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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손목 있잖아
책을 펼쳐 내 쪽을 향해 보여줄 때 
약간 비틀어진 모양,
난 그게 나무 같더라
물기 없는 갈색
나 거기서 태어난 거 같아 
연노랑 잎맥으로
연노랑은 노랑의 이복 자매 
가을이 떨어트린 약속
 
당신 지느러미 있잖아 
내 미래 같더라 
새벽에 자꾸 떨어지니 주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발꿈치를 들고 침대 주위를 배회하며
물고기 흉내를 내볼까
당신은 잠
미래는 강
전부를 맡기고 흘러가볼까
더듬더듬 헤엄쳐갔지
 
당신 머리는 이불이 내민 주먹 같더라
여기가 백회인가, 
무구한 풀들이 모여 기도하는 백회인가 
이마 코 입술은 당신이 덮는 이불인가 
심정이 어때요, 내가 물을 때 
재빨리 펼쳐 덮는 이불인가
 
당신 꿈 있잖아
내가 혼곤하게 잠들었을 때 
왼쪽 귀에다 부어주는 꿈 
뜨거운 주물(鑄物)로 탄생하는 꿈 
내 꿈이랑 합쳐져 굽이치는데 
가끔 벅차서 내가 흘리는 거 
아나? 나비물로 촥, 끼얹어져 
침대를 적시는 거
 
날들이 까마귀 떼로 내려앉아 뒤에 숨고
나는 모른 체,
 
뭉개진 구절초 얼굴들 하나하나, 
펴서, 
꼼지락꼼지락 다시
피어나도록 애쓰는 거 
당신은 알까?
                 - 박연준, ≪당신이 물고기로 잠든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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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3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5/06/22/20150623_grim.jpg
2015년 6월 23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5/06/22/20150623_jangdory.jpg
2015년 6월 23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97102.html
2015년 6월 23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b464b3972b0f4cb7aab3a90658718748
ㅅㅂ 니가 뭔데 누구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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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한다는 것은 조수간만처럼
끊임없이 침식해 들어오는
인생의 무의미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죠
- 김영하 ˝존재, 삶, 글쓰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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