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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옛날에 참 슬펐던 이야기

옛날얘기 조회수 : 4,013
작성일 : 2015-08-16 23:43:08
저에게는 슬픈 이야기네요.

저희 엄마가 엄청 성격이 강한 사람이라
저를 쥐고 흔들었죠.
어려서부터 결혼적령기까지의 기억은
엄마에게 휘둘렸다는 것뿐.

대학 내내 남친없다가 졸업생 때 복학선배 사귀어서
정말 결혼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 남자의 착함 성실함은 엄마에게 쥐뿔도 아님
헤어지라고 난리쳐서 헤어졌네요.

그리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맞선만 열심히 봤어요.
정말 사는 게 뭔지 죽고싶을 정도 힘들었어요.
맞선에 나온 남자들이 병신이 아니어서
저를 "학벌얼굴 믿고 부자남자 건지러 나온 친정엄마의 꼭두각시"로 딱 판단하더군요.
그러니 맞선 볼 때마다 남자들때문에 기분만 나쁘고.
제가 자존심상해 그 자리를 나와버리면 엄마는
학벌얼굴 말곤 별로인 게 자존심만 세다고 난리난리.

그러다가 정말 사랑하는 남자를 맞선에서 만났어요.
저보단 낮은 대학이었지만
잘 생겼고, 키크고, 저를 사랑해주었고, 정말 저를 너무나도 예뻐해주었어요.
정말 이 남자라면 너무나도 믿고 사랑하고 맡기겠다,
우리는 정말 너무나도 좋아했어요.
결혼가지고 이리 재고 저리 재고 결혼해줄 듯 몸만 만지려 들던 남자들과는 정말 달랐어요.
SKY는 아니었지만 그 점은 엄마 맘에 안 들었지만
저는 이 남자의 따스함에 정말 반했어요.

그런데 의심가는 면이 하나 둘 씩 생겼어요.
나중에는 그 의심이 불어터져서 도대체 뭐가 의심인지도 모르게요.

그래서 저는 맞선 주선자에게 물어보았지만 그 사람도 잘 모르겠다, 하길래
저 혼자 알아보았어요.
성격상 그런 거 못 하는데 용감하게 여기저기 전화했지요.

처음엔 미친년 취급도 받았지만
특히 그 남자 졸업한 학부에 직접 전화해서
우리 애 과외선생인데 학벌이 궁금하다 해서(전 물론 처녀였구요. 이런 거짓말도 했죠)
겨우 응답을 들었어요. '무슨 일이신데요. 함부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면서 몇 번이고 끊음을 당했고요.

그 남자는 그 대학 그 학부를 졸업하지 않았습니다................................................

좀더 알아보니 이 남자는 맞선볼 때 말했던 조건은 전부 거짓이고
특히 명문고 졸업고도 거짓, 상고 출신이었고 학벌은 거기서 스톱이었고요.
물론 명문대도 거짓이었고요.

그걸 따지자 그 남자는
넌 역시 조건이나 따지는 여자구나.
학벌따위나 밝히고 너도 어쩔 수 없구나.
나는 그 남자가 '거짓'을 말했다는 게 중요했는데
그 남자는 제가 '학벌조건이나 밝히는 여자'라고 하더군요.

많은 충격이었어요.
우리 엄마가 그랬듯
난 제대로 된 인격의 남자는 한 명도 꼬이지 않고
어디서 병신같은 놈들만 썩은 고기에 꼬이는 똥파리처럼 꼬이는 여자인가.

그 몇달 뒤 자살시도를 했었지요.
중크기의 병에 든 아스피린 같은 걸 마구 퍼 넣었고
나중엔 배가 불러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먹었더니
깨어나니까 의사가 뭐라뭐라 하더니 위세척하자고 옆으로 누운 제 어깨를 잡고 말하더라구요.
제가 싫다고 죽겠다고 난리쳤고
의사가 뭐라고! 하자 저는 정신을 잃었구요.
나중에 간호사가 옆으로 누운 제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고 있더라구요.

제 슬픈 기억이었습니다.
IP : 178.162.xxx.34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ㅁㅁ
    '15.8.16 11:45 PM (58.229.xxx.13)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결혼 하셨어요?

  • 2. 결말
    '15.8.16 11:45 PM (175.215.xxx.225)

    그 슬픈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되나요? 부디 해피엔딩이면 좋겠는데요...

  • 3.
    '15.8.16 11:46 PM (223.62.xxx.43)

    이 짠내를 어찌할꼬....ㅠㅠ

  • 4. 그래서
    '15.8.16 11:49 PM (58.140.xxx.232)

    지금은 어찌 지내시나요? 그 미친놈 떼놓은건 진짜 잘하신거고, 조건이나 따지냐는 그 헛소리하는 뻔뻔함이라니! 당연히 거짓으로 점철된 그 인간에 정떨어져 헤어진 원글님이 정상이에요. 거의 똑같은 경우가 저희엄마 친구분께 있었는데 그분은 결국 이혼하셨대요.

  • 5. 저는
    '15.8.16 11:54 PM (178.162.xxx.34)

    지금 물론 결혼하고 애들이 다 컸어요.
    잘 살고 있어요.
    그런데 가끔가다 생각나며는
    그게 꼭 홀시어머니에게 개무시당하고 남편도 흐지부지 제가 왜 살고있나 싶을 때 저 남자가 생각나요.
    제가 저 때도
    우리 엄마가 그러듯이 나에게 꼬이는 제대로 된 남자는 없는 것일까 싶을 때요.

  • 6. 그냥
    '15.8.16 11:59 PM (58.140.xxx.232)

    저런 놈이랑 헤어진게 슬픈게 아니라 저런놈들밖에 안꼬인게 슬픈거죠?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나이드니까 차라리 고마워요. 진짜로 애절하게 가슴아픈 사랑이 있었다면 저는 너무 슬퍼서 추억은 커녕 항상 가슴한쪽이 아플거 같아요. 그냥 그때 헤어져서 잘됐다는 느낌이 더 좋네요. 사실 십년전만해도 가슴아팠는데 십년 더 늙으니 그냥 내 속 편한게 최고에요.

  • 7. 소설인줄
    '15.8.17 1:33 AM (118.32.xxx.208)

    애들 다 키우고 잘 살고 계신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작건 크건 저도 엄마로부터 참 많이 조종당하며 살았어요. 엄마말이 진리인줄 알았죠.
    지금도 그 습관을 다른형제들에게는 못해도 저에게는 못버리고 불쑥불쑥 나와요.

    사랑만큼은 제가 선택했기에 후회는 없어요.

  • 8. ..
    '15.8.17 2:49 AM (119.66.xxx.112)

    지금 남편 만나신 얘기도 궁금하네요.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 9. 글을
    '15.8.17 6:42 AM (1.250.xxx.184) - 삭제된댓글

    정말 깔끔하고 인상적이게 잘쓰시네요.
    마지막 문장까지 진짜 소설같아요.

  • 10. 글을
    '15.8.17 6:42 AM (1.250.xxx.184) - 삭제된댓글

    정말 깔끔하고 인상적이게 잘 쓰시네요.
    마지막 문장까지 진짜 소설같아요.

  • 11.
    '15.8.17 7:53 AM (175.223.xxx.145)

    저런 사람만 꼬이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사기꾼이라 그럽니다. 그건 원글님 탓이 아니예요. 그리고 현명하게 잘 피하셨잖아요.

  • 12. 아이둘
    '15.8.17 10:47 AM (39.118.xxx.179)

    왜 살고 있냐뇨.
    행복하려고 사시는 거죠.
    나중에 엄청 행복해지려고 과거에 고생하셨을거어모.

  • 13. 123
    '15.8.17 11:35 AM (211.181.xxx.57)

    흔한 일 같아요,. 학벌 거짓말 하는거요.
    저도 2번 만났어요.
    한번은 그냥 알게된 사람인데 연대법대 나왔다고 하더니, 원주캠퍼스였구요
    얘는 그래도 한달쯤 만났을때 본인이 고백하더군요.
    또한번은 선 본 거였는데, 연대경영이라하더니 역시 원주.
    연대경영나온 사람 같지 않게, 좀..공부도 못했을거 같고 직업도..하여간 느낌이 이상해서 연대동문회에 전화해서 몇학번중에 이런 사람 있냐고 물어봤더니 말안해줄려다가, 저도 동문이라고 제 학번대고 물어봤엇죠.
    근데 뭐, 그사람들이 잘못 살고 있는거고 내탓이 아니죠. 사람들 많이 만나다보니 그런사람도 걸렸을 뿐인데
    자살시도까지 하신걸 보니 정말 어머니로 인해 자신이 많이 작아져있었나봅니다..

  • 14. 묘한 매력
    '15.8.17 3:02 PM (210.180.xxx.195)

    슬픈 얘기인데 주절주절....마치 할머니 얘기를 듣고 있다가 잠이 스르를 오는 기분이 들듯이

    글을 아주 잘 쓰시네요. 저는 맨 마지막 이 부분이 매력적입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

    나중에 간호사가 옆으로 누운 제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고 있더라구요.

  • 15. 저는
    '15.8.17 5:28 PM (178.162.xxx.30)

    저는 당시 눈이 잘 안 보이고 귀도 희미하게 들렸어요.
    눈은 원래도 좋진 않았지만 약 탓인가 눈앞이 잘 안 보였어요.
    그래서 그 간호사의 나이대도 모르겠어요.
    제 머리가 당시 매우 더러웠을 거예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이에 감지 못했고,
    그리고 위세척을 해서 제 침이나 위속의 물질이 머리를 다 적셨을 거예요.
    침대에서 깨어났을 때 옆으로 누워 있었는데 끈적끈적했어요.
    그런 제 머리를 정말 정성껏 빗더라구요. 빗이 아니고 자기 손가락으로.
    우리 엄마에게 뭐라고 농담도 하면서
    당시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요즘으로 말하면 '똥머리'로 묶어줬더라구요. 탄탄하게요.
    아무리 간호사가 환자들 더러운 것도 다 감수한다지만
    그래도 웃는 낯으로 그럴 수 있다니.
    그 이후에 퇴원 후 엄마가 또 저에게 퍼부으면서
    너 까짓 게 무슨 약을 먹냐 죽지도 못하는데
    이렇게 말했었거든요.
    이상하게도 지금은 눈물이 나는데 당시는 전혀 눈물이 안 나고
    오히려 살아갈 용기가 나더라구요.
    그 간호사에게는 당시에도 너무 창피하기도 하고 감사했지만
    지금은 더 고맙네요.
    저는 다른 여자들하고 비슷하게 살아요.
    시댁과 남편과 갈등있으면 결혼이란 거 후회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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