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 밑에서 자랐는데, 어려서부터 이유없이 미움을 많이 받았어요.
부모는 항상 싸워서, 동네에서 싸우는 집안으로 소문이 다 날 정도였어요.
그렇게 싸우고 나면 삭혀지지 않은 화를 나에게 풀었죠.
심리학 책 읽은 분들은 아실텐데, 가정 안에 희생자가 한 명 있는 경우가 있어요.
희생자가 누군가로 정해지면, 그 외의 가족구성원들은
그 사람에게 무조건 뭐든 뒤집어 씌우고 미워하며 살아가죠.
저는 그냥 가정의 화풀이 도구였고,
엄마 아빠는 그냥 이유없이 제게 욕을 하고 때리기도 하고
지들 기분대로 행동했어요.
사람들은 아마 이해를 못할 거예요.
뭐를 잘못했으니까 맞았겠지. 뭐를 잘못했으니까 부모가 그랬겠지. 설마 아무 이유도 없는데 그러겠냐. 싶겠죠.
근데 진짜 이유는 없어요.
엄마가 됐든 아빠가 됐든 뭐든 신경질 적으로 말하고, 말도 안되는 걸로 꼬투리 잡고 혼내요.
욕도 하고 몇대 치기도 하고요.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게 쌓이던 나는 한 번은 물어요.
나 근데 왜 혼난 거냐고.
그럼 엄마든 아빠든 말해요.
넌 그냥 미워. 평소에 하는 짓거리가 하도 밉고 꼴보기 싫으니까 때리는 거야.
그럼 지금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내가 평소에 미운 짓을 하나보다 생각하겠죠?
근데 아니거든요.
제 표정이 평소에 밝지는 않아요. 매번 기력도 없고요.
왜냐하면 차별을 너무 받아서예요.
학창시절에 학교 가기 전에, 엄마가 남자형제와 한 구석퉁이에서 뒤돌아서서 붙은 채로 있어요.
그게 뭐냐면 저 몰래 용돈 쥐어주는 거예요.
만원씩 주는 게 그 사람들 사이 틈으로 보이는데,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매일 그런 건 반복되고, 전 학교가서 애들이 매점가자고 할 때 돈이 없어서 아무 것도 안 먹겠다고 말해요.
이런 자잘한 일례는 너무 많아서 다 들을 수가 없고요.
다른 형제 학원가야 하니까 저보고는 가지 말라고 하고,
항상 돈이 없다고 제 앞에서 푸념하면서 용돈도 제대로 쥐어주지 않아요.
다른 형제는 예체능을 했는데, 몸 다치면 안 된다며 그냥 앉아있게 했고
저보고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 하고 설거지 하고 다 하라고 시켰어요.
그냥 뭐 정신적 학대가 말로 못해요.
아빠는 저를 성적으로 보고요.
샤워할 때 그냥 문 열고 들어오려고 하고..
물론 제가 문을 반드시 잠궈놓죠.
그래도 아빠 인기척 들리면서 문 달그락달그락 하면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
내가 샤워하고 있는 거 뻔히 알면서, 내가 씻겠다고 들어가는 거 다 봤으면서 그래요.
내가 항상 꼭꼭 잠그자
한번은 목욕하느라 욕탕에 들어가 있는데, 똑똑거리더니 욕실에 있는 용품을 달래요.
그래서 이따 주겠다는데도, 문잠깐만 열고 가져갈테니까 잠깐만 열라고 난리.
그 용품 가지고 지금 빨리 나가야 되니까 문 열라길래, 수건 걸치고 문 뒤에 숨어서 내주는데
그것도 스트레스.
단순히 그뿐만 아니라 음흉한 눈길하며..
매 순간이 변태인데. 바보가 아닌 이상은 다 알아차려요.
쓰레기 버리러 허리 숙였다가 일어나 무심코 뒤돌면
내 엉덩이 뚫어져라 보고 있는 아빠.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고 있는 시선. 한두 번 아니고.
한번은 아빠가 팬티바람으로 방에 앉아서.
집에 단 둘이만 있는데 이리 와보래요.
근데 술도 약간 취했고, 그냥 뭔지는 모르는데
아주 동물적인 감각으로
절대 아빠한테 가면 안 된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그날 내가 탱탱거리고 지랄하며 문을 쾅 닫고 가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무슨 일도 일어났을 법한 상황이었어요.
지금 나열한 것들은 백분의 일을 쓴 건데..
2000년인가 고대생 이은석이란 사람이 부모를 살해했죠. 그리고 책을 냈는데, 그게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인데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의 심정이 너무 이해가 됐어요.
그냥 이유없이 행해지는 가혹행위.
실제 부모이기 때문에 더욱 상처가 되는 것들.
청소년기에는 진짜 정신이 확립이 안 되어서, 뭐가 됐든 너무 크게 다가오고
어떤 일이든 너무 감당 못하게끔 휘청거리기 십상인데
그런 혼란스러운 심정들을 그 이은석이란 사람이 잘 써놨더군요.
저는 얼마 전에, 또 부모랑 마찰이 있었고, 그날은 많은 감정들이 쌓이고 쌓였던 게 속에서 터졌어요.
제가 방에 앉았는데 내 머릿속에서 어떤 그림이 계속해서 반복되어 그려졌어요.
주방에서 내가 칼을 가져다가 엄마의 몸을 아무데나 그어버려서 피가 나오는 모습을 계속 머릿속으로 그렸어요.
저도 모르게.
그 생각이 멈출 때쯤 알았죠.
아.. 이게 살인충동이구나.
난 자금껏 엄마가 그냥 없어지면 좋겠다, 죽어버리면 좋겠다. 라고 물 흐르듯이 생각만 해왔는데
지금 난 진짜로 엄마가 죽기를, 엄마를 죽이기를 바라는구나. 라는 걸 알았어요.
그 일이 있은 후로 한달이 안 되어 집을 나왔고, 지금은 가족과 떨어져서 살아요.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살고 있어요.
정말 부모!! 부모 같지 않은 부모 진짜 있어요.
사람들이 이걸 알았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