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80년대식 구라) 개뻥

개뻥 조회수 : 658
작성일 : 2015-01-01 20:00:24

개뻥(1)

버스가 달려와 승강장에 멈출 때마다 도로 위의 벚꽃 잎이 꽃 떼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애벌레들이 알집을 깨쳐 나오듯, 버스 문은 사람들을 쏟아내곤 다시 꽃잎 바람을 일으키며 부산스레 내달린다.

누나의 도착 시간이 평소보다 꽤나 늦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날리는 꽃잎에 두서없이 엉킨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별 일 없겠지 하면서도 한켠으로는 걱정스런 맘이 꼬물거린다.

이런 마음을 지위기 위해서 누나의 발걸음에 생각의 보폭을 맞춰본다.

 

'빵집에 들렸겠지. 내가 좋아하는 맘모스빵을 사려는데 오늘 따라 다 떨어진 게야. 망설이다가 다른 빵집에 들린 거겠지. 미련하게. 그냥 올 것이지.'

 

다보탑이 그려진 10원 주화를 공중전화에 끼워 넣고 다이얼을 돌려본다. 딸깍하는 돈 먹는 소리 대신 뚜뚜하는 답답한 소리가 들린다. 누나가 직장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착해도 벌써 도착해야 했는데 지루한 수학수업 시간만큼이나 늦어지는데도 누나의 말 꼬리 같은 머리카락은 보이질 않는다.

 

엊그제부터 다방 장미의 문도 닫혔다. 상을 당해서 당분간 휴업이라는 알림쪽지가 붙어 있었다. 누나의 도착이 평소보다 늦어지면 장미네에서 누나의 전화 또는 도착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장미도 답답하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과 짜증이 뒤섞인다.

아니,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짜증을 키워본다.

'오기만 해 봐라. 넌 죽었어.'

그리고는 다시 누나의 발걸음을 뒤밟아 본다.

 

내일 모레, 모레하고도 모레모레가 내 생일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잡채 만들어 주려고 시장에 들렸겠지. 당면도 사고, 시금치도 사고, 어묵도 사고, 사고, 사고.... 깎아주세요, 어쩌고저쩌고 하니 늦어질 수밖에....답답해, 빨리 오기나 할 것이지. 미련 곰퉁이...

 

한 시간이 넘었다.

부산스레 달려온 버스가 한 움큼의 사람을 쏟아낼 때마다 눈을 쫑긋거리며 누나를 골라보려 애쓰지만 석류알갱이처럼 새콤한 누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이때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누나가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하여 시내로 출퇴근을 하면서 누나를 마중 나가는 것은 나의 차지가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까지는 30여분 거리가 되는데 오는 길에 나지막한 동산이 있고, 동산을 에도는 산모퉁이가 전봇대 두 마장거리가 된다. 문제는 요 산모퉁이에 귀신이 득실득실 하다는 것이다.

IP : 121.153.xxx.18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4199 변액연금.5년지난 지금도 손해.ㅜㅜ 10 어찌할까요 2015/01/05 4,066
    454198 고등국어 공부 참고하세요.두번째 196 제인에어 2015/01/05 15,061
    454197 세월호265일) 실종자님들이 어서 가족 품에 오시기를 기도합니다.. 13 bluebe.. 2015/01/05 623
    454196 태어나 처음으로 가는 해외여행! 도와주세욤^^ 14 푸르니 2015/01/05 2,304
    454195 43세 일반 건강 검진 결과 함 봐주세요 13 은이맘 2015/01/05 4,323
    454194 더블웨어 쿨바닐라보다 더 밝은거 있나요?? 4 00 2015/01/05 2,473
    454193 국,찌개 뭐해드세요? 8 나엄마에요 2015/01/05 2,645
    454192 하이난 산야 호텔 수영장 중 수심이 깊은 곳 아시는 분 계세요?.. 2 00 2015/01/05 1,406
    454191 농담처럼 들었던 출산 포기의 이유 경향오피니언.. 2015/01/05 1,962
    454190 기한이 지난 11번가 상품권 어떡하죠?? 2 …… 2015/01/05 1,021
    454189 사진 잘 나오는 얼굴? 6 사진 2015/01/05 2,690
    454188 장어구이에 어울리는 반찬 뭐있을까요? 8 모모 2015/01/05 7,568
    454187 이거 바람피는 거 맞죠. 9 빡침 2015/01/05 7,250
    454186 예비 초6학년 3 학습 2015/01/05 1,390
    454185 충치치료한후 밥을 먹을때마다 아파요. 3 칼카스 2015/01/05 2,919
    454184 개가 서열을 중시여긴다는데요. 키우시는 분들~ 9 . 2015/01/05 2,040
    454183 결혼준비, 이건 하지마라. 품목 알려주세요^^ 21 아트온 2015/01/05 7,007
    454182 내일 오후 4시에 우리 고양이 중성화 수술 시키는데 지금 목욕시.. 7 원글 2015/01/05 2,700
    454181 20대에돈모으려면 타지자취 비추요? 2 음고민 2015/01/05 1,240
    454180 토토가에서 주영훈 노래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네요 6 대단 2015/01/05 4,213
    454179 방학중 아이들 삼시세끼 장보기 7 아줌마 2015/01/05 2,853
    454178 부천 백화점 사건 2 77 카트홀릭 2015/01/05 16,711
    454177 큰아이가 자꾸 저처럼 느껴져요. . 4 다중인생 2015/01/05 2,205
    454176 건설업체들 사다리타기 어플로 담합 눈먼돈 먹기 짬짜미 2015/01/05 833
    454175 월화 드라마 뭐 보시나요? 20 드라마 2015/01/05 2,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