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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만 하고 지낸 옆 호 할머니하고 와인 한병 마셨네요

..몰라 조회수 : 2,161
작성일 : 2011-09-04 23:01:45

저희 동 평수가 50평대입니다

저희가 아파트 구입을 할 때 30-40평대 매물이 없어

뭐 어떻게 하다보니 세 식구 사는데 50평대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첨엔 이 넓은 집에 어찌 살까했는데

어른들 말씀에 넓은 집 살아보면 좋다 생각들지 못 살겠다 생각은 안 든다

하듯..넓으니 넓은만큼 좋은 점이 있더군요

 

엘리베이터에서 가끔 마주친 옆 호 할머니..

여기서 제가 3년을 살았는데

그 동안 할머니 집에 누가 찾아오는 것 딱 한번 봤습니다

저는 전업이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제가 없는 시간에 누가 왔을리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이사 온 초반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고 같이 내리면서

아 여기 사시네요 하니 아주 쌩~~한 분위기로..네 그렇습니다 하면서 존칭을 사용해서 대답을 하시더군요

이 모습을 보고 대하기가 어려운 분이구나 생각하고 딱 그 선에서만 안면을 틔고 살았습니다

 

남편과 이제껏 딱 한번 이 할머니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동안 찾아오는 이는 한분도 없다

할머니 재력이 좀 되나보다..

우리도 늙으면 저 정도 재력은 있도록 노력하자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안면만 틔고 인사도 아주 간략하게만 하고 살았는데

우리 아이가 이 할머니와 좀 친한가 보더군요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주쳤고

제가 있든 없든 그 때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우렁차게 인사를 하고

지나가 문 살짝 열려있으면

그 문틈으로 얼굴 들이밀고

할머니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전 그 소리를 집 안에서 듣고

아이 들어오면 그런 상태일 땐 인사 안해도 된다 말리고..

그러면 아이는 네..대답을 하지만 여전히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하더군요

 

올 초에 하루는 아이가 집에 들어오는데

손에 접시가 들려있더군요

보니깐 갈비찜이..

물어보니 옆 집 할머니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엄마 갔다주라고 주셨다며

덥썩 받아왔더군요

먹어보니  딱 들어갈 재료만 최상급 재료로 딱 넣어 아주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맛을 내더군요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난감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접시를 주면서 집는 과일을 아이 통해서 그 집에 돌려주었어요

 

그 후론 이런 일이 없었어요 근데

저 후로 엘리베이터에서 할머니를 만나면

인사 잘 받아주고..말도 한마디 더 하고 그러시더군요

 

그러다 오늘 벨을 누르기에 누군가보니 옆집 할머니더군요

 

열어보니

할머니께서

추석 선물로 와인이 많이 들어왔는데 늙으니 와인 한 두잔만 마셔도 취한다며

보관하기도 마땅찮고..식구들하고 마시라며 4병 가량을 주시더군요

받아보니 다들 고급 와인..

 

사양하다 받았는데  받고 나니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저희 집 와서 한병 마시자고

아니면 제가 건너갈까요..이렇게 되었어요

때 마침 아들도 지 아빠랑 공원에 운동가서 2시간 정도 여유가 있고 ...

 

할머니의 대답이 ..

그래도 되겠어요? ..

 

할머님이 남의 집은 불편하다 하시며

같이 마실거면 자기 집에서 마시자 하시길래

건너가서 한병 마시고 왔어요

 

제가 술이 좀 센 까닭에 거의 제가 마셨는데

끝까지 존댓말로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별 말씀은 안하시는데...

 

괜한 저속한 궁금증이 생길까봐..한병 마시고 일어났어요..

IP : 121.181.xxx.8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9.4 11:04 PM (122.42.xxx.109)

    아들 잘 두신덕에 자다가도 갈비찜과 와인이 생기네요.

  • 2. 큰언니야
    '11.9.4 11:05 PM (124.170.xxx.25)

    우와~~~~~~ 멋진 할머님이시네요....

    저도 그런 [선]을 지킬 줄 아는 힘이 이었으면 좋겠어요...

  • 3. 정말
    '11.9.4 11:07 PM (222.107.xxx.215)

    아들 잘 두셨네요.
    그 할머니도 멋지시네요,
    저도 괜히 저속한 궁금증 생기려고 하네요,
    혼자 사시는 할머니께서 명절이라고 그런 고급 와인을 여러 병 선물 받으시고...
    흠...
    앞으로도 적당히 친하게 잘 지내세요 ^^

  • 4. 웃음조각*^^*
    '11.9.4 11:07 PM (125.252.xxx.108)

    원글님도 참 좋은 이웃인 것 같아요^^
    호기심에 대한 절제도 하시고.. 예의도 있으시고..

    원글님 아드님 인사하는 모습 읽으니 울 아들 모습 떠올라요.

    아~ 예뻐라^^

  • 5. 혼자사는 경제력되는할매
    '11.9.4 11:19 PM (58.225.xxx.84)

    이 할미가 보기엔 새댁의 글에서 느껴지는 담백함과 소탈함
    그리고 예의의 선을 지키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사람이네요

    저도 재력 좀 되고^ ^ 혼자 살기에
    로그인하고 몇 자 쓰고 싶네요
    그 할머니 강해보이고 부러울 것 없다는 식의 분위기를 풍길지 모르지만
    다 뻥~~입니다요

    겉만 그럴뿐 속은 여리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을겁니다
    그런 외로운 분에게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은은하게 따뜻한 이웃이 되어 준다면
    나중에 자식이 복받고 잘 살게 됩니다 !!
    틀림없이......

  • 6. 경미
    '11.9.4 11:20 PM (1.177.xxx.180)

    님도 좋으신 분인거 같아요..이웃이면 친구하고 싶다능 ㅎㅎ
    할머님 은근 까탈 스러우신듯하면서 좀 있어(??)보이는 할머니신듯...
    저두 님이나 할머니 처럼 선을 안 넘는 좋은 이웃이고 싶은데 이 푼수끼는 어데로 가지도 않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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