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언니 잘가요...

아마 조회수 : 3,282
작성일 : 2018-10-23 12:15:11
모두가 꽃처럼 별처럼 예쁘고 빛나던 시절에 그녀를 만났습니다.
처음으로 내게 '아가씨'라 불러줬던 그녀
워낙 속 좋아 보이고 푸근하던 그녀는 예민하던 재수 시절 갑작스럽게 엄마를 여읜 사촌 오빠에겐 때론 엄마 같고 누이 같은 존재였을 것입니다.
그녀의 삶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바람펴서 마누라 혈압 터져 죽게 만들고 첫째 아들은 기어코 애인과 헤어지게 하고 자기가 고른 며느리로 장가들게 한 시아버지... 그런 분 모시고 살다 몇 년 만에 두 손 들고 나온 첫째 대신 손주를 둘씩이나 낳았건만 허락 없이 자기들끼리 연애했다고 결혼식도 안 올려주고 외면당한 그녀가 시아버지를 모시고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우이동에서 몇 대가 살았기에 몇백억 땅 부자임에도 아버지로서 일절 지원도 안 해주고 자리 못 잡는 둘째 오빠네 가족은 참 어렵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어렵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도 바로 근처여서 가끔 만나게 되면 그녀는 늘 웃고 있었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고모부도 늙고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장에 가보니 제일 많이 우는 사람은 그녀였습니다. 전 돌아가신 고모부에게 일절 연민이 없었습니다. 고모부의 고모에 대한 외면으로 괴로워하는 고모를 자주 보았고 아들만 둘 있던 고모는 하필이면 저를 보면서 엄마에게 '나도 저런 딸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말을 툭하면 하는 바람에 그리고 둘째 할머니의 생신날 고모가 당고모들과 울면서 하소연하다가 혈압이 터져서 돌아가셨습니다. 하필 그 방에 저도 있었습니다. 그 기억을 또렷이 갖고 있던 저는 장례식장에서 그녀에게 "고모부는 자기 죄 다 안 받고 갔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녀는 "아가씨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아버님이 얼마나 아프다가 돌아가셨는데요. 그 벌 다 받고 가셨어요."
그리고 유산을 받고 도봉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전 초대를 받지 않았는데 못 올렸던 결혼식도 절에서 올렸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피엔딩일 것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자매 셋이 서로 의지하며 살다가 막내가 갑자기 여유가 생기자 늘 삶이 팍팍했던 두 언니와 관계가 멀어졌다네요. 그리고 우울증이 왔답니다. 자기 언니도 선거 참관인 하게 해달라고 미안한 듯이 부탁했던 그녀가 떠오르며 가슴이 또 아픕니다. 스치듯 어렵게 사는 언니를 걱정하는 말을 했던 그녀가 생각납니다. 일찍 여읜 친정부모님이 이북출신이라고 주구장창 한나라당만 찍는다고 오빠들은 복장터져 했는데 그래도 시아버지가 빨갱이라고 절 만나지 말라고 했다는데도 '아가씨'라고 하면서 반가워해주고 어느순간 이명박을 가리키면서 "저새끼가 우리 노무현 대통령을 죽였다"라고 할 때 '언니도 많이 발전했구려~'속으로 웃음이 났습니다.

언니 궁금했던 시어머니 만나니 반갑소? 자식들 눈에 밟혀 그렇게 가고 싶소?

미안해요! 늘 받기만 한 것같고... 언니가 그렇게 외롭고 힘든지 몰랐소. 잘가소. 살아온 날에 비하면 우리가 만날 날이 얼마나 남았겠소. 거기 먼저간 사람들 아이들도 많고 언니가 좋아하는 꽃도 많이 피었겠죠? 거기서도 푸근하게 기분좋게 그렇게 사시요. 거기 분들 다들 언니 만나 좋아할 겁니다.
IP : 124.58.xxx.17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ㅜㅜ
    '18.10.23 12:19 PM (211.186.xxx.16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ㅜㅜ
    원글님께도 위로를전해요. ㅜㅜ

  • 2. 누구나
    '18.10.23 12:25 PM (221.138.xxx.232)

    인생은 한편의 소설같군요,,,
    눈물 웃음 다 흘러 흘러가네요
    우리도 잔잔히 흘러갑시다~~~

  • 3. ㅠㅠ
    '18.10.23 12:27 PM (125.137.xxx.227)

    인생이 그렇네요. ..

    윗님 말씀 넘 좋네요.
    우리도 잔잔히 흘러갑시다~~~

  • 4. 우울해도
    '18.10.23 1:27 PM (114.203.xxx.61)

    앞날 좋은날기대하며 그냥 사시지ㅜ
    고인의 명복을 빌어요~

  • 5. ㅠㅠ
    '18.10.23 1:57 PM (121.181.xxx.103)

    왜.... ㅠㅠㅠㅠ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9763 김연아 은퇴 후 행보 5 ㅇㅇ 13:23:31 523
1589762 5월 20일 부터 병원 신분증 검사 - 힘들 것 같아서.... 9 ... 13:16:40 773
1589761 물가 진짜 너무하네요 4 나는야 13:15:19 665
1589760 2시에 영수회담 시작 13:14:50 139
1589759 꽃가루ㅠ 1 13:12:57 248
1589758 재방송 나오면 안보고싶어서 돌려버리는 드라마 뭐 있으세요? 3 13:11:54 338
1589757 워시타워 사려는데 오브제와 트롬 차이가 있을까요? 2 세탁기 13:09:26 110
1589756 인생하수 나이 51 13:09:01 196
1589755 염미정!!!! 5 13:07:25 1,043
1589754 옛날 사람들은 당나라 유학 말타고 걸어서 갔겠지요? 7 .... 13:07:02 394
1589753 한동훈의 자아도취 정치, 그건 실패할 운명이었다/이완배 9 강추합니다 13:06:28 347
1589752 천정누수 ... 13:06:20 117
1589751 예비신랑 말버릇 중에 쳐맞아야지 이 말버릇 어떻게 생각하세요? .. 16 Dd 13:02:25 992
1589750 그냥 공부, 유통관리사 자격증 어떤가요? 자격증을 따고 싶어서.. 1 아무 자격증.. 12:58:43 203
1589749 국힘대선후보로 한동훈보다 오세훈이 더 .. 20 ㅇㅇ 12:45:02 824
1589748 마곡쪽에 미용실 추천부탁드려요 assaa 12:42:29 83
1589747 테슬라 모델3 하이랜드는 대박입니다 4 12:41:24 610
1589746 가락시장 수산물 가게 추천부탁드려요. 1 저녁식사 12:38:44 173
1589745 한 약도 이제 5 ㅈ효ㅗ 12:37:09 827
1589744 이 가격으로 국내 여행 대체할만한 곳 7 오월여행 12:36:33 662
1589743 (펌)내신 포기하고 '정시파이터'가 되겠다는 착각.. 5 ㅅㅅ 12:35:05 893
1589742 시판 강아지 간식은 어떤 게 괜찮을까요? 6 0 0 12:35:00 211
1589741 그래서! 나비서는 양기변호사와 부부 아닌거죠? 3 눈물의여왕 12:33:37 924
1589740 광주광역시에서 좋은 요가학원 추천 부탁드립니다 요가 학원 12:32:50 70
1589739 불쌍한척 12:28:25 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