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구도 사치였다는 어느 젊은이의 죽음

이마트 조회수 : 3,687
작성일 : 2014-12-23 17:39:1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

친구도 사치였다는 어느 젊은이의 죽음

황승원, 지난 7월2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마트에서 냉동기 수리를 하다 동료 인부 3명과 함께 질식사한 대학생입니다. 그의 장례식이 여러 가지 문제로 미뤄지다 죽은 지 45일째인 8월 15일 치러졌습니다.

우연히 그 소식을 상세하게 전한 인터넷신문인 <민중의소리>에서 그의 어머니가 서울시립대 학생들에게 쓴 편지글을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이번에 췌장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는데 아들 장례식 때에 의사의 허락을 받아 간신히 나오게 됐답니다.

편지 제목이 '우리 승원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이고, 그 아래에 '황씨의 어머니가 서울시립대 학생들에게 쓴 편지'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어머니의 아픔과 사랑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편지를 읽으면서 그와 같은 환경에 놓여 있는 수많은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어렵게 대학에 다녔던 옛날 일도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어머니의 편지를 보면서 아들이 당신의 말 그대로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병으로 군대에 갔다 온 사람들은 알 겁니다. 쥐꼬리만큼 적은 월급이 얼마나 쉽게 없어지는지를. 이런 것 저런 것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게 군대 월급인데, 그는 그것을 적금으로 모았고, 제대 후에 깨서 어머니에게 주었습니다.

휴가, 얼마나 기다렸던 시간인가요? 나도 3년 가까운 근무 동안에 보름씩 세 번 휴가 나왔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친구나 친척을 만나거나 가까운 곳에 바람 쐬러 갔다 오면 귀대할 때가 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휴가 나왔을 때도 집안을 돕기 위해 알바를 했고, 제대 하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일하다가 그만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그런 아들을 보며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집안 사정만 괜찮다면 그런 일이 없을 텐데, 몹시 곤궁하다 보니 그는 오직 집안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정고시로 힘들게 대학은 들어갔지만 엄청난 등록금 때문에 그는 또 거친 현장으로 발길을 내디뎌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재미있게 대학 생활을 하기를 바랐습니다. 기차간에서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노는 대학생들을 보며 아들도 그렇게 살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처지가 되지 못했습니다. 친구 좀 만나고 다니라는 어머니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 제게 친구도 사치예요. 친구들을 만나면 돈을 써야 하거든요."

이 부분을 읽다가 마음이 몹시 아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전태일 평전>의 한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언젠가 공장 주인이 집을 비우게 되어 그의 딸과 같이 지내게 되었답니다. 한창 젊은 나이이기에 사랑을 주고받으며 추억을 만들 시기인데도, 전태일은 그것을 자기의 현재 상황에서 사치라고 생각하고 꾹 참았습니다.

황승원씨의 죽음,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에게 친구 사귀는 것은 사치였습니다. 전태일이 예쁜 주인집 딸과 정담을 주고받는 것도 사치였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조차 자신에게 허락이 안 되었던 그 아픔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어머니는 아들을 가리켜 애인이자 자식,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라고 했습니다. 얼마나 가까웠으면 아들을 애인이라고 말했을까요. 남편이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 있고, 집안의 대소사를 아들이 다 나서서 믿음직스럽게 했기 때문에 그랬을 겁니다. 

IP : 207.244.xxx.13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2.23 6:15 PM (125.131.xxx.56) - 삭제된댓글

    언젠가부터 세상은 참 살만한 곳이 아니다란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

  • 2. ...
    '14.12.23 6:21 PM (61.106.xxx.237)

    이런데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로 명예와 돈을 번 어른나이의 인간분도 있고...

  • 3. ....
    '14.12.23 6:50 PM (211.202.xxx.170)

    그러게요. 행동이 아니라 말로 버셨죠.

  • 4. 그황승원이라는
    '14.12.23 8:05 PM (1.236.xxx.8)

    분 이름으로 기부한 학생이 있더군요. 벌써 이년쨰 알바비를 모아 기부했다는데
    정말 내자신이 이처럼 부끄러웠던 적이 없더군요.
    가슴한켠이 뻐근해지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아까운 청춘이 이렇게 졌네요..;;;
    참고로 우리동네;; *마트에요

  • 5. 성격은곧신념
    '14.12.23 11:23 PM (207.216.xxx.8)

    에효... 이 기사 읽는데 눈물나네요.
    우리가 너무 쉽게 빨리 잊어가는 것 같아서 미안해요....
    ㅠㅠ... 친구이름 기억해달라며 기부한 그 친구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
    잊지말아요. 황승원.

  • 6. ..
    '17.12.16 5:08 PM (218.152.xxx.151)

    82를 오래 했는데도 이런글은 처음보네요.
    눈물나는 글이네요.
    가슴아픈 사연이 너무나 많아 혼자만 행복해서 되는 세상은 아니라는걸 늘 생각해요.
    어머님께서 얼마나 마음 아파 하셨을까요?
    저도 자식 키우는 입장이라 속이 너무 상하네요.
    이땅에 모든 고통이 어서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보는 책인 성서에서는 하느님의 정부가 이땅을 통치할때 그런 세상이 될거라고 약속하네요.
    세상의 고통을 접할때마다 어서 그날이 오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계시록 21:4을 보면 죽음과 슬픔 고통 울부짖음이 없어질거라고 약속합니다.

    https://www.jw.org/ko/publications/books/성서의-가르침/땅에-대한-하...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3223 너무 착하기만한 남편에게 짜증나요(내용은 지울게요) 7 아휴 2015/01/03 3,303
453222 일본어 배우려면 여기,,금방 외워 져요 ㅋㅋ(넘 웃겨요) 40 겨울 2015/01/03 5,689
453221 타지로가서 자취할까요 아님부모님집에서ㅠㅠ 8 고민있어용 2015/01/03 2,031
453220 인터뷰 한글 자막 1 드디어 봤네.. 2015/01/03 854
453219 엄마를 닮으면 안 되는 요즘 애기들 4 시모 2015/01/03 2,378
453218 라이카 사고싶어요ㅜㅜ 3 카메라 2015/01/03 1,170
453217 장남 며느리 입장 27 조의금 2015/01/03 6,801
453216 냄비세트, 가벼운거 추천좀 부탁드립니다. 1 냄비 2015/01/03 1,204
453215 문재인 당대표되면 지역구 '좋은 사람'에게'…사상구 '술렁' 17 이건아닌듯 2015/01/03 1,546
453214 굴소스 보단 미원이 낫겠죠? 12 2015/01/03 6,884
453213 칼바람 맞으며 고공농성 벌였지만, MBC는 외면했다 1 샬랄라 2015/01/03 673
453212 강남터미널 지하상가 3 ,,, 2015/01/03 1,899
453211 어떻게 해야 할까요 3 ... 2015/01/03 880
453210 성당복사 엄마들은 10 성당 2015/01/03 5,022
453209 웃기고 유쾌한 코미디영화 뭐볼까요 7 hanna1.. 2015/01/03 1,684
453208 나이스에서 로그인이 안되네요. 1 .. 2015/01/03 851
453207 결혼한 친구가 생일이라고 밥먹으러 오라는데 ~ 12 친구네집 2015/01/03 3,856
453206 칼국수 찬물에 한번 헹구면 쫄깃해 질까요? 2 칼국수 2015/01/03 1,984
453205 5학년딸이 남친이 생기고 키스고민을 해요 22 큰걱정맘 2015/01/03 11,602
453204 새집 탑층인데 결로가 심한데,수리하는방법 알려주세요 3 질문 2015/01/03 3,361
453203 저좀 도와주세요!! 12 나쁜 채무자.. 2015/01/03 2,258
453202 프린트를 했는데 인쇄가 안 되고 그냥 흰 종이로 나오는건 왜 그.. 6 프린트 2015/01/03 2,052
453201 음식점에서 파는 순두부찌개처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해요? 9 ㅇㅇ 2015/01/03 3,151
453200 용인에 있는 눈썰매장 아시면... 2 눈썰매장 2015/01/03 1,216
453199 15 년 다닌 회사 퇴사후 여러 뒷처리들 조언좀 3 동글 2015/01/03 2,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