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정부모님이 싫지만 감사해요

** 조회수 : 1,677
작성일 : 2014-11-11 16:15:34

저는 무남독녀예요. 어렸을 때부터 집안이 어려웠지만 형제가 많지 않아서 아주 크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여기보면 동생들, 오빠 때문에 희생하신 분들도 많지만 저는 그런 것은 없었죠.

(덕분에 친구들은 제가 부잣집 딸인 줄 알았다는;;-.-)

학교 졸업하고는 계속 돈 벌었습니다. 하지만 집에 막 보태주거나 그렇지는 않았죠.

하지만 형제가 없다보니 막연히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 노후에 관해 걱정이 들었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듬해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어요...

그 때가 imf 후라 아버지도 휘청하셨죠. 이미 나이가 있으셔서 그런지 다시 일어나지 못하시더군요.

엄마는 전업주부...그런데 성격도 그렇고 몸이 아프셔서 아이를 돌봐 줄 형편이 되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으로는 우울증이 심하셨어요).

시댁에 아이를 맡기고 직장을 다니다가 너무 힘들어서 초등 고학년 때 그만두고 이후론 프리랜서로

여전히 일은 해요. 엄마도 중간에 아이 돌봐주시기도 했는데 몇 년 전부터 많이 아프셔서

이제는 자리보전하십니다. 아버지도 중간에 심근경색으로 응급실 가시고 수술하시고...

문제는 아버지가 벌어놓은 게 없으셔서 제가 생활비를 보조해드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시댁은 부자는 아니지만 연금이 있으셔서 걱정이 없으시거든요.

가령 명절만 해도 아버지 얼마, 엄마 얼마 따로 드려야 하고 두 집 가야 하고..

늘 자기가 먼저인 아버지도 밉고, 건강 챙겨서 아이라도 돌보며 용돈 받았으면 떳떳할텐데

늘 불평불만(여전히 아버지 욕하심)하는 엄마도 좀 한심하고..

나만 맨날 동동거리고 사는 게 억울했어요. 제가 누굴 부러워하는 사람이 아닌데

강남신세계에서 손자 주려고 패딩 50만원짜리 두 개를 결재하는 노부부가 제일 부럽더라고요.

에르메스 백 메고 다니는 친구보다도요^^

그런데 어느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어쨋든 학교 다닌 것도 다 부모 덕분이고

이렇게 자립심 강한 것(?)도 부모 유전자 덕분이 아니겠느냐,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없이 초라하고 형편없어 보이는 부모지만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장점을 만들어 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훨씬 낫더군요. 무엇보다 내가 벌어서 용돈 드릴 수 있는 것도 참 감사하고요.

또 시댁에도 미안한 마음에 더 잘하게 됩니다. 그러니 부모님을 바꿀 수 없다면 내 마음을 조금 바꾸는 것도

갑갑한 현실에서 조금 숨통이 트이는 일인 것 같아요.

IP : 14.52.xxx.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리가
    '14.11.11 4:22 PM (119.194.xxx.239)

    나이들수록 부모님도 한 인간으로 바라볼수있는 마음이 생겨요. 그러면 서운했던게 이해가 되기도하고 더 화가 나기도 하죠.
    그분들고 한계를 지닌 인간임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 2. ...
    '14.11.11 4:58 PM (223.62.xxx.65)

    친정에 우여곡절이 많았고 지금도 바람 잘 날 없지만,
    그래도 제가 아이를 키우며 나이 먹을수록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생겨요.
    그리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 부모님이
    최선을 다해
    저를 키워주셨다는 걸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되었거든요.
    특히 엄마는 오랫동안 저에겐 애증의 대상이었는데
    가끔 같은 여자로서의 엄마의 인생을 생각해보면 슬퍼져요.
    막상 만나면 늘 무덤덤한 딸이지만
    그래도 이제 말 한 마디라도 다정하게 해드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 3. ...
    '14.11.11 5:11 PM (110.35.xxx.89)

    저는 20대 중반 이후로 가끔씩 부모님께 말씀드려요.
    엄마, 아빠 잘키워줘서 너무 고마워~~
    넉넉치 않은 살림에 3남매 모두 대학보내주시고 사랑으로 키워주셔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철없을때는 부자가 아닌 우린 집이랑 빽없는 아빠가 원망스러웠는데
    나이들고 나니 부모님이 없는 돈으로 정말 최선을 다해 우리를 키워주신걸
    알겠더라구요...항상 고마워하고 말로도 가끔씩 표현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0356 tv홈쇼핑 먹거리 괜찮나요? 12 ㅇㅇ 2014/11/29 2,051
440355 35년이상을 지방 살다 서울 전세 얻을려는데 도움 부탁드립니다... 7 ㅇㅇ 2014/11/29 1,526
440354 82cook 에서 보고싶지않은글.. 24 애엄마 2014/11/29 3,821
440353 요즘 아직 무가 맛 없을때인가요? 6 양념은 다했.. 2014/11/29 1,292
440352 홈플러스 상품권 구입할때.. 3 어디에서.... 2014/11/29 868
440351 신 해철 수술 S병원장 모두 밝히겠다 기사 떴네요 9 2014/11/29 4,628
440350 성냥이 보급되기 전에는 뭘로 불을 피웠나요? 11 84 2014/11/29 1,163
440349 전기 압력밥솥 쿠쿠랑 쿠첸 뭐가 좋을까요? 9 결정 2014/11/29 2,341
440348 영어 문법좀 알려 주세요 중학생 2014/11/29 420
440347 독일 파쉬 물주머니 몇 시간 따뜻한가요? 12 핫 팩 추천.. 2014/11/29 3,805
440346 임신 중 성별...아들이라니 살짝 우울해요... 39 후후 2014/11/29 7,492
440345 김구라가 신봉선에게 7 무지개 2014/11/29 3,672
440344 막스마라 싸이즈 2 조언 2014/11/29 1,616
440343 학습지수업할때, 지국장 못오게 하는 방법 없나요? 6 미나리2 2014/11/29 1,902
440342 겉절이가 생겼는데 뭐에다 먹을까요 7 귀한음식 2014/11/29 1,030
440341 "당신 뭐야, 빨갱이야? 간첩이야?" 3 서북청년단 2014/11/29 748
440340 동서에게 2천만원 보냈어요. 94 동서 2014/11/29 21,162
440339 명동, 신세계 근처에서 재충전 할 만한곳? 1 힘들어 2014/11/29 727
440338 어제 미생 엔딩 너무 좋지 않던가요? 3 취하라 2014/11/29 2,678
440337 중환자실에 있는 애기 소식 듣기가 힘들어요 18 애기야건강해.. 2014/11/29 4,358
440336 블로그에서 100만원넘는옷 팔면 얼마 남을까요 17 요지경 2014/11/29 6,231
440335 김장 30포기 하면 재료비 어느정도 들까요 2 .. 2014/11/29 1,946
440334 쌀로 만든빵.... 프렌차이즈 아시죠? 맛있나요? 진짜쌀로? 2 ... 2014/11/29 756
440333 강혜정좋아했는데 비호감됐어요 81 ㅈㅅㄱ 2014/11/29 26,076
440332 예비 중학생 패딩잠바랑 책가방 추천 부탁드립니다. 7 초등졸업선물.. 2014/11/29 9,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