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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드라마 가문의 영광 보셨어요?

좋은 작가 조회수 : 1,879
작성일 : 2015-06-30 23:16:00
드라마 잘 안 보는 편인데 82가 버벅 거리면서 드라마를 보게 됐네요.
박시후는 잘 모르는 배우였고 윤정희는 별로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어서 (솔직히 또 답답하게 연기하겠구나 싶어서) 
볼 생각을 안했었는데 거의 8년이 되어 보게 되었네요. 도입부의 전통 장례식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이 드라마에 빠지게 되었어요. 먼저 대본이 정말 좋더군요. 
작가가 인간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깊은 작가,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다, 작가의 마음이 따뜻하다...
그러니 이러한 대본이 나왔겠구나 싶은 겁니다. 그리하여 정지우 작가의 다른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악인도 없고, 말도 안되는 스토리 전개가 없는 게 좋았어요. 물론 군데 군데 막장 요소는 좀 있지만 
그것까지 드라마에 잘 녹고 다 품고 안고 가는 드라마예요. 
보고 나서 비로소 왜 내가 임성한 드라마를 싫어했는지 알겠더군요.
임성한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가장 깊은 '악'에 대한 날것과 같은 묘사가 싫었던거 같아요. 
분명 그게 다가 아닌데 그녀의 드라마는 왠지 불편하고 인간에 대한 시선이 냉소적이고 비꼬는 듯한 느낌이 있었거든요.
가문의 영광에서 제가 반한 것은 '말하는 법'이었어요. 
주인공 윤정희의 말하는 법이 어찌나 예쁘고 부드러운지 전혀 사납지 않고 고상하고 품위있고 절제된게 
힐링이 되더군요. 신세대 종부로 등장하는 나영희의 말하는 법도 괜찮고 근본없는 졸부 집안으로 나오는 연규진, 서권순
연기도 정말 괜찮고 그들의 말하는 방식도 멋있어요. (그들이 그냥 졸부가 된게 아니구나 생각되게끔)
아버지 서인석의 말하는 법 역시 신사답고 점잖아요. 아들이나 딸이나 아내에게나 그 누구에게도 상소리 하지 않는 
전통적인 선비, 신사의 방식으로 말해요. 드라마를 보다보면 걸르지 않고 막말을 하는 드라마가 얼마나 
내게 공해를 끼쳤는지 알겠더군요. 대사도 멋진게 정말 많습니다. 

조선시대의 풍습과 가풍대로 한옥에 거하며 한복입고 사는 집안의 할아버지 신구
일찍 상처하고 자녀 셋 (전노민, 김성민, 윤정희)를 홀로 키워냈던 아버지 서인석,
그러나 늦게 만난 대학후배(나영희)와 늦은 연애를 시작하며 혼전임신을 하게 되죠.
집안이 맺어준 연상의 여인과 결혼했으나 표현이 별로 없는 부모의 삶을 답습하는 바람에 아내에게 
이혼당하는 전노민, 푼수끼가 있지만 정많고 화끈한 김성민 그러다 간통으로 걸리고 이혼당합니다.
어린시절 집안에서 맺어준 약혼자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결혼했지만 
신혼여행 가는 길에 난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몸에는 흉터가 남은 채 
수절과부가 된 윤정희...
전노민은 아버지의 캐릭터를 가장 많이 닮았고 김성민은 점잖은 집에서 돌연변이로 태어난 듯한 
사고뭉치 캐릭터이지만 다혈질에 활달하고 정이 많은 캐릭터로 나옵니다. 
대학에서 민속학 교수로 근무하는 윤정희는 자신을 위해 다가오는 트럭을 맞아
아내를 살리고 자기 쪽으로 핸들을 돌리고 즉사한 첫 남편을 그리워하며 삽니다.
바느질, 수예에도 뛰어나지만 한창 나이에 소망이 빨리 나이 드는 것, 추운 무덤에 있는 남편을 생각해 
겨울에도 옷을 따뜻하게 입지 않는 지고지순한 캐릭터. 그러나 마냥 답답하거나 하지 않고 내면이 
강하고 단단한 여인으로 나옵니다. 드라마에 늘 나오는 지고지순한 한국여성으로 
할 말도 못하는 답답한 캐릭터는 아니어서 좋더군요. 이 드라마에서 윤정희 목소리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윤정희가 아니었으면 그 캐릭터를 잘 담아내지 못했을 거 같고요. 

상대남은 어린 시절 고물상을 하며 어렵게 살다가 졸부가 된 연규진, 서권순 부부의 아들 박시후
박시후의 캐릭터도 멋지게 나옵니다. 그는 상류층에 진입했지만 초등학교도 못 마쳐서 말 하는 버릇이 
양아치 시절과 다를게 하나도 없고 허풍과 허영심이 심한 부모이지만 이런 부모를 따뜻하게 이해합니다.
돈은 엄청 많지만 그럴듯한 위상이 없어 명문가의 족보를 구입하려고 합니다. 
아들은 이런 부모의 열등감을 이해하고 항상 따뜻하게 위로하고 존경을 표현해 마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많은 여동생을 보호하고 따뜻하게 품는 역할이지만 
사업에 있어서는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냉혹하고 인정 사정 봐주지 않습니다.
여자를 가지고 노는 타입도 아니고 호불호가 분명한 사람으로 여동생을 위해 윤정희에게 계약연애를 
걸었다가 그녀에게 끌리면서 멜로가 시작되지요.
이 드라마의 좋은 점은 각자의 캐릭터가 살아 있다는 점입니다. 박시후도 참 발성이 좋더군요.

그외 조연들의 연기도 참 좋아요. 연규진, 서권순의 캐릭터도 참 재미있습니다. 
김성민씨 연기도 좋았는데 안타깝구요. 박시후씨도 연기가 좋았는데 사생활 관리 좀 잘 하지 싶더군요.
잠시 성공은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자기관리라는 생각도 들었고 안타깝더군요. 
좋은 배우들이었는데. 윤정희 첫남편과 매우 닮은 사람으로 나오는 이현진은 비주얼은 좋은데 발음과 
발성이 거슬린다는 생각을 했네요. 반면 윤정희도 발음은 좋지 않았는데 거슬리진 않더군요. 

좋은 드라마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IP : 200.126.xxx.136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로긴
    '15.6.30 11:35 PM (222.235.xxx.116)

    전 무려 2번이나 봤어요.
    아직도 여러 장면들이 남네요.
    정지우 작가...이 분 글 참 좋은 거 같아요.
    가끔 힐링차원에서 보고 싶은데 너무 길어요

  • 2. ...
    '15.6.30 11:35 PM (39.7.xxx.119)

    저 이드라마 정말 좋아해요.
    그이유를 원글님께서 너무도 잘 말씀해주셨네요^^

  • 3. 저두요
    '15.6.30 11:42 PM (116.36.xxx.174)

    아직까지도 너무 좋아하는 드라마예요
    아주 잔잔한 감동이 있어요
    아마도 신구는 그의 어머니가 겁탈 당하여 낳은 자식이지만 그의 아버지가 기꺼이 자신의 아들로 인정하며 키운 아들인데 드라마 마지막즈음에 그가 이런 사실을 자녀에게 고백하며 가문은 피로 이어지는것이 아니라 정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했던거 같아요
    또 신구 부인 시집올 때 데려왔던 몸종 역의 김영옥, 모시던살던 상전이 죽고 평생 그 집안일 묵묵히 맡아하고 마치 엄마처럼 아이들 사랑으로 기르며 신구를 평생 마음에 두고 살지요 정말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였어요
    어려서 정혼한 사람과 결혼한 첫날밤도 치르지 못한 채 청상이 된 단아, 너무 고전적이지만 사랑스럽고 이름처럼 단아한 여인의 또 다른 사랑에 얼마나 가슴 설레었던지 ....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입니다^^

  • 4. ㅇㅇ
    '15.6.30 11:51 PM (103.23.xxx.157)

    저도 정말 좋아했던 드라마예요 본방사수했었죠

    요새 드라마들 언어가 상당히 거칠고 기세다는 느낌이 강해서 보기가 싫어요
    이런드라마들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5.
    '15.6.30 11:58 PM (116.34.xxx.96)

    제가 드라마를 안봤는데 우연찮게 공주의 남자 첫회 일보 직전 광고를 보고 눈에 들어 그 드라마를 보게 됐었어요.
    보다 말다 했지만 드라마를 그렇게 열심히 본 건 처음이었고 문채원 박시후 너무 이뻐서 눈여겨봤었죠.
    공주의 남자로 드라마 재미를 보고 완결 드라마 찾아 보다 박시후의 드라마로 가문의 영광이 있길래 봤었는데
    주인공 연기가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뒤로 갈수록 담백하고 순수한게 참 죻았던 기억이 나요.
    스토리나 구성이 탁월한 건 아니지만 순수한 드라마라 볼만은 해요.
    요즘 중국드라마 같은 느낌이 좀 있어요.

  • 6. 딜라이라
    '15.7.1 12:35 AM (219.251.xxx.221)

    감사합니다.볼게요.

  • 7. 저요
    '15.7.1 1:57 AM (180.70.xxx.150)

    저도 이 드라마 팬이라서 예전에 전편 다운받아서 갖고 있어요 ㅎㅎ
    드라마 설정 자체는 막장이라고 보면 막장인데 작가가 풀어나가는 방식이 따뜻하달까. 보고 있으면 따뜻한 느낌이 드는 드라마였어요. 이 드라마 속 이강석 캐릭터로 배우 박시후가 인기몰이 좀 했었는데..연기를 잘 한건 아니었지만 극중 캐릭터랑 박시후 외모 덕분에 인기 좀 끌었었죠. (여기서부터는 후반부 스포 있어요) 인기 있어서 후반에 갑자기 드라마 연장되는 바람에 후반부 스토리가 좀 산으로 갔었죠. 납치를 여러번 당하질 않나...억지라는 말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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