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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먼 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 
나를 뚫고 오르렴 
눈부셔 잘 부스러지는 살이니 
내 밝은 피에 즐겁게 발 적시며 뻗어가려무나 
척추를 휘어접고 더 넓게 뻗으면 
그때마다 나는 착한 그릇이 되어 너를 감싸고 
불꽃 같은 바람이 가슴을 두드려 세워도 
네 뻗어가는 끝을 하냥 축복하는 나는 
어리석고도 은밀한 기쁨을 가졌어라 
네가 타고 내려올수록 
단단해지는 나의 살을 보아라 
이제 거무스레 늙었으니 
슬픔만 한 두릅 꿰어 있는 껍데기의 
마지막 잔을 마셔다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내 가슴에 끓어오르던 벌레들,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빈 그릇, 
너의 푸른 줄기 솟아 햇살에 반짝이면 
나는 어느 산비탈 연한 흙으로 일구어지고 있을 테니
                 - 나희덕, ≪뿌리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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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7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5/09/06/20150907_grim.jpg
2015년 9월 7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5/09/06/20150907_jangdory.jpg
2015년 9월 7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07712.html
2015년 9월 7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46c7062cf1c843e6bf47d5541bc72188
당해보면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갈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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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다.
- 정호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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