 조영술과 비슷했어요)
아프기도 하고 수술실의 너무 차가운 기운과 분위기로 긴장했던지
갑자기 숨쉬기 곤란하고 어지럽더니
쇼크가 와서 2~3분정도 기절을 했어요.
깨니 대학병원의 온갖 의료진들이 제 이름을 마구 외치며 저를 깨우고 있더라구요.
정말 드라마 한 장면인 것 같은..
그리고는 중환자실로 보내졌어요.
어디 다른 문제가 있어서 쇼크가 온게 아닌지 검사해보고
자연배출을 시도해보자 해서 중환자실에 3일을 보내고 결국 수술을 해서 아이를 보내줬어요.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에도 온갖 검사를 다 받았어요.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그랬나..검사하고 등등
대소변도 거기서 받고..
악몽같았던 날들이 지나갔어요.
그 당시 저는 아이 잃은 슬픔은 없고, 내 건강이 최고라 여기며 둘째는 안 낳을꺼라 다짐했네요.
자연분만처럼 아이를 어떻게 보낼까..너무 아프지 않을까..유도분만을 한다는데..
제발 수술로 아이를 편하게 좋은 세상 보내고 싶다는 생각만 했어요. 결국 그렇게 되었구요.
이 지옥같던 일이 지난지 1년 반정도 되었어요.
그런데 계속 저는 혼자 노는 첫째를 볼때마다 안타깝고..
뭔가 가족이 덜 완성된것만 같고. 그런 생각에 시달리고 있어요.
일단 제가 갈등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아요.
첫째, 제가 건강이 좋지 않아요. 게다가 건강염려증도 좀 있어요.
첫째 낳고 관절쪽이 안 좋아요. 주변 애기 엄마들 다 손목 아프다 무릎아프다 하는데..
어느 정도 아픈건지 모르겠지만, 저 역시 그래요.
계단 오르락 내리락 할때 무릎아프고, 심지어 변기 않을때도 허벅지 근력이 약한 느낌이 들어요.
조리원 있을 때 손으로 젖 짠다고 손목 역시 나갔구요.
물론 지금은 그 때보단 나아졌지만, 관절쪽은 전반적으로 다 많이 약해진게 느껴져요.
둘째, 저의 성격 때문이예요. 저는 걱정과 근심이 많은 성격이예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늘 신경쓰고, 인간관계를 피곤해 하는 성격이예요.
남들과 대화할때 자연스러운 표정이 잘 안지어지는 것 같고, 그걸 상대방이 알아채고 나를
불편해하지 않을까..등등을 늘 신경쓰고 굉장히 피곤하게 사는 성격이예요. 예민하고 걱정쟁이 성격.
이런 문제 때문에 건강가족지원센터에서 해 주는 상담도 15회 받았어요.
상담가가 사회불안장애 같다고 해서 뒤늦게 정신의학과도 갔었어요.
약을 처방받아 먹었더니 좀 낫더라구요 ;;
저는 이런 성격때문에 아이를 하나 더 낳게 되면 내 걱정이 2배 아니 3배 4배 늘어나는게 아닐까.
애 하나도 겨우 다섯살이데 교우관계 특히 사회성에 제가 엄청 신경쓰거든요;;
그동안 아이 키우면서도 친구 찾아주는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었는데, 저는 여전히 그러고 있네요.
유산했던 이유야 하늘만이 아시겠지만, 그 당시 임신해서도 성격에도 맞지 않는
애 친구 엄마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느라 스트레스 받고 저를 돌보지 않았던것 같아요 ㅜㅜ
이런 나의 성격때문에 하늘에서 나라는 사람은 애 하나가 그릇에 맞아서 하나만 주신게 아닐까?
첫째도 당시에 시부모님과의 갈등때문에 남편과 사니마니 할때 배란일도 전혀 아니였는데
아기가 생겨서 낳고 사는 것도 하늘이 다 이 사람과 끝까지 살아라고 아이를 주신걸까?
하며...종교도 없는데 ..아이는 하늘이 주시는거니까..이렇게 귀결시키게 되네요.
어디서 읽은 영상캡쳐 화면을 봤는데요. 인도인가? 거기 수행을 엄청 많이 한 분이 그러더라구요.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한 짐을 내려놓을때 진정한 자기를 만날 수 있다.라고요
저 정말 와 닿았거든요.
저는 사실 유산경험, 제 건강의 염려, 제일 큰 저의 성격만 아니라면 아이를 원하는것 같아요.
근데 저 세가지가 다 걸려요. 어떤 날은 좀 컨디션이 괜찮으면 하나 더 가질까.
40까지가 기회야. 40이 지나서 낳을 수 없어. 이제 가져야해~했다가
어떤날 몸이 좀 안 좋다..관절쪽이 더 안 좋다 느끼면.
난 그냥 하나가 맞아..했다가..
진짜 이런 고민 하는거 자체가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커요.
신랑은 제 의견에 그냥 따르는 사람이라. 모든 결정권을 제가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더 힘든것 같아요.
이성적으론. 저를 위해선 안 가지는게 맞아요. 더이상 출산과 임신은 별루 하고 싶지 않거든요.
제 몸이 더 상하는것도 싫구요.
근데 감정은 또 첫째가 이쁜짓할때 둘째 생각이 나고, 형제가 없는 아이가 외로워보이고.
제 마음의 문제인것 같아요. 첫째는 딸인데 한번도 둘째 타령 한 적이 없어요.
도대체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어떤 선택이든 후회는 있겠죠.
그냥 마음을 이제 비우고 싶다는 생각에 이렇게 답도 없는 고민을 올려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