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옛이야기 한 자락 : 가짜 사주팔자

이야기 조회수 : 2,776
작성일 : 2016-09-01 21:16:59
가짜 사주팔자

옛날 옛적 어느 곳에 한 사람이 살았는데, 이 사람한테는 아들이 하나 있었어. 아들이고 딸이고 간에 자식이라고는 이 아이 하나뿐이었지. 그러니 얼마나 귀해? 그저 놓으면 깨질세라 불면 꺼질세라 고이고이 키웠지.
아들이 일곱 살 먹었을 때, 하루는 이 사람이 점쟁이한테 가서 점을 쳐 봤어. 앞으로 아들이 잘사는지 못사는지 알아보려고 말야. 점쟁이가 아들 사주팔자를 딱 뽑아 보더니, 아 글쎄 평생을 빌어먹을 신세라고 그러지 뭐야. 사주팔자라고 하는 것은 타고나는 것이고 사람의 힘으로 못 고치는 거라는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 사주팔자가 평생을 빌어먹는다고 나오니 기가 막히지.
그래서 집에 돌아와 밥도 안 먹고 드러누워 끙끙 앓았어. 그걸 보고 아들이 무슨 일로 그러느냐고 묻지.
"글쎼, 점을 쳐 보니 네 사주팔자가 평생 빌어먹을 신세라고 하지 뭐냐? 그러니 밥이 어찌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니?"
"그러면 제가 이 길로 집을 나가서 팔자땜을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안된다. 이제껏 너 하나 보고 살아왔는데, 네가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산단 말이냐?"
"평생 빌어먹을 신세라고 날마다 걱정하면서 사시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아들이 부득부득 졸라 대니 어떻게 해. 딴은 옳은 말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서 나갔다 오라고 허락을 했어.
아들은 집은 나가자마자 바로 점쟁이를 찾아가서 부탁을 했지.
"지금 팔자땜을 하러 가는 길이니, 제게 가짜 사주팔자를 하나 써 주십시오. 반드시 큰 벼슬하고 부자 되어 잘살 팔자라고 써 주셔야 합니다."
점쟁이가 가짜 사주팔자를 한 장 써 주니, 아들은 그것을 옷섶에 넣고 실로 단단히 꿰맸어. 그렇게 해서 길을 떠났지.
집 떠난 아들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마을 글방에까지 가게 됐어. 거기서 마당도 쓸고 부엌일도 하면서 동냥글을 얻어 배웠지. 이 아이가 워낙 붖런히 일하고 고살궂게 구니까, 글방 훈장도 내쫓지 않고 그냥 눌러살게 놔눴아. 보통 때는 머슴이나 종처럼 부려먹으면서, 다른 아이들이 글을 배울 때는 어개 너머로 배우게 해 줬단 말이지.
그런데 글방 훈장이 가만히 보니 얘가 밤낮 옷섶을 꼭 쥐고 애지중지하거든. 그 안에 무엇인지는 몰라도 아주 귀한 게 들어 있는 것 같단 말이야. 궁금해서 물어봐도 그냥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그러니 점점 더 궁금해지네. 그래서 훈장이 하루는 얘가 잠자는 사이에 몰래 옷섶을 살짝 뜯어 봤아. 뜯어 보니까 거기서 종이 한 장이 나오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사주팔자 써 놓은 종이거든. 그런데 그 사주팔자가 참 기가 막히게 좋단 말이지. 큰 벼슬을 하고 부자 되어 잘산다고 씌어 있으니 얼마나 좋아?
'이 아이가 이렇게 좋은 팔자를 타고났단 말인가? 이제부터 이 아이를 다시 봐야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훈장이 그다음부터는 대접을 참 잘해 줘. 머슴이나 종처럼 하부로 부려먹지도 않고, 글공부도 아주 제대로 가르쳐 주는 거지. 가릘 때도 맨 앞자리에 앉혀 놓고 가르치고, 밤에는 남몰래 한번 더 가르쳐주고, 이렇게 아주 잘해 주거든. 그러니 잘 됐지 뭐야. 험한 일은 전보다 덜하고 글은 전보다 더 잘 배우게 됐으니 말이야. 그래서 얼마 뒤에는 훈장이 보기에 더 가르칠 것이 없을 만큼 됐어.
그러다가 과거 보는 때가 됐거든. 훈장은 말에다가 이 아이를 태워서 경마잡이를 딸리고 노자까지 두둑하게 줘 가지고 서울에 과거 보러 보냈어.
"네가 비록 어깨 너머로 글을 배웠지만 남보다 못하지 않으니 꼭 급제해서 돌아오너라."
사주팔자에 큰 벼슬을 한다고 돼 있으니 과거 급제는 따 놓은 당상 같거든. 아무튼 훈장 덕분에 아이는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게 됐어. 가서 과거를 봤는데, 본래 똑똑한 데다가 글공부도 부지런히 했으니 볼 게 뭐 있나. 보기 좋게 급제를 했지.
과거에 급제를 해서 벼슬까지 얻어 돌아오니 글방에서는 아주 경사가 났어. 훈장은 그제야 아이한테 실토를 했지.
"내가 네 옷섶에 들어 있는 사주팔자를 몰래 뜯어 봤느니라. 그때 이미 네가 크게 될 줄 알았다."
아이는 웃으면서 훈장에게 앞뒤 사정을 다 일러 줬어. 사주팔자가 나쁘다해서 가짜 사주팔자를 품고 집을 떠난 일을 세세하게 다 말해 줬지. 훈장은 가짜 사주팔자에 속은 꼴이 됐지마는, 어쨌거나 과거에 급제까지 했으니 탓을 할 리 있나. 도리어 용기 있다고 칭찬을 해 주지.
곧 말을 타고 풍악을 울리며 집에 돌아가니, 집에서는 더 큰 경사가 났어. 아들이 몸 성히 돌아온 것만 해도 고마운데 과거에 급제까지 하고 벼슬까지 얻어 가지고 왔으니 더 바랄 게 뭐야. 온 동네 사람들 다 불러모아 큰 잔치를 벌였지.
아들은 그 뒤로 벼슬이 점점 높아져서 나중에는 저알로 큰 벼슬하고 부자되어 잘 살았다. 그러니 과연 가짜 사주팔자가 진짜 사주팔자가 된 셈이지.
이걸 보면 사주팔자라고 하는 것은 타고난다고 하지마는, 사람의 힘으로 얼마든지 고칠 수 있나 보네.

.................


요즘 옛날 이야기 읽는데 자게에 '사주팔자' 이야기가 종종 올라와서
이 이야기 올려봐요~
서정오 글 중에서
IP : 110.8.xxx.2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야기
    '16.9.1 9:18 PM (110.8.xxx.28)

    서정오 글 : 철따라들려주는 옛이야기 중에서

  • 2. 귀뚜라미
    '16.9.1 9:33 PM (61.82.xxx.249)

    이야기가 많이 공감이 되네요~~^^
    말하는대로 생각대로 되어지는 인생이라잖아요

  • 3. ...
    '16.9.1 9:42 PM (1.241.xxx.187)

    스스로 만드는 팔자.

    사주팔자하고 점, 굿, 이런거 완전 좋아하시는 시어머니에게 들려드리고 싶네요.

  • 4. 팔자
    '16.9.1 11:58 PM (119.82.xxx.84)

    팔자는 스스로 만드는것.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92740 수학학원 2 수학 2016/09/02 839
592739 결핵환자가 있는 집에서 갓난아기 37 하루 2016/09/02 4,458
592738 보험설계사분이 사은품(?)을 전혀 안주세요. 10 .. 2016/09/02 2,278
592737 먹고 남은 후르츠 칵테일 어떻게 활용(?) 하세요? 8 .. 2016/09/02 2,651
592736 저처럼 정적으로(?) 사는분 많으세요? 19 평강 2016/09/02 5,464
592735 창문, 창틀, 방충망 청소 잘 하시는 분~ 4 청소못함 ㅠ.. 2016/09/02 2,095
592734 세월호 3차 청문회 2일차 생중계 4 힘내세요 2016/09/02 262
592733 “사드 배치 반대 정치인 “한국 정치인 자격없다” 5 세우실 2016/09/02 537
592732 어제 재방송으로 보는데 박수홍씨 너무 편해보이네요 7 미운우리새끼.. 2016/09/02 3,204
592731 펀드공부 도와주세요 경제잼나~ 2016/09/02 348
592730 자식 낳아 키워보신 분.. 자식을 사랑만으로 키울 수 있던가요?.. 9 자식 2016/09/02 2,401
592729 조카 문제로 담임선생님과 이모가 통화 11 이모 2016/09/02 3,599
592728 드래곤푸르트 말입니다. 20 과일중독 2016/09/02 2,019
592727 아침부터 펑펑 울었어요- CBS 세월호 다큐멘터리 '새벽 4시의.. 12 새벽4시 2016/09/02 2,370
592726 편한 신발 추천 좀 해주세요 9 사탕별 2016/09/02 1,583
592725 클랜즈 주스 이틀 다이어트 후기 ㅋㅋ 9 마키에 2016/09/02 4,970
592724 트립투 이탈리아 ..라는 영화 8 000 2016/09/02 1,026
592723 고2아들 자퇴 13 2016/09/02 5,236
592722 질투의 화신 공효진 동생역 2 취향이상해 2016/09/02 1,465
592721 초등6학년 수학요 2 폴리 2016/09/02 1,093
592720 지각 21 ㅠㅠ 2016/09/02 2,610
592719 잘 살기 위해서 죽음을 준비하듯, 부부행복을 위해서 이혼을 공부.. 1 글귀 2016/09/02 1,292
592718 근데 왜그렇게 결혼하려고 애를 쓰세요? 18 ".. 2016/09/02 3,880
592717 기본 메이크업 하면서 안경쓰시는분들 안불편한가요? 6 // 2016/09/02 1,531
592716 선거관리위원장 인사 청문회도 있었나봐요 1 어제 2016/09/02 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