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따로사시던 어머님이랑 남편,나,애 이렇게 타지에 갔다올 일이 있었어요
가서 처리해야할 일이 좀 골치아픈 일이어서 제가 지나가는 말로
어머니, 부담가지지 말고 여행가는 것처럼 기차에서 계란도 까먹어가면서 재미있게 가요 그랬더니 어머님이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계란5개 삶아서 가방에 넣고 갔는데 어머님이 큰 배낭을 들고 오셨어요
그리고는 기차가 출발하자 배낭에서 까만 비닐에 싸온 계란을 꺼내서 주시는 거에요
ktx한가운데 테이블에 앉아서 계란을 맛있게 얌얌 먹었지요
이때까지는 괜찮았어요
좀 있다가 어머님이 배낭에서 비닐에 싼 떡을 꺼내시는 거에요
아마 냉동실에서 가져오신것 같은데 아직 살짝 덜 녹았어요
이때 애 아빠 표정이 좀 안 좋아져요
애 아빠가 좀 까칠하고 차가워요, 규범이나 규칙이런거에 되게 민감하고 남들앞에 나서는 거 싫어하고요
그런데 한가운데 오픈테이블에 손큰 어머니가 계란이랑 떡을 한 보따리 풀어놓으니 사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거에요
애아빠랑 애는 안 먹겠다고 그러는데 어머님 무안하실것 같아서 저만 어머님하고 떡 물고 있었죠
그런데 어머님은 또 아들이 안 먹겠다니까 안타까우셨는지 배낭에서 또 꺼내시는데 보온병이랑 커피믹스를 꺼내시는 거에요
제가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애아빠가 커피믹스를 안 먹어요, 싫어해요. 커피도 꼭 블랙으로 마시는 사람이에요
어머님은 또 아들이 목이 메여 떡을 안 먹는가 싶어서 보온병에서 커피믹스를 타서 주시는데 _ _;; (물도 미지근했어요) 남편은 안 먹는다고 하고, 어머님은 애가 달아서 이거 한번 마시고 떡좀 먹어보라고 막 그러시는 거에요
제가 옆에서 보고있으니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남편이 몇년전부터 믹스커피를 안 먹거든요, 맨날 말씀드리는데 어머님은 또 맨날 이 달달한걸 왜 안먹냐고 그러셔요
지금 이 상황이 또 벌어진 거에요
그렇게 실랑이하는데 이제 남편은 확~질린다는 표정이고 어머님은 어머님대로 섭섭한 표정 ㅠㅠ
남편이 안 먹는 커피, 제가 마시고요, 저 그래서 달다구리 커피 2잔 마셨어요
좀 가다가 어머님이 물 마실래? 그래서 어머님, 생수 살께요 그랬는데 배낭에서 물을 꺼내시는 거에요
집에 정수기물을 빈 음료수병에 받아오셨어요
그런데 마실려고 보니 병에 무슨 부유물질이 떠 다니는데 남편이랑 애는 또 안먹고요 저만 한사발 마셨네요
그렇게 어머님이랑 저랑 먹고 마시고 하고 갔는데요 온갖 생각이 다 들었어요
어머님은 오랜만에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옛날처럼 다 싸가지고 오신거고
남편은 기차안에서 블랙커피 한잔 사먹는거만 바랄뿐이고
애는 기차에서 지나가는 간식차의 과자 사먹는걸 제일 좋아하는데
누구편을 들수도 없더라고요
부연하자면 어머님이 사실은 되게 고압적이셨고 남편은 불만이 많았대요
매사가 좀 이렇게,,원하지도 않은 걸 해주고 너는 왜 고마워하지 않느냐 뭐 이런식으로
예를 들면 학생때 애들이 전혀 안입는 이상한 취향의 옷 사주고 입으라고 들들 볶고
애아빠가 공부를 잘해서 어머니가 학교에 자주 오셨는데
애아빠는 자긴 너무 싫었다고, 제발 오시지 말라고 해도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데 왜 그러냐고 막 다다다
한번은 학교갔다 집에오니 애아빠가 좋아하는 책이랑 음악테이프를 다 갖다버리고 영어테이프하고 참고서를 좌악
하여튼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여행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