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 사랑에 온전히 행복하신 분들이 부러워요

자녀 조회수 : 2,107
작성일 : 2017-03-29 23:46:34

저는 아이들 키우는게 참 힘겨워요.

오늘도 초등학생 아이랑 연산문제도 풀고

중학생 아이랑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로 속상해 하는 아이를 위로하기도 하고

함께 수학문제 풀면서 논쟁도 하고

저녁 먹으며 방탄 지민이의 안티 팬에 대해 이야기도 하며 보냈지요.

 

그러나 매일 매일 아이들과의 일상에서 제게 주어지는 소소한 의무들이 버겁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애써야하는 부모의 의무를 다 하는게 참 무겁네요.

내 인생도 변변히 어쩌지 못하는데

아이를 위해 충고하고 아이의 인생을 계획하고

아이가 세상에서 타인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또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도 살 줄 아는 사람으로 키워내야하는

의무감이 힘들어요.

왜 이런 걸 난 결혼 전에 출산 전에 몰랐을까요.

결혼 전에 알았다면 지금 남편이랑은 결혼도 하지 않았을것 같아요.

아이 없는 삶은 절대 용납이 안되는 남편이니까요.

저 같이 평범한 사람이

내 아이라도 이웃과 함께 할 줄 아는사람으로 키우는 육아를 통해서

이 세상에 좋은 일 하나 하고 가는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제게 힘을 주기도 하죠.

.

그러나 이런 의미있는 일이 내 가슴까지 따뜻하게 전달이 되는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가끔 82에

세상에서 아이 낳은 일이 자기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라고 하시며

아이들과 있는 시간들이 제일 행복하다고 하시는 분들 보면 너무 부럽네요.

아이들에게 제가 그런 엄마가 아닌 게 너무 미안하구요. 

 아주 돈 많은 엄마

똑똑한 엄마가 아닌 것보다

제가 아이로 인해 온전히 기뻐하고

무한히 사랑하는 엄마가 아닌 게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저의 이런 냉랭함은 어디로부터 시작됐을까요.

남들은 내가 아이를 너무 사랑하고 모든 걸 다 해준다고 생각하겠지만

전 알아요. 제 마음 속 깊이 아이들이 한없이 버겁고

전 제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는걸요.

어린 시절 아버지랑 너무도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엄마가

자신의 불행에 매달려서 아빠 닮은 딸이라고

별 정도 주지 않고 냉대했던 탓이었을까요?

 

첫아이를 낳고

내 아이를 위해 어떤 엄마가 되어야하는지

막막했어요.

엄마란 단어를 떠올리면

그냥 허전하고 휑한

빈가슴....

어떤 따뜻함도 없는 허한 마음에

한밤중 한참을 맥없이 걸었던 기억이 있네요.

 

둘다 딸아이들이라 아직은 저보다 체구도 작고

엄마 무서워할 줄도 알고

잘 땐 여전히 인형을 한 켠에 두고 자는 아이들인데...

제 감사가 참 부족하네요.

IP : 183.100.xxx.199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 공부도
    '17.3.29 11:51 PM (115.136.xxx.38) - 삭제된댓글

    아이공부도 챙기면서 학교에서의 일에도 공감하고
    사춘기딸이랑 연예인 얘기에도 열을 올릴 수 있고...

    뭘 얼마나더 잘 해야 하나요?

    키워내야 하는 의무감에 힘들다는건
    글쓰신 분이 좋은 엄마라는 반증이예요.
    좋은엄마가 아니면 힘들지도 않아요.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좋은 엄마.

    제생각에 글쓴분은 호들갑 떨거나 시끄러운 엄마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깊은 믿음과 신뢰를 주고 있는 엄마일 것 같아요.
    사람 사는 모습 다 똑같지 않습니다.

  • 2. ㅎㅎ
    '17.3.30 12:04 AM (49.196.xxx.59)

    명상 통해 현재 집중 연습을 해보세요. 미래 걱정말고..과거 후회 말기..
    어제 아이랑 아기체육 갔더니 할머니랑 온 아이들은 할머니들이 힘들어 죄다 무표정에 무반응 하고 계시더라구요.
    젊을 때 반짝 하며 키우고 18살 되면 정 뗄려구요 ㅎ

  • 3. ㅎㅎ님
    '17.3.30 12:06 AM (183.100.xxx.199)

    저보다 젊은 엄마신것 같은데 정말 현명하세요.
    집중. 집중.
    과거는 지났고 미래는 내가 어쩔 수 없고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늘의 선택일 뿐인데
    지혜로운 충고예요.

  • 4. 아이린뚱둥
    '17.3.30 12:45 AM (116.46.xxx.252)

    그냥 아이는냅두세요...저는 부모님그냥 방임햇는데 잘컷어요 ;;;돈이뭌제라서 그렇지..

  • 5. 저도
    '17.3.30 1:19 AM (182.209.xxx.142)

    그래요... 원글님과 제가 너무 비슷한 감정이라 제가 쓴 글인줄요 .저도 아이들이 너무 버겁고 무거운 존재로 느껴져요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너무너무 힘들어서 도망쳐버리고 싶어요 날마다...
    남자아이들이라 더더군다나 사회에 나가 쓸모있는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또 일가를 이루고 책임감있게 살수있도록 키워야한다는 중압감이 너무 커서 괴로워요
    제 힘닿는 만큼 죽어라 아이들을 키우는데 기쁘지 않아요 저도 어릴적 엄마와의 관계가 문제인지...

  • 6. 민들레홀씨
    '17.3.30 2:50 AM (63.86.xxx.30)

    젊은 엄마들,
    너무 엄마가 모든 걸 가르쳐 줘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요.
    애들은 엄마가 가르치는대로 크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맘으로 먹이고 입히고 필요한 것 보살펴주며 키우면 세월이 감에 따라 스스로 여물어지는 거예요.

    말을 듣고 큰다기보다 부모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는 거예요.
    애들을 건전하게 바른 사람으로 키우고 싶으면 내가 똑바로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스스로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며 깨닫고 점점 다듬어지는 것인듯해요.

    그리고 자식 부담스러울때 많죠...
    나도 스스로 부담스러운데 온전히 다른 인격체인 한인간을 거둬내는 것인데 당연한 겁니다.
    겁먹지도 죄의식 갖지도 말고 자연스럽게 키우세요.
    마음의 뿌리만은 다들 내 새끼 사랑하시잖아요.
    부모도 그냥 한 인간일뿐입니다. 실수하고 후회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거예요.
    좀더 relax하셔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자식을 바라보고 응원해 주세요.

  • 7. 댓글
    '17.3.30 4:22 AM (124.111.xxx.24)

    윗 님 댓글 보고 저도 위로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8. 원글님~
    '17.3.30 7:00 AM (211.222.xxx.207)

    너무 부담갖지 마세요
    지금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넘치게 잘하고 계세요
    마음과 행동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내가 해준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덜어내 보시면 어떨까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해요
    부모 생각이 바르면 부모 사는 것만 보아도
    배우는 게 많잖아요
    원글님 아이들과 많은 것 공유하지
    않아도 아이들 따뜻하게 잘 크지 않을까요
    사랑하고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 안에서
    아이들 좀 풀어주셔도 큰일 안날 것 같은데..
    님 가장 바쁜 시간에 커피 한 잔 하시면서
    잡ㅈㅣ나 수필이나 님 책 한번 읽어보세요
    굳이 대화 나누지 않아도 각자 좋아하는 걸 하며
    함께 있는 공간이라 행복한 기분 느껴보세요
    한결 가벼워지실 것 같아요~

  • 9. lillliiillil
    '17.3.30 8:00 AM (122.34.xxx.200) - 삭제된댓글

    아 저만 그런줄 알았건만 비슷한분 있어 깜놀했어요
    저도 진짜 너무 버거워요 그냥 내몸 하나 추스리며 단촐하게 살고픈데 아이가 있으니 넘 힘드네요 아이도 클수록 자기생각이 있으니 그걸 받아주고 인내하는것도 제가 그릇이 작은지라 벅차요
    제가 결혼 자체가 안맞는 사람이란걸 결혼해보고 알았네요 그래도 아둥바둥 제가 할수있는한 엄마노릇을 하고는 있지만 참 힘드네요

  • 10. ...
    '17.3.30 9:46 AM (112.216.xxx.43)

    자식은..결혼하고 또 다른가봐요. 자식 수대로 인생이 곱하기되는 느낌. 나 하나로도 버거운 사람에게 출산은 정말 숙고해봐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 11. ..
    '17.3.30 10:32 AM (124.53.xxx.131)

    어릴때는 내모든 것
    하지만 지랄총량의 법칙은 여지없이 적용됩디다.
    주변을 둘러봐도 ..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그렇죠 나하나도 버거운데 덤이 더 얹혀지니 그 무게는 말 해 무엇하겠어요.
    자식자랑도 그래요.
    늘 좋았다면 지금 좋은게 자랑이 될수 없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76474 개표함열기전 방송된거는 팩트인가요?? 3 ㄱㄴ 2017/04/18 403
676473 삼십대 섹스리스 부부 5 절망 2017/04/18 6,869
676472 다이어트용 닭가슴살 추천 부탁합니다 5 다이어트 2017/04/18 1,231
676471 병원에서. 입원한사람이 2 82cook.. 2017/04/18 521
676470 미래의 민낯 2 머신러닝 2017/04/18 242
676469 이 아줌마의 심리가 궁굼 8 .... 2017/04/18 1,502
676468 오마이 뉴스채널 찾아주세요..ㅠ 7 기린 2017/04/18 217
676467 철도민영화 소수 의견도 경청하는 안철수 8 예원맘 2017/04/18 455
676466 뿌듯하면서도 빵!떠졌어요 4 정말 2017/04/18 766
676465 터키 부정투표 정황 속출 - 관인없는 투표지 4 51%찬성 2017/04/18 567
676464 아놔 박지원 ㅋㅋ 7 ... 2017/04/18 1,368
676463 스마트폰 찾아주면 사례금 보통 얼마 줘야하나요? 8 ㅇㅇ 2017/04/18 1,451
676462 키작고 왜소한 남자 21 2017/04/18 6,621
676461 안철수 예비군훈련 불참 의혹 해명 기사 냈나요? 12 수개표 2017/04/18 774
676460 니 생각만큼이나 내 생각도 존중받을 권리 있다 니내생 2017/04/18 203
676459 뭐..내용 지웁니다. 7 333dvl.. 2017/04/18 482
676458 [펌] 세월호 기억식에서 본 문재인 후보의 얼굴 8 감사합니다 2017/04/18 827
676457 안철수 포스터 가지고 난리치는 분들 34 이거보세요 2017/04/18 1,085
676456 어버이날도 시댁 온가족이 다 모이나요? 8 궁금 2017/04/18 2,043
676455 어제 역적을 보고 8 퓨쳐 2017/04/18 1,233
676454 안철수 포스터 제작의 모든것이 밝혀졌네요 42 이런기사꿀잼.. 2017/04/18 4,126
676453 아침에 너무 못 일어나요ㅜㅜ 8 ... 2017/04/18 1,308
676452 저녁운동후 배고픔조절 뭐가좋아요? (조언간절) 19 행복한하루 2017/04/18 3,363
676451 강아지 심장사상충약 구입문의해요 5 장미대선 2017/04/18 1,075
676450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6 안문그네 2017/04/18 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