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6년 5월 10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608
작성일 : 2016-05-10 07:23:02

_:*:_:*:_:*:_:*:_:*:_:*:_:*:_:*:_:*:_:*:_:*:_:*:_:*:_:*:_:*:_:*:_:*:_:*:_:*:_:*:_:*:_:*:_:*:_

첫 페이지의 의혹을 넘겨버린 것도 세월이었다
더 이상 번역하지 않아도 되는 당신을 눕혀두면
눈 밖에 난 활자들도 어둠을 먹고 자란다

신비롭게 제본된 팔다리를 흔들어 본다

사서처럼 당신을 들고 오던 날 편협한 장르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었다
당신을 펼치고도 늘 화자였던
나는 바깥이 그리운 아내가 되고
숨 쉬는 것조차 다른 당신을 매일 덮었다

아이들은 생소한 이야기를 시작한 지 오래다

나의 눈높이로 들어 올린 당신은 한 번씩 버려진 문장처럼 뚝 떨어진다
글자보다 여백이 많은
감명 깊은 나라로 떠난 여행길에서도
당신을 끝까지 읽은 적이 없다

개미의 길처럼 작은 통로로 끊임없이 사라지는 주인공을 따라오는 사이
당신은 헌책방의 고서처럼 누렇게 뜨고 있다
신간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나는 돋보기를 쓰기 시작했다

제목이 뭐였더라, 당신? 엄지와 검지에 침을 발라
한 끼의 그리움을 번역해낸다
한 번도 대출 받은 적 없는 목록마저 사라졌다
나의 환한 등잔 밑에 숨어 있던 책 속의 길

저자는 죽었다

나비효과처럼 팔랑이는 페이지마다
읽어서 도달할 경지였다면
화려한 세간 밑에서 먼지가 쌓였겠다
더 이상 속독이 되지 않는 느린 벤치 위에서 바람이 당신을 읽고 간다

오래 흘러야 강이 된단다

평생을 먹어도 배가 고픈 우리는
간단한 줄거리를 오래도 붙들고 있다
어느 날은 율법처럼 서 있던 당신을 성경 옆에 꽂아 두기도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당신을 꺼내어 일기를 쓴다

어느 페이지인가에 나의 혼을 접어 두었었다


                 - 이월란, ≪당신을 읽다≫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6년 5월 10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6/05/09/201605109292.jpg

2016년 5월 10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6/05/09/201605105252.jpg

2016년 5월 10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43038.html

2016년 5월 10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be6f5bda23a44244b31aa31a0dc21f0d




극과 극은 통한다지만 서로 다른 극인 것 같지도 않음.




―――――――――――――――――――――――――――――――――――――――――――――――――――――――――――――――――――――――――――――――――――――

우린 남에게보다 늘 자신에게 더 가혹하다.
당연히 힘든 일인데 자신을 바보 같다고
미쳤다고 미워하고,
남들도 욕한 나를 내가 한 번 더 욕하고,
그것도 모자라 누군가는 가슴에,
누군가는 몸에 문신을 새기기도 한다.

              - 노희경, ˝굿바이 솔로 2˝ 中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1900 영어 한 문장만 봐주실래요? 3 2016/05/27 765
    561899 계산법 좀 알려주세요---몇프로 오른건지 계산 2 문과 2016/05/27 4,108
    561898 경찰 군인 소방관 임용때 남녀 체력기준차별 43 ... 2016/05/27 4,624
    561897 15년만에 처음 제사상 비용 남편이 주네요 11 역사 2016/05/27 3,490
    561896 타인이 제 통장에 입금한 경우에 4 궁금 2016/05/27 1,717
    561895 순식간에 미움날리는 방법 6 그냥 2016/05/27 2,811
    561894 주말엔 다들 뭐 하실 계획이세요? 2 . 2016/05/27 1,199
    561893 컴퓨터 한글 2010교육 2 샤방샤방 2016/05/27 690
    561892 고등학생에게 종합학원은 정말.. 7 다시금 2016/05/27 3,467
    561891 40살에 온앤온 블라우스는 무리였나 봐요.ㅠㅠ 11 ㅜㅜ 2016/05/27 6,984
    561890 옥시 전 외국인 대표 검찰 소환 불응.."바빠서 못 온.. 1 샬랄라 2016/05/27 620
    561889 계란말이 2 새벽 2016/05/27 1,207
    561888 갤럽)호남 더민주1위... 4 여기조차 2016/05/27 1,010
    561887 2.1등급 8 ~~ 2016/05/27 1,688
    561886 급)6월말 련던 숙박 문의 4 감사합니다... 2016/05/27 670
    561885 길냥이가 기침을 컹컹하네요 3 에휴 2016/05/27 1,258
    561884 세월호773일) 미수습자님들이 꼭 가족분들과 만나게되시기를. ... 7 bluebe.. 2016/05/27 496
    561883 진심 미세먼지 이제 심각하게 느껴져요... 5 또릿또릿 2016/05/27 3,210
    561882 TV조선에서 이봉규 신나게 깨지내요 4 종편 2016/05/27 2,448
    561881 엄마랑 사이가 안 좋은데 저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2 간사한마음 2016/05/27 1,271
    561880 일반고꼴찌는 졸업후 대학 갈수 있을까요? 9 일반고꼴찌 2016/05/27 2,929
    561879 귀지에도 종류가 있나요? 2 2016/05/27 2,329
    561878 거꾸로 뜨는 달 웹툰 보세요 3 me 2016/05/27 1,847
    561877 벌레들 임세령 타령 좀 고마해라 지겹다 (냉무) 지겹다 2016/05/27 1,011
    561876 미세먼지 방지 발명품 뭐가 있을까요 3 미세먼지 2016/05/27 1,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