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6년 3월 24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528
작성일 : 2016-03-24 07:49:39

_:*:_:*:_:*:_:*:_:*:_:*:_:*:_:*:_:*:_:*:_:*:_:*:_:*:_:*:_:*:_:*:_:*:_:*:_:*:_:*:_:*:_:*:_:*:_

6월 저녁 해어스름
어둠이 사물의 경계를 지워나갈 때
저녁 먹고 동네 한 바퀴
어두워지는 일이 이리 좋은 것인 줄 이제 알게 되네
흐릿해져서
흐릿해져서 산도 나무도
그 무엇보다 죽도록 사랑하고 죽도록 싸웠던 일들도 흐릿
흐릿해져서
개망초 떼로 피어선 저것들이 안개꽃이댜 찔레꽃이댜
안개꽃이면 어떻고 찔레꽃이면 어뗘
개망초면 어떻고 또 아니면 어뗘
꽃다워서 좋더니만
이제 꽃답지 아니해서 좋네 이녁
화장을 해서 좋더니
화장하지 않아서 좋을 때가 이렇게 왔네
저녁 이맘때의 공기 속엔 누가 진정제라도 뿌려놓은 듯
내 안에 날뛰던 짐승도 순하게 엎드리네
이녁이라고 어디 다를라고
뭐 죽도록 억울하지는 않아서 세상 다 용납하고 다 받아들이겠다는 듯
어둠 속에 둥글어진 어깨를 보네
이대로 한 이십년 한꺼번에 더 늙어지면
더 어둡고 더 흐릿해져서
죽음까지도 이웃집 가듯 아무렇지 않을 깜냥이 될까
모든 일이 꼭 이승에서만이란 법이 어디 있간디
개망초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뗘
꽃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뗘
그 때 기억할까 못하면 또 어뗘
저녁 먹고 동네 한 바퀴
지는 꽃 쪽으로도 마음 수굿이 기울여지던


                 - 복효근, ≪저녁 먹고 동네 한 바퀴≫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6년 3월 24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6/03/23/20160324grim.jpg

2016년 3월 24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6/03/23/20160324jang.jpg

2016년 3월 24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36568.html

2016년 3월 24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2c17af0396b64f568dadbcb9bf3ce715




짜릿함과 위기감의 공존...이랄까?





―――――――――――――――――――――――――――――――――――――――――――――――――――――――――――――――――――――――――――――――――――――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

              - 윈스턴 처칠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군자란
    '16.3.24 9:34 AM (76.183.xxx.179)

    전과 15 범을 대통령으로 뽑아주는 국민들을 보며,
    저는... 제가 잘못 살았을지 모른다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먹물깨나 들었다는 친구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그를 선택했답니다.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걔들이 유신 반대 데모를 같이 했던 친구들 이거든요.

    그러다가...부엉이 바위에서 한 가닥 남은 희망이 떨어지고
    손 놓고 일주일을 울면서... 같이 통곡하는 국민들을 보며, 그들을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다음 선거.
    이번엔 머리에 꽃을 꼽은 여자를 대통령으로 세워 주더군요.

    두번 째에는 환멸을 느꼈습니다.
    대한민국 이라는 나라와, 그 안에서 마치 같은 숙명을 가진 한 민족처럼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두렵기 까지 했습니다.

    대선은 아직 남았지만, 이 번 총선에는 또 어떤 결과를 보여주려는지
    지켜보는 마음이... 백척간두에 선 심정입니다.

    아마.... 단언하건데,
    더 처절하게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팔아먹어도 1 번 이라는 그 사람들...
    정말 망해버린 나라에서, 저들의 딸을 일본군에게 빼앗기고
    저들의 아들을 막장에 몰아 넣은 후에, 땅을 치고 통곡하는 그 날이 차라리 빨리 오기를...

    세우실 님이 정성들여 올려주신 만평을 보며,
    머리속을 가득 채우는 소감입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1828 유치원 엄마들이랑 친해야하나요? 9 ㅇㅇ 2016/03/25 2,215
541827 반영구화장 시술 아무나 할 수 있나요? 2 궁금 2016/03/25 932
541826 김광진 트윗 jpg 12 찡하네 2016/03/25 2,468
541825 엄마가 뭐길래 강주은씨 올리브요.. 3 ㅡㅡ 2016/03/25 5,347
541824 야자하는 고1 딸아이 응원차 가려합니다. 간식? 15 gmaa 2016/03/25 3,292
541823 서울시, 세계 7대 '지속가능한 도시'에 샬랄라 2016/03/25 568
541822 부모님 노후대비 보험 어떤 게 좋을까요? 6 파란들 2016/03/25 815
541821 현대 계열사 다니면 현대백화점 상품권 회사에서 그냥 나눠주기도 .. 9 ... 2016/03/25 3,041
541820 2달 정도 차를 빌리려고 하는데 좋은 방법 없을까요? 4 ..... 2016/03/25 993
541819 우울증약 얼마만에 효과 보나요? 9 행복하자 2016/03/25 3,290
541818 붓펜타입 아이라이너도 번지나요? 7 .... 2016/03/25 1,491
541817 아이방에 메모나 안내문 붙일 판? 뭐 사면 되나요? 2 ^^ 2016/03/25 411
541816 14년 납임한 생명보험 해지해 버려도 될까요? 11 같이 보험고.. 2016/03/25 2,670
541815 공무원 연금.. 대폭 줄어들었던데 정년보장되는것 말고는 별 메리.. 18 /// 2016/03/25 5,438
541814 도우미아주머니... 12 ... 2016/03/25 3,589
541813 치과질문] 어금니 치아색으로 떼운 부분 깨만큼 떨어졌어요 6 떼운이 2016/03/25 1,763
541812 아이가 놀이를 빙자한 괴롭힘을 당합니다. 5 학폭 2016/03/25 1,396
541811 제가 뭘 잘못 한 건가요?? 4 2016/03/25 1,351
541810 에르메스 향수 잘 아시는 분!! 6 에르메스 2016/03/25 2,400
541809 중3 남학생 평균 키가 어느 정도 되나요? 17 2016/03/25 7,512
541808 커피전문점이요.남기는 할까요? 8 궁금 2016/03/25 2,850
541807 50대 남자직원.. 감사선물 3-4만원에 뭐가좋을까요? 5 선물 2016/03/25 1,292
541806 저희 집 개 눈이 이상해요. 15 개두마리 2016/03/25 2,026
541805 한번의 실수가ㅠㅠ 5 큼큼 2016/03/25 1,945
541804 요즘은 20대중반 결혼들 많이 하나요 ? 8 앨리스 2016/03/25 3,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