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유난히 좋았던 날

봄날 조회수 : 856
작성일 : 2017-03-31 01:54:00
오늘, 아니 어제는 이사오고 미루고 미루던 지역 도서관의 회원증을 만들었어요. 작지만 좋았던 곳. 도시락 까먹기 좋은 휴게실까지.

동네 슈퍼에서 장을 봤고 평온한 하루의 끝.
산수유인지 노란 꽃을 홀린 듯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남겨놨네요.

남편이, 저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작은 언쟁끝에 뱉습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시간이 멈춘 듯 했습니다.
언쟁의 시간은 채 이삼분도 안 되었을 거예요.
헤어지자.
남편의 말에 그러자고 했습니다.

충동적인 말이 아니란 걸 알아요.
그 사람이 결혼 십 몇년 동안 그런 분위기와 무게로 말한 것은 처음이거든요. 우린, 많은 고비들을 넘기며 잘 지내왔고, 시간을 쌓고 신뢰해 왔기에 그 말이 홧김의 단발성 말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아요.

언젠가 82쿡 글에, 부부가 아무 문제 없으나 멀어진다는 글이 있었어요.
저는 그 글에 정성껏 진심을 다해 답글을 달았었어요.

저는 남편이 연애와 결혼 기간 내내 진심을 다해왔고 노력하고 희생했다는 걸 알기에, 그가 유책배우자가 아닌 한은 그가 더 이상 나와의 혼인 유지를 원치 않을 때는 놓겠다 얘기했었어요. 그도, 나도 한번뿐인 생을 살기에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요.

눈물은 나지만, 담담하네요.
남편과 저, 둘 사이 많은 시간이 쌓여 있어요.
그 사람, 제게 잘 했고 좋은 남편이었어요.

유난히 좋았던 봄날, 저 이 사람 더 늦기 전에 꽃길가라고 놓을 겁니다. 전 제 길 가야죠.

우리가 헤어지는 이유.
작지만 힘들었던 차이나는 생활 패턴. 그냥 이게 다예요.
평범했고 어떤 때는 주변에 휘말려 힘들기도 했었고.
그치만 주변보다 우리 안에서 어떤 무엇이 작용했다는 것이겠죠.
IP : 175.194.xxx.8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robles
    '17.3.31 1:56 AM (190.16.xxx.181)

    작가 이경자가 남편과 이혼을 그렇게 했다고 했어요.
    몇 십년을 같이 살던 부부가 그렇게 쉽게 헤어질 수 있나 싶지만.

  • 2. 마음이
    '17.3.31 1:57 AM (223.62.xxx.89)

    많이 아프네요
    유.난.히. 좋았던.날...

  • 3. 눈사람
    '17.3.31 2:42 AM (181.167.xxx.65) - 삭제된댓글

    십여년 행복했으니
    그 감사함으로 원하는대로 해주고싶어요.
    순간순간 좋았던 기억들만 떠올라서
    얘들을 어쩌나 고민해봅니다.

    이 또한 나의 보물이라 여기고
    새로운 날들을 기쁘게 맞이하려구요.

  • 4. midnight99
    '17.3.31 2:46 AM (90.198.xxx.46)

    슬픈 글인데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글이기도 하네요.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담담함도 느껴지고요.
    힘내세요 원글님. 어떠한 일이 앞날에 놓여있든, 단단한 심지를 지니고 계심이 보입니다.

  • 5. 패랭이
    '17.3.31 7:10 AM (49.169.xxx.52)

    살아보니 함께하는게 최선이 아닌날들이 있더라구요. 두분이 함께
    십년 행복했으니 혼자서도 충분히 둘이었을때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 느끼며 살아가실거라 믿어요.
    아이들도 그맘 헤아려 엄마이해하고 잘성장해나갈거예요.
    유난히 좋았던 날! 그런 날들이 하루하루 쌓여나가길 바랍니다.
    어떤 마음이실지 공감가는 글이라서 저까지 담담해지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76769 손학규도 나와서....참.. 4 ... 2017/04/18 891
676768 사이판에 저혼자서 애둘 데려가도 될까요? 12 사이판 2017/04/18 2,241
676767 좀만 더 지혜롭게 생각하면... 2 꼬기꼬기 2017/04/18 478
676766 김종인 "문재인 도울 일 없다…탈당한 사람이 거길 또 .. 27 고딩맘 2017/04/18 1,947
676765 세월호 성호 엄마의 분노.jpg 75 흠.... 2017/04/18 12,606
676764 해외여행을 처음 가는데요 준비물이나 알아야 할 것들 알려주세요!.. 10 .. 2017/04/18 2,411
676763 [팩트체크]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 살펴보니 14 .. 2017/04/18 898
676762 '가짜 뉴스에서 해명까지'…安, 고압 태도 논란 9 티비조선이라.. 2017/04/18 1,273
676761 현미식 오래 드신분들 부작용 없으신가요? 4 -;; 2017/04/18 3,467
676760 바지락 해감을 어떻게 하나요? 5 바지락 2017/04/18 1,265
676759 헐~홍준표 '설거지는 하늘이 여자에게 정해준 일' 8 요즘이어느세.. 2017/04/18 1,500
676758 스탠드 다리미판 다리미대 추천해주세요 다리미판 2017/04/18 1,493
676757 朴정권, 삼성에 ‘안랩’ 지원 압력 2 또릿또릿 2017/04/18 488
676756 초등 영어 학습용 휴대용 CD 플레이어 추천해주세요 ~ 1 ... 2017/04/18 882
676755 안철수 후보님, 국민이 원하는건 국공립유치원 신설입니다. 7 마음 졸여본.. 2017/04/18 478
676754 고구마를 이용한 야식, 아이디어를 나눠주세요 8 고구마고구마.. 2017/04/18 1,231
676753 저 오늘 mbc뉴스 봐볼라구요..ㅎㅎㅎ 8 ㅎㅎㅎ 2017/04/18 1,851
676752 [JTBC 뉴스룸] 예고 ....................... ㄷㄷㄷ 2017/04/18 551
676751 육아정책은 유승민꺼가 젤 좋네요 3 2017/04/18 770
676750 대선후보들의 광화문 유세 2 어제 2017/04/18 388
676749 세월호 객실내부 `공개`…철재만 남고 처참히 무너져 3 고딩맘 2017/04/18 648
676748 냉동순대.... 어떤게 괜찮은가요? 5 ㅠㅠ 2017/04/18 1,169
676747 노인연금 30만원으로 올린답니다, 아동수당은 10만원씩. 7 공약 2017/04/18 2,045
676746 미디어 몽구: 왜 문재인 글만 올리냐고? 8 ㅁㅁ 2017/04/18 1,135
676745 요리잘하는분들은 타고난건가요 20 ㅇㅇ 2017/04/18 3,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