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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의 호남 대토벌 작전..기록이 없으면 독립군도 아님? 진짜는 기록이없이 죽는것 아닌가?

작성일 : 2011-09-07 12:59:26
일본군의 호남 대토벌 작전..기록이 없으면 독립군도 아님? 진짜는 기록이없이 죽는것 아닌가?


'남한대토벌 작전'


이상찬(서울대 규장각)

1990년 9월에  나온 고등학교 국정 국사교과서를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이처럼 활발하게 전개되던 의병전쟁은, 그 뒤 일본군의 이른바 남한대토벌을 계기로 크게 위축되었다." 이 글만 보면 '남한대토벌'이 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은 38도선 이남 지역의 의병 항쟁에 대해 일제가 대토벌 작전을 편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고 이 이전 교과서가 '남한대토벌'이라는 말을 아예 빼버리고 있는 것에 비하면 천만 다행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서술은 '남한'이라는 표현에 의존하여 '남한'이 38도선 이남 지역을 가르키고 있는 것처럼 여기게 함으로써  민중의 역사, 민중의 반침략항쟁, 호남지역의 반일항쟁 사실을 교묘히 숨기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05년 을사조약 이후 반일 의병 항쟁이 더욱 거세어지자 일제는 '초토화 작전'을 전개하여 의병부대를 탄압하고 한국 민중을 짓밟았다. 의병 부대가 지나가거나 묵고 간 마을 전체를 불살라버리는 초토화 작전은 주로 보급(군수물자와 병력 포함) 차단을 통해 한국 민중과 의병 대중을 분리시키려는 목표아래 전개되었다.

그러나 '초토화작전'에도 불구하고 1908년 이후에도 의병 항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1908 - 09년 의병투쟁은 전투회수만 보더라도 얼마나 치열했는가를 알 수 있는데 의병의 전투회수는 1908년 1,976회였고 1909년 1,738회였다. 1908년 후반기에서 1909년에는 어느 지역보다도 호남지역의 의병활동이 활발하였다. 호남 지역 의병 전투회수가 1908년 전체의 약 1/4, 1909년 전체의 약 1/2에 달했다.

이 시기에는 양반유생이 의병 항쟁의 대열에서 떨어져 나가고 각계각층의 민중들이 의병항쟁을 이끌어갔다. 일본군을 상대로 하여 유격전을 전개한 이들 민중의병들은 일본군에게 막대한 타격을 입혔고 농촌지역에 대한 일제의 지배를 저지하였다. 이제 일본 침략자들은 이들 민중의병을 토벌해야만 '합병'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호남 지역의 의병을 '토벌'해야만 '합병'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일제는 '남한대토벌 작전'을 구상, 실행하게 되었다.
따라서 '남한대토벌'의 '남한'은 남한 북한 할 때의 남한이 아니라 전남북지역을 가르킨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겠다. 실제로 일본군이 설정한 작전구역은 부안, 태인, 구례, 하동을 잇는 선 남서쪽 도서를 포함한 지역이었다. '남한'은 더 정확하게  전북 일부와 전남을 가르키는 것이다.

교과서가 '남한대토벌로 의병활동이 위축되었다'고 쓰려면 일제가 남한대토벌 작전을 계획,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상황, 다시 말해 전남북 지역의 의병 항쟁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었는가 하는 것을 먼저 설명해야 온당할 터이다. 교과서 필자가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음에도 1908 - 09년 전남북 지역의 의병 항쟁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다. 남한대토벌의 원인이 된, 있었던 역사 사실 자체는 아예 숨겨버리고 '남한대토벌'만 들먹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배지도 않은 아이를 낳았다고 하는 것과 같은데 명칭에 '남한'이 들어가 있는 것에 안도하면서, 그 토벌 작전이 마치 오늘날의 남한 전 지역을 대상으로 전개되었던 것처럼 착각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한대토벌' 작전의 구체적인 내용도 설명하지 않았는데 '남한 대토벌' 작전은 전남북 지역에 일본 정규군이 투입되어 1909년 9월부터 11월까지 약 70여일 간에 걸쳐 진행되었고 그 작전은 그야말로 피의 살육전이었다. 작전의 결과 103명의 의병장이 체포되거나 전사하였고 의병 부대원 4300 여명이 체포, 부상당하였다. 이 사실들이 무엇이 부끄러워 감추어져야 하는가?
'합병'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져 잔혹한 '토벌'의 대상이 되었던 이들 103명의 의병장 중에서 여러분들은 과연 몇 명이나 기억하고 있는가? 이들은 양반이라고 하더라도 가난하거나 농민과 다름없는 처지의 사람들이었고 각계 각층의 민중들로서 말하자면 평민의병장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었다.

평민의병장 하면 또한 같은 교과서에서 신돌석만을 유일하게 언급하고 있으므로(홍범도 의병도 서술되고 있으나 '평민 출신'이라고 명시한 것은 신돌석이 유일하다) 으례 신돌석을 기억해낼 것이다. 그러나 위 103명 중에는 전해산, 심남일, 안규홍 등 신돌석 못지 않은 인물들이 많았다. 신돌석은 경상도 영해 출신인데 만약 그가 전라도 출신이었다고 해도 전해산, 안규홍, 심남일 등을 제치고 유일한 평민 출신 의병장으로 교과서에 기록될 수 있었을까? 만약 이들 103명이 경상도 지역에서 항일 투쟁을 벌였어도 오늘날 기억해 주는 사람이 거의 없는 비참한 지경이 되었을까?  만약 1908 - 09년의 반일 민중 의병항쟁이 경상도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남한대토벌'의 '남한'이 경상도만을 지칭하였다면 그래도 민중들의 반일의병항쟁을 교과서에서 빼어 버릴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경우에는 아마도 '남한'이 경상도 지역만을 가르킨다고 수없이 강조하였을 것이며 103명 중에서 가능하면 많은 사람을 싣느라고 현재의 교과서에 실린 의병장들은 아마도 거의 다 빼버렸을 것이다.

호남은 한말 제국주의의 침략이 집중되는 지역이었고 따라서 반침략의 중심지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이 점은 이후 단 한 차례도 정당하게 평가받은 적이 없었다. 신돌석 못지 않았던 전해산, 심남일, 안규홍 등이 빠지는 대신 신돌석만이 높이 평가되어 왔고 양반유생 의병은 과대 포장되는 반면 민중들의 반일항쟁은 축소, 외면되고 특히 호남지역의 반일항쟁은 아예 없었던 것으로 숨겨져 왔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으며 남한대토벌 작전을 우리가 왜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을까? 추측컨대 45년 이후 정치권력의 친일적 성향, 지역성과 일정하게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정권의 지역성에 얽매여 경상도 지역의 의병항쟁은 부각시키되 다른 지역의 의병항쟁은 축소, 왜곡시키는 동시에 친일적 성향을 감추기 위해 반일 항쟁의 전통에서 역사적인 뿌리를 찾으려 하다 보니까 이러한 역사 서술이 가능했던 게 아닐까?

'남한 대토벌' 작전은 일제침략의 잔혹성을 일깨워 주고 '병합'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확실한 증거이다. 항일의병투쟁의 올바른 모습과 일제 침략의 잔혹성, 폭력성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만은 사실대로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1908-09년 사이 전국적인 의병항쟁의 상황, 전남북 지역의 의병항쟁의 실상을 명백히 밝힘으로써 '남한대토벌'의 '남한'이 일본군 작전구역으로서 전남북을 의미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 그 '작전'이 얼마나 가혹하고 잔혹하였는지, 우리측 인명과 재산 피해는 얼마나 되는지 하는 것도 아울러 설명해야 할 것이다.
IP : 183.105.xxx.5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한국사책을 다시보니
    '11.9.7 1:55 PM (112.148.xxx.3)

    이 시기에 호남의병이 전체 의병수의 60%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좀더 정확하게 호남대토벌이라고 정정해야할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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