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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학종', 자율성 보장해야: 이덕환 서강대교수

학종폐지 조회수 : 1,000
작성일 : 2017-05-27 17:35:07

[시론] 변질된 '학종', 자율성 보장해야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탄소문화원장

대학입시가 끝없는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수학능력을 평가하겠다는 본래의 취지를 상실해버린 엉터리 '짝퉁'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수시는 줄이지만 정시는 늘리지 않겠다는 묘한 대선 공약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문제도 심각하다. 당초 지방과 일반고 학생에게 유리한 '사다리 전형'으로 알려졌던 학종은 이미 학생부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부유층 학생들을 위한 '금수저 전형'으로 변질돼 버렸다. 학종은 가장 불공정한 입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의 학교생활을 기록한 학생생활기록부(학생부)는 살벌하다. '가난한 가정 사정으로 환경이 좋지 못하지만 자력으로 잘해 나가고 있음. 계속 노력토록 격려함'이라고 적혀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상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모든 교과의 성적과 출결 상황을 포함한 '교과 영역'(내신)은 물론이고, 수상경력, 자격증, 희망진로, 창의적 체험(동아리·봉사), 독서, 행동특성 등을 포함한 '비교과 영역'까지 그야말로 학생에 대한 모든 것이 교사의 주관적 평가와 함께 깨알같이 적혀 있다.

학종은 교과 성적 위주의 획일적인 평가에서 탈피하기 위한 시도라고 한다. 비교과 영역의 기록에서 학생의 다양한 재능과 경험을 다양하게 평가함으로써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의 전문적인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선진화된 입시 제도라는 왜곡된 인식도 학종 확대의 배경이다.

교과 성적만으로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우리의 현실과 맞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학과 학과의 서열화가 고착화된 우리의 현실에서 비교과 영역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선발 규모가 늘어나고,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집중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실제로 학종을 대비한 개인별 컨설팅을 해준다는 업체가 넘쳐난다. '토탈 서비스'에 수천만 원의 컨설팅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의도적으로 과장이나 허위사실을 기록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틈새를 노리는 사교육이 넘쳐나는 우리 사회에서 학종이 학부모의 재력과 치맛바람으로 결정되는 '금수저 전형'으로 변질되는 것은 필연이다.

교사들의 입장도 난처하다. 학생들에게 각자 희망하는 진로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해주는 것도 불가능하고, 어떤 동아리·봉사·독서가 학생의 희망진로에 도움이 되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교권을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교사들은 교과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몰아주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학생부의 비교과 영역이 지극히 반(反)교육적으로 설계된 것도 심각하다. 고등학교 시절에 자신의 희망 진로를 결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 희망 진로를 일찍 설계해야만 더 성공적이고,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보장도 없다. 자신의 내밀한 미래 설계를 교사나 입학사정관에게 밝히고, 평가를 받도록 강요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학생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짓밟은 일이 될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자율적·자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줘야만 한다. 방황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방황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남학생의 경우에 더욱 그렇다. 학생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가 과연 어떤 모습이고, 학생들에게 어떤 진로가 열리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학생의 미래 설계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어서 부모도 함부로 간섭할 수 없다.

고등학교 시절의 방황을 통한 다양한 경험과 미래 설계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준비다. 커제 9단을 가볍게 이긴 알파고 2.0도 자율 학습으로 '바둑의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 기성세대의 낡은 사고방식으로 아이들의 미래 설계를 섣불리 평가하고 재단하겠다는 시도는 지극히 반(反)교육적인 것이다
IP : 223.62.xxx.15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혀..
    '17.5.27 6:25 PM (125.177.xxx.11)

    학생부의 비교과 영역이 지극히 반(反)교육적으로 설계된 것도 심각하다. 고등학교 시절에 자신의 희망 진로를 결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 희망 진로를 일찍 설계해야만 더 성공적이고,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보장도 없다. 자신의 내밀한 미래 설계를 교사나 입학사정관에게 밝히고, 평가를 받도록 강요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 완전 동감이요

    한번 정한 진로를 도중에 바꾸면 학종에서 불이익 받는다고 학교에서 절대 안 바꿔준대요.
    아이를 위한 진로인지 생기부을 위한 진로인지
    눈가리고 아웅 식의 비교과활동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 2.
    '17.5.27 6:36 PM (116.125.xxx.180)

    용기있네요 교수님
    휴..

  • 3. 무명
    '17.5.27 7:02 PM (175.117.xxx.15)

    저런분들이 청와대에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받아들여져야할텐데...

    다큐프라임보니 처음부터 불공정한 게임이 될수있음을...
    상위 계층에 유리할수있다 인지하고 있었으면서
    왜 폐지하지하고 확대하는건지...

  • 4. 엉터리짝퉁?
    '17.5.27 10:42 PM (1.233.xxx.49) - 삭제된댓글

    수능이 엉터리 짝퉁이라는 말씀은 무슨 뜻인지?

    만점짜리 수십명 나오지 않게 난이도 잘 조절 하면 학력고사 문제보다 훨 씬 좋다면서요~.

  • 5. ㅠㅠ
    '17.5.27 10:56 PM (114.204.xxx.4)

    이 분은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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