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중학교 시절 아이..

30년 간 안잊혀지는 조회수 : 989
작성일 : 2016-09-24 05:23:12
제가 다닌 중학교는 대도시의 신생 중학교였죠. 
당시 연합고사 성적으로 신생 학교의 입지를 올리고자 학교는
정말 무지막지하게 공부를 시켰어요.
전 고등학교때보다 중학교때 더 열심히 공부한 거 같아요
아침 7시 반에 등교해서 보충까지 마치면 10시..
선생님들도 정말 열정적이셨죠..

다만 그 학교에서 있었던 일중 그 시절엔 몰랐지만  가장 비 인간적이라 생각되는 일이
아직까지도 맘에 남아 안지워져요. 

저희 반에 한글도 잘 모르고, 반에서 꼴찌를 도 맡아 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시험만 쳤다 하면 한글 자체를 잘 못읽으니 그냥 빵점인거죠. 

그 아이는 학교를 오려면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야하는 대도시 근교의 농업지역에 살았는데
부모님 농사일 거들고 도무지 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던 거 같아요.

그럼에도 학교에 등교는 최고로 일찍하고 
옷을 절대 갈아입지 않지만
그 같은 옷이 늘 단정하고 깔끔했어요
마치 학교 마치고 집에 가서 잠도 안자고 옷을 깨끗이 빨아 다려 다시 입고
학교에 일찍 오는 일이 그 아이 인생에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인 거 처럼.

그런데 그 아이가 계속 빵점을 맡고 반의 평균을 떨어뜨리니
당시 담임이 그 아이를 개인 상담한 후
학교를 그만 다니도록 했어요.

신생 사립 학교다 보니, 이사장들이 성적 압박 심하게 주고
담임들도 반마다 등수 매기는 이사장에게 스트레스 받을 만치 받아 어쩔 수 없었을지 모르나.

30년 간 그 아이가 늘 제 마음에 마치 어떤 그림자 처럼 문득 떠 오를 때가 있어요. 

아무 말없이 학교에 쥐죽은 듯 있다가 가고
한 벌인 옷을 빨아 입고 학교 다니던 그 아이를

대체 그 학교는 무슨 권리로 
아이의 교육받을 권리를 짓밟아 버렸는지..

제가 엄마가 되고 보니
그 아이가 떠오를때 마다 가슴이 아파요. 

어디선가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바래보기도 하구요..




IP : 2.216.xxx.18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내비도
    '16.9.24 5:36 AM (58.143.xxx.6)

    옷은 갈아입지 않지만 늘 단정하고, 최고로 일찍왔다니.
    단편 소설속의 인물 같아요.
    관심도 없는 사람의 얘기지만, 같이 바라봅니다.

  • 2. 정말
    '16.9.24 6:59 AM (70.29.xxx.190)

    단편소설 같은 이야기네요.
    정말 가여운 마음이 드네요...ㅜㅜ

  • 3. ssss
    '16.9.24 8:49 AM (50.137.xxx.131)

    '신생 사립 학교다 보니'

    옷이 단 한 벌 뿐이고, 농사를 짓느라 한글도 떼지 못한 아이가
    신생 사립학교는 어떻게 다니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 4. 윗님
    '16.9.24 9:41 AM (2.216.xxx.183)

    한국에서 학교 안다니셨어요?
    그냥 뺑뺑이로 추첨해서 당시 '국민'학교 졸업하면 그냥 가는 곳이 중학교였고
    공립이든 사립이든 어차피 모두 국가 부담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별도의 학비 안내고 그냥 다니는 곳이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00576 오~~아로니아 16 hh 2016/09/25 6,904
600575 현관과 거실 사이의 문을 뭐라 하지요? 6 치매초기? 2016/09/25 2,072
600574 등려군의 첨밀밀의 뜻? 6 ........ 2016/09/25 5,597
600573 장인에게 땅팔아달라는 사위 30 ... 2016/09/25 6,008
600572 부천인데요 미세먼지 맞죠? 2 너무함 2016/09/25 1,152
600571 샐러드 ***로 냄비밥하면 잘 되나요? 7 고봉밥 2016/09/25 2,685
600570 신고리원전 부근에서도 가스냄새 1 무서워 2016/09/25 1,078
600569 그릇 셋트 잘 아시는 분께 여쭙니다 17 그릇 2016/09/25 3,285
600568 부동산 없이 직접 방 보러 갔을 때 복비는 어떻게 되나요 4 이사 2016/09/25 1,129
600567 혹시 트름 하는거 고쳐보신분 계세요? 4 트름 2016/09/25 1,552
600566 대전인데 새벽 5시쯤 깼는데 한창 누워있다보니 여진 오더라구요 3 2016/09/25 2,288
600565 멸치 통째로 육수 내는 분은 없나요 14 멸치 2016/09/25 5,059
600564 새누리가 밥달라고 필리밥스터 했다면서요? 14 코스푸레 2016/09/25 1,590
600563 어제 자는데 2 남편이 2016/09/25 861
600562 물건 곱게 쓰면 복 들어오나요? 17 ㅇㅇ 2016/09/25 3,874
600561 대로변1층 아파트어때요? 7 ... 2016/09/25 2,250
600560 노인 유방암 8 걱정 2016/09/25 2,855
600559 플라스틱분리수거함:큰~거? 중간거? 1 사소한 고민.. 2016/09/25 728
600558 그것이 알고싶다에서..친구부인 성폭행 이유가 5 ... 2016/09/25 9,035
600557 압축팩 사용시 청소기로 2 ,, 2016/09/25 927
600556 남자들에게 혼인신고는 권력 쟁취죠 30 요요 2016/09/25 4,913
600555 한일 천주교 탈핵순례와 간담회, 고리 핵발전소 앞 연대발언 후쿠시마의 .. 2016/09/25 360
600554 박근혜가 하지 못한 ‘최대 규모 지진훈련’ 박원순이 한다 3 lady 2016/09/25 2,141
600553 토크쇼같은 예능이 좋아요.. 2 .. 2016/09/25 608
600552 냉장고 베란다에 두고 쓰시는분 4 pppp 2016/09/25 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