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도 바쁘다 [펌]

웃다가... 조회수 : 1,089
작성일 : 2011-08-24 18:12:52

[손홍규의 로그 인]오늘도 바쁘다

손홍규|소설가

 

 

내가 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은 군부독재의 시기였기 때문에 보수는 편안했다. 이따금 관제데모가 열리기는 했지만 소풍이라도 가듯 한가로이 나가 시간을 죽이다 일당만 챙기면 그만이었다.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정권이 총칼로 세상을 잠재웠고 위태롭다 싶으면 간첩단 사건, 조직사건을 터트려 말끔히 정리해 주었다. 그래도 저항이 거세어지면 저항세력의 배후에 북이 있다고 공갈을 치면 만사형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뭇 다르다. 보수는 바빠지고 피곤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촛불집회가 열리니 맞불집회 하러 나가봐야 하고 심지어는 대전, 부산 등 지방출장도 가야 한다.

시위나 집회가 열릴 만한 곳엔 미리 집회 신청을 해 둬 선점해야 하고 인권단체의 눈치를 보는 경찰들 때문에 시위 현장에서 맘대로 가래를 뱉거나 폭력을 휘두를 수도 없다. 이제는 요령껏 그런 일을 벌여야 한다.

기자회견을 할 때면 으름장만 놓으면 되었는데 번번이 역효과가 나는 바람에 거짓눈물도 흘려야 하고 평생 누구 앞에 무릎 꿇어 본 적 없이 살았는데 수치심을 참으며 무릎 꿇는 시늉도 해야 한다.

이 굴욕은 반드시 되돌려주겠다고 속으로 다짐도 해본다. 복종하고 아첨하는 사람들에 익숙한 그들로서는 참기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더구나 앞으로 얼마나 더 힘들어질지 알 수가 없다.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선거를 치를 때마다 이제는 매번 긴장해야 하고 살다보니 난생처음으로 투표 독려까지 해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투표를 방해하고 부정선거를 밥 먹듯이 저질렀던 그들이 말이다.

 오늘 하루도 초등학생·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자는 자들을 무찌르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활동해야 한다. 그들이 바빠지고 피곤해질수록 민주주의는 가까워진다.

경향 오늘 신문입니다
IP : 112.151.xxx.11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8.24 6:28 PM (119.192.xxx.16) - 삭제된댓글

    ㅋㅋㅋㅋ
    재밌는 글이네요
    손홍규라는 분 글 재밌게 쓰시네...
    책 좀 사봐야겠네...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590 올레! 서울시정 권영규 행정1부시장 체제로 8 참맛 2011/08/24 1,936
7589 골프 용품에 관해 아시는 분들께 여쭤요 6 양파 2011/08/24 1,583
7588 올레~ 12 으하하~~~.. 2011/08/24 1,792
7587 정말 신기하네요 ~~^^ 4 신기한일 2011/08/24 1,656
7586 초1 남아 축구 꼭 시켜야할까요? 3 축구 2011/08/24 1,771
7585 8시 될 때까지 댓글놀이로 자축해 보아요~~ 27 오직 2011/08/24 1,416
7584 남자이름 "세오" 어떤가요?? 13 예쁜 이름 .. 2011/08/24 1,787
7583 중 3 수학 문제집 추천부탁 합니다. 딸아이가 잘 하는 것 은 .. 1 부여댁 2011/08/24 1,567
7582 좀전에 ytn에서 나온 정치평론가~!! 5 오직 2011/08/24 1,811
7581 오세훈을 지지합니다. 4 글쎄요 2011/08/24 1,980
7580 오후 1시까지,,, 투표 참관인을 했었습니다. 4 베리떼 2011/08/24 2,921
7579 세훈아~ 1 밤눈 2011/08/24 951
7578 7분 남았네요... 3 2011/08/24 1,050
7577 서울 시장감으론 어떤 분들을 추천하세요? 12 사과나무 2011/08/24 1,701
7576 불굴의 며느리에서 맨날 밥비벼 먹는 아줌마.. 9 꿀꺽 2011/08/24 2,891
7575 강동구에 대한 질문입니다 7 이상 2011/08/24 1,592
7574 음하하하~ 꼬시당(못된 딸*) 3 분당시민 2011/08/24 1,364
7573 5세 훈이 가는길.... 3 의무급식찬성.. 2011/08/24 1,188
7572 82 어플 지금 작동되나요? 1 zz 2011/08/24 989
7571 사진 올리기 없는데~ 3 자게에.. 2011/08/24 1,172
7570 오키호테 방 빼게 용달차 불러주세요. 4 해남사는 농.. 2011/08/24 1,185
7569 엄마 돌아가신후 상속건에대해 법무사 도움이필요 쮸쭈 2011/08/24 1,684
7568 투표마감이 8시라니...깜놀! 4 원래그랬나?.. 2011/08/24 1,969
7567 현재 시청앞이라네요 25 참맛 2011/08/24 9,393
7566 송파 사는 친구가 놀러왔어요 7 후훗 2011/08/24 3,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