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동네에서 말 전하는 엄마들의 대화 모습

세상이치 조회수 : 4,948
작성일 : 2016-07-17 08:56:53
모여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십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특정인을 이야기하자라고 모인게 아닌데
어쩌다 누군가에게 나온 말이.
예를 들어) OO엄마 요즘 보기 힘들던데 왜 그렇게 바쁘대?
혹은, OO가 학교에서 ..그랬다며?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처음부터 나, 실은 말야...누구 좋아, 싫어 이렇게 대놓고 감정이 나오진 않죠.

슬슬 각자의 투트를 통해 알게 된 정보가 모입니다.
누가 그러는데. 어쩌고.
우리 아이가 그러는데 어쩌고..
아하...하면서 몰랐는데 ..하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된 것에 일종의 쾌감을 느끼죠.

보통 대부분은 이러고 마는데. (단순 사실에 대한 정보 수집)
한 사람이 대화도 이어갈 겸 툭 던집니다.

근데 난 OO엄마 이런 게 좀 ...
테이블에서 허리 빼고 있던 이들도 이런 대화가 시작되면
쑥 앞으로 당겨와 귀를 쫑긋하죠. 왜? 뭐? 무슨 일 있었어?

머뭇거리던 이도 이런 집중에 얼떨떨하면서도
설마..하는 마음, 뭐 어때 하는 마음이 들면서
말을 이어갑니다.

다 좋은데. 내가 보니까 이런게 별로더라고.
이제부터 대화는 더 은밀하고 신랄해집니다.

여기서부터는 정보(사실)이 아니라 '느낌적인' 문제이고 주관적인 판단이기에
더 구체적이고 적나라하죠.

예를 들어...
평소에 돈 쓰는 습관.
아이들, 혹은 선생님 및 주변인들을 대하는 태도.
개인적인 옷이나 음식, 집 등에 대한 취향
그 사람 특유의 말투나 사소한 행동 등도 포함됩니다.

맞아. 맞아. OO엄마가 그런게 있지
내가 보기엔 이런 점도 있던데.
아.. 그래서 그 때 그랬구나

대화 내용은 분명 한 사람을 두고 씹는 상황인데
그 전 상황(사실 전달)의 연결선상인냥 그렇게 '정보'를 나눔이라고 치부하는 거죠.

그런데 백인백색이라고..
한참 그렇게 같은 것을 공유했던 엄마들 중 하나는
OO엄마에게 조금은 빚진 감정이 있죠.

모임이 아닌 개인적으로 바쁠 때 아이를 잠시 봐준 적이 있다거나
집이 가까워 먹을 것을 가끔 얻어 먹었다거나
본인이 힘들 때 위로를 받았다거나.

집에 돌아가보니
마음이 홀가분하지많은 않았나봐요.
우리말로 퀭긴다고 하나요? ㅎㅎ 말로는 되는데 글로 하니 어색하네요.

개인적인 은밀한(?) 친분도 이어가고 싶은데
슬슬 겁도 나죠. 혹시 조금 아까 모임에서 정도를 조금 지나치게 나온 말이라거나
분명 본인이 알고 있던 것도 같이 풀어 놓고 하하호호 큰 소리로 웃었는데도
혹시 내가 이야기한 걸 누가 말하면 어쩌지.

물론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마음도 있죠.
그런 사람은 아닌데...진심은 내가 아는데 이런 측은함......과 동시에
OO엄마에 대해 누구누구누구가 갖고 있는 이런저런한 감정을
알려주고 싶다는 일종의 정의감도 생깁니다.

커피 한 잔 하자고 하고선
슬슬 말을 꺼내봅니다.

있잖아요 언니. 에효..
뭐. 무슨 일 있었어?
그게 말야...자꾸 속이 상해서.
뭔데??
아냐. 그냥 그런 일이 있었어요. 에효.
말해봐. 무슨 일 있니?
제 말...오해, 아니 속상해 하지 말고 들어요 .실은 말야..
..
....
난 왜 엄마들이 그러는지 정말 이해를 못하겠어. 언니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구체적으로 누가 이런 이야기를 누가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뭉뜽그려 나온 이야기(본이 이야기를 포함)를 다 꺼내고 나니
세상에나 무거웠던 마음의 빚이 사라지네요.
난 그래도 언니 편이에요. 기운 내요...

자. 남아 있는 OO엄마는 어떤 마음이 들까요?

동네든, 아이 학교든, 운동이나 취미 활동이든
그 모임에 연류된 듯한 엄마들 다시 보게 되면 어떤 마음이 들 거 같아요??

....

전 솔직히 OO엄마 입장이었기도 하고
다른 모임에서 저런 주제의 대화에 같이 대화에 참여한 적도 있네요.
그래서 이런 글도 쓸 수 있게 된 지도 모르죠.

제 주변에서 유독 저런 식으로 말 전하던 동네 엄마 둘...
무슨 이유이든 각자 이사 갔어요.
그러니 이런 글도 쓸 수 있게 된 거지만...

한참 그러던 그 시절보다 좀 더 더 나이 먹고 보니 어쩌면
본인은 뭘 잘못했는지 진짜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 듭니다.

진실을 전함으로써 구해주고 싶다는 사명감이나
혹은 이런 이야기를 전해줌으로 더 친밀함을 갈구하는 것일 수도.

문제는....
이런 문제가 끊임없다는 거...

그게 진짜 문제네요.
IP : 118.218.xxx.110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7.17 9:14 AM (222.100.xxx.230)

    글쎄요..저는 이야기듣다보면 개인적인 감정에서그러는지, 진짜 애들문제라 그러는지..들어보면 알잖아요..거의 사람들 선별해서든는거 같아요..개인적인감정은 흘려듣고, 애들문제로 엮여있음 더주의깊게 생각하죠..예를들어 그집 경제적인거나,옷. 음식, 취향 같은건 그냥 듣고 흘리는데..애들 운동이나 과외같은거 같이하는데, 이기적인상황을만들어 여러사람 피해주고.그런 사람이면 얘기듣고주의하죠..

    요즘은 엄마들도 오히려 그런개인적인감정 드러내면 이상하게 보던데요...

  • 2. ...
    '16.7.17 9:15 AM (1.229.xxx.62) - 삭제된댓글

    말전하는 여자가 더나쁘다고하지만 애초에 말한사람이 나쁜거같아요 저도 이런분땜에 거리두고있어요

  • 3. 그자리에 없는 사람 얘기는 안하려고
    '16.7.17 9:24 AM (210.99.xxx.190)

    서로들 노력해요 요즘은.
    고학년들 엄마라서 나름 내공들이 쌓여 그리된것 같기도하구요ㅡ
    교양있는 엄마들 모임에서는 남얘기 잘안해요.

  • 4. 엄마들
    '16.7.17 9:25 AM (223.62.xxx.117)

    교묘히 애들 흉 많이봐요 자기애는 절대 보호하면서 남의 아이는 완전 너덜너덜하게 해놓죠 저는 아이들이 요즘 왕따 은따시키는게 이해가가요 보고 배운게 그런거밖에 없다는...

  • 5. 리얼하다
    '16.7.17 9:32 AM (175.223.xxx.90) - 삭제된댓글

    글 잘쓰신다
    맞아요 저러구 다니더라구요
    근데 아주 쎈 사람 얘기는 입도 뻥긋 못한다는

  • 6. 한동안
    '16.7.17 10:01 AM (118.218.xxx.110)

    조용히 사나 싶었는데..

    최근에 또 누가
    자기야...내 말 섭섭하게 생각하지마..이러고
    대회를 시작하더니...^^;;

    아이가 그룹으로 하는 활동에
    제가 한 제안을
    공개적으론 반대를 못하고
    자기들끼리 따로 모여 반대 의사를 모았나봐요
    이러저러해서 공개적으로
    그 제안이 별루다 하면 될 것을...

    그 와중에 제가 들어선 안 될 이야기가
    있었나 보죠? ㅎㅎ^^;;

    전 쿨하게^^(겉으로) 그러자 했고
    결국 그 그룹활동에서 나왔는데.

    제 방식대로 이어 한 제 아이는
    최근 꽤 성과가 좋았다는...마무리.

    사람 생각, 마음이 어찌 같을 수 있나요?
    이해는 하는데
    제발...

    섭섭하게 듣지 말라든가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라던가
    듣고 속상해 하지 마라 식으로
    이야기 시작 좀 안 했으면 ...하네여

  • 7. ...
    '16.7.17 10:33 AM (125.177.xxx.53)

    근데...섭섭하게 듣지마로 시작하는 말은...밀 전한다기보담은..외려 원글이를 보호해주는 의미아닌가요??

    단체톡방서 의견내는거..참 어렵더라구요..아무리 친한 모임이어도..4명 넘어가는 톡방은 참 어렵...의견을 내고프면 만남을 주선하셔야하구요..
    그냥 제 느낌으로..원글님은 결국 팀에서 나왔고..그 결과가 좋았다면 님의 제안이 님아이에게는 적절했으나 다른 아이에겐 다소 빠른 제안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님의 아이가 빠른 아이라면..뒷말을 하는 사람들이 옳은건 아니지만..뒷말을 생성하는 기본 조건 중 하나가 빠른애 더라구요..물론 엄마입장에서 화나고 속상하고 저래 애들 얘기를 하나 싶겠지만...느린듯한 아이를 둔 엄마의 입장에서는 빠름이 부러움도 될 수 있지만 버거움도 될 수가..

    저도 말전하는 엄마였을수도..말듣는 엄마였을수도..그래서 반성하려 들어와봤다가 원글님의 마지막 댓글을 보고 이런 궁예질 함 해봅니다. 님의 아이가 빠른지 느린지..어떤 팀인건지..모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서운하게 생각치말라며 전한 얘기는 꼭 나쁜 뜻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을듯 하다고..외려 진짜 기분 나쁜건 남들은 다 아는데..난 눈치로 다 파악했는데..실체는 모르겠는 얘기들인거죠..

    모..여기까지..제 궁예질은 여기까지.

  • 8. .....
    '16.7.17 11:04 AM (211.201.xxx.68)

    너무 현실적으로 잘 쓰셨네요
    전달이 잘되요

    여자에 게다가 전업주부들모임이라서 뒷담화가 주되는거같아요
    남자들도 그렇다하지만 남이야기, 비교, 질투가 여자들이 더 님한 특성이에요

  • 9. 글이 리얼함
    '16.7.17 11:11 AM (121.185.xxx.67)

    낄수도 안낄수도 없는

    그런 느낌이죠

  • 10. ...
    '16.7.17 12:10 PM (118.38.xxx.29)

    여기서부터는 정보(사실)이 아니라
    '느낌적인' 문제이고 주관적인 판단이기에
    더 구체적이고 적나라하죠.

    한참 그러던 그 시절보다 좀 더 더 나이 먹고 보니 어쩌면
    본인은 뭘 잘못했는지 진짜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 듭니다.

    진실을 전함으로써 구해주고 싶다는 사명감이나
    혹은 이런 이야기를 전해줌으로 더 친밀함을 갈구하는 것일 수도.

    문제는....
    이런 문제가 끊임없다는 거...

    그게 진짜 문제네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77926 정부 또 외부세력 타령..사드에 색깔론 프레임 만들기 7 프레임 2016/07/18 567
577925 플라잉요가 3개월. 시작해볼까 망설이시는 분들 질문 받아요. 20 운동초보 2016/07/18 9,231
577924 더 벌면 더 쓰는건 확실한데...그래도 그게 나은거 같아요 4 저도 맞벌이.. 2016/07/18 1,969
577923 외곽인데 딱다구리가 나무를 파 먹는 소리가 들려요 9 ㅎㅎ 2016/07/18 826
577922 천냥샵 같은 그런 가게에 싸면서 쓸만한게 꽤 있네요 2 의외로 2016/07/18 910
577921 농사 지으면 시간 여유는 많지 않을까요? 25 ........ 2016/07/18 3,227
577920 일산에 한달만 빌릴집 8 파랑새 2016/07/18 2,916
577919 아이교육...힘이 빠집니다.. 21 힘든엄마 2016/07/18 4,850
577918 중2아이가 친구없다고학교다니기싫대요자퇴한대요 23 이걸우째야 2016/07/18 5,537
577917 초복 양쪽집 다 챙기려니 힘드네요 9 .. 2016/07/18 2,782
577916 종합영양제 먹어도 따로 마그네슘 먹어야 하나요? 1 마그네슘 2016/07/18 1,240
577915 집을 2박3일동안 밤새워가며 치웠는데 5 ㅇㅇ 2016/07/18 2,613
577914 이웃에 강아지가 있는데 12 ... 2016/07/18 2,331
577913 돌잔치 하려고 하는데 한식당 추천 좀 해주세요~ 3 돌돌돌 2016/07/18 667
577912 한글은 악필에겐 참 쓰기 힘든 글자 같아요. 13 qqq 2016/07/18 1,917
577911 올리브나무도마 쓰시는분 1 도마 2016/07/18 1,059
577910 타이레놀 조심하세요.. 5 .... 2016/07/18 5,583
577909 영어 한 문장 해석 부탁 드려요. 3 .... 2016/07/18 590
577908 선글라스 렌즈도 유효기간이 있나요(uv 차단..) 2 오늘은선물 2016/07/18 3,593
577907 썩은 똥보다도 더러운 현재를 거슬러 올라가 옛 얘기 세편 꺾은붓 2016/07/18 694
577906 노인들은 왜 젊은사람들이랑 놀고싶어할까요? 57 ........ 2016/07/18 10,034
577905 이진욱, 유상무등의 논란을 보면서... 10 모모 2016/07/18 3,823
577904 초등 여아 실내 수영복 어떤거 입나요? 3 강습용 2016/07/18 5,046
577903 170cm에 68~70kg 어떤느낌이세요? 21 .. 2016/07/18 22,408
577902 임신초기 비타민이나 영양제 추천 좀 해주세요~ 1 예비맘 2016/07/18 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