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전남친과 헤어지고 1년.. 여전히 가끔 악몽을 꿔요.

trauma 조회수 : 4,157
작성일 : 2014-11-03 22:50:50

세상에서 제일 친한 우리 엄마한테도 말 못하는 얘기예요.

 

 

전남친과 헤어진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어요.

세월은 빠르다면 빠르고 시간이 약이라는 말, 어느정도는 맞는 말인 것 같지만

저는 아직도 가끔 악몽을 꿔요. 그 악몽에는 전남친이 나오고요..

 

 

전남친은 꽤 오래된 친구였어요.

이 일이 있기 전까지 저는 정말 뭘 모르는.. 순진한 애였고

'착한아이 콤플렉스' 덩어리인 여자애였죠.

공부, 대학, 취업..  조금 우울증이 있는 엄마가 조금이라도

행복해하지 않을까하며 정말 엄마 위해 열심히 사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러다 집에 남들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일들이

빵빵 터지면서 '착한아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될 수 없게되었어요.

가족들은 저에게 '더더더'만을 바라는 상황에서 저는 자책만 했고

이런 일들.. 오랜 친구였던 전남친에게만 털어놓았어요.

그 친구가 많이 들어줬네요. 지금 생각해도 그건 고마운 일이었네요.

 

그러다 만나는 횟수도 잦아지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이 붙어서..

남녀 사이로 사귀게 되었었어요.

그 친구는 백수였지만, 그 때는 제가 감정적으로 의존하는 상태라

무작정.. 좋아하는 감정만으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남녀 사이가 되니..

이 친구가 저에게 소홀하고 말을 함부로 하기 시작합니다.

'착한아이 콤플렉스'였던 저는 당연히 말도 못하고

얘가 나한테 왜그러는거지.. 우왕좌왕하다가

제 쪽에서 다시 친구사이로 돌아가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그 친구가 돌변해서 원래 내 맘은 그게 아니라는 둥

하면서 잘해주더라구요. 저도 누구를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껴본 건 처음이라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되는 문제인가? 하며 다시 그 친구한테 손을 내밀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였던거..

그 애 대답이 '나 되게 쓰레기같은 사람인데 그래도 괜찮아?' 였어요.

그런데, 저는 저 의미를 잘 모르고, 나는 부족한 사람인데 괜찮냐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정말 순진했죠.. 그래서 응 내가 더 노력할 결심을 했어라고 대답하고

다시 재결합..(?)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만나면 만날수록.. 그 친구는 더 무심해져가고

신발 왜 그런거 신냐, 옷은 왜 그렇게 입냐, 나이는 왜 그렇게 많냐

지적질 심해져가고 점점 자존감은 낮아져만 갔습니다.

아직도 생각해보면 무서운게 그래서 얘아니면 나는 만날 수 있는 남자가 없겠구나

라는 생각까지 했네요. 그러다 마음이 다 열려서 잠자리까지 하고 말았죠.

저한테는 첫경험이었는데, 밖에 나와서 그러더군요

저한테 '마녀'같다고. 그리고 더러우니까 잘 닦고 자. 라는 말을 하고 집에 휙 가더군요.

 

 

살면서 울어본 적 여러번..이지만 그 날 울었던 건 정말 서럽게 울었네요.

너무 가슴이 답답해 근처 노래방에 가서 아무 노래나 틀어놓고 울었는데

입에서 나온 말이 '엄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였어요. 약간 신파..ㅋ

 

 

항상 연락이 오더니 그 날 연락이 안와서 여자의 촉으로 식었다는 걸 느꼈어요.

아.. 나는 다를 줄 알았는데, 나랑 이 사람이랑은 특별한 관계인 줄 알았는데

여자랑 하룻밤 하니까 식는 그런 싸구려 남자랑 내가, 사랑을 했구나 라는게

어찌보면 어떤 합리화도 안되는 실패였다는 생각에 더 괴로웠던 것 같아요.

 

결국 연락해서 이 나쁜놈아 라는 식으로 퍼부었고

당연히 그 아이는 찌질하니까 헤어지자하고 내뺐죠.

헤어지자는 말 듣고 한 번 매달리기까지 했네요.

그 때 정말 바닥을 찍은 듯...

 

다음 생리가 나올 때까지 꿈에 제가 임신을 했는데 그 남자가 저를 모른 척 하고

아기가 저를 원망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슬픔->분노->체념->과 같은 감정기복이 반복적으로 일어났어요.

 

그리고 몇 달간 연락안하고 지냈던 엄마한테 전화를 했어요.

참고로 저는 엄마한테 '힘들다'는 내색 안하는 맏딸...

'엄마..나 누구야..'

'그래.. 울어?'

'응.. 엄마 나 울어 ㅠㅠ 나 ~랑 만났다가 헤어졌어'

'응.. 그랬구나. 너가 많이 외로웠구나(엄마가 아는 아이) ~랑 만났어? ㅋㅋ

뚝. 울지마 ㅎㅎ 잘했어 ~야. 젊을 때 이 애 저 애 만나봐 ~^^ 그래야 느는거야 '

'뭐야...ㅎㅎ 진짜 힘들었다구!!'

 

 

엄마한테 이 사연 구구절절 말할 순 없지만..(알게 되면 제 머리 밀리겠지요...;;)

'잘했어'라는 그 말에 좀 바보같지만 구원받은 기분이었어요.

그날부터 '이제 스스로 원망은 그만하자.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자. 내가 제일 잘해줘야할 사람은 나'

이렇게 세 개를 실천하고 살려고 부단히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착한아이 콤플렉스'가 나올라 치면.. '아니 !! 상대방 위주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걸로 다시 생각해'하면서..

그렇게 1년 살다보니 성실하고 따뜻한 남자친구도 생기고 친구들도 오히려 예전보다

저한테 맞춰주는 걸 많이 느껴요. (예전엔 상대방에게 많이 맞춰주는 스탈..)

가족들의 무리한 요구에도 그건 힘들다고 선긋는 용기가 생겼네요.

 

 

 

그래도 여전히 가끔 악몽을 꿔요.

이제 감정은 하나도 안남아있는데,

그때 그렇게 바보같고 여렸던 제가 과거에 우두커니 서서

저를 끌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 그런 꿈이요.

그때 그렇게 바보같이 욕한바가지 시원하게 못하고

젠틀하게 끝내서 그런건지.. 그 때 그렇게 못나게 상대에게

'지금까지 나랑 시간을 보내줘서 고마워'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던

바보같은 내가 천치같아서 그런걸까요.

 

 

깊어가는 밤에.. 너무 답답해서 82에라도 올려봅니다.

 

 

IP : 123.254.xxx.85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1.3 10:54 PM (112.158.xxx.118)

    힘든 시간을 수업으로
    얻은 것들이 훨씬 많네요! 축복합니다ㅎㅎ
    행복하세요~~

  • 2. ㅇㅇ
    '14.11.3 11:00 PM (220.76.xxx.253)

    ㅎㅎ많은 사람들의 첫사랑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근데 이제 그런사람은 가려낼수 있겠네요 좋은사람만나서 행복한 연애하세요~

  • 3. 헉~
    '14.11.3 11:05 PM (211.52.xxx.6)

    정말 놀랬어요
    한번의 연애경험으로 콤플레스를 탈출하셨군요
    진정 위너세요~!! 박수쳐드리고 싶습니다!
    보통 여러번 또 여러번 질질 끌려다니다가
    왜 난 이렇게 죽도록 잘해줘도 안되는거지? 뭐 이러다가
    왜 난 이렇게 같은 패턴인거지? 하다가..
    그러게 한참을 힘들어하다가 문득 본인을 알게되거든요

    알게 되어도 그 습관을 또 고치기까지는 엄청 오랜세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무의식에 있는거니까요)
    근데 단 한번에 이렇게 본인을 성찰하시고 성숙해지신것 보니
    정말 멋지십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라고
    제가보기에 저정도면 정말 오히려 님께 득이된 좋은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남친분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할듯 한데요?

    앞으로 홧이팅입니다!! 힘내세요!

  • 4. ㅁㅇ
    '14.11.3 11:27 PM (121.166.xxx.125)

    전 님이 깨달은 걸 알기까지 10년이 걸렸다죠
    천하의 박지윤 아나운서도 본인 이용해 먹는 남자 걸린적 있었고 개그우먼 누군가의 전 남친은 쌀을 훔쳐갔다죠?
    그런 경험 통해 감정적으로 남자에게 의존 안 하는 법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어찌됐건 나쁜 건 님이 아니니까 자책할 필요 없구요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많은 여성들이 겪는 과정이랍니다

  • 5. 행복한새댁
    '14.11.3 11:28 PM (223.33.xxx.55)

    원래 그런경험이 생겨야 지금 옆에 사람 고마운줄 알게 되요
    어머니도 그런걸 아셔서 잘했어 하셨을테고

    지금 남친과 더 많이 사랑하며 사시는게 치유되는 길입니다

    화팅화팅!

  • 6. 사연녀
    '14.11.4 12:07 AM (222.104.xxx.136)

    댓글님들 너무 멋있으시다..
    저도 위로받고 가요..
    감사합니다.

  • 7. 원글님짐짜대단
    '14.11.4 1:12 AM (59.7.xxx.168) - 삭제된댓글

    저도 장녀라 착한아이컴풀렉스가 있고 님이랑 비슷한데요... 제가 다섯번의 연애를 거치고 서른살에 깨달은 걸 한방에 깨우치고 실행하시다니..! 정말 잘했어요!
    그리고 꿈에서 그 아이가 끌려간다고 하신것도 오늘 글 쓴걸 마지막으로 다시는 그 패턴으로 살지 않을 거예요! 저도 글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82400 김치 잘 담그시는 분들은, 양념을 특별한걸 쓰나요? 49 혹시 2015/09/16 5,866
482399 작년 추석은 2주 빨랐네요 3 그렇구나~ 2015/09/16 1,422
482398 아이피 바꿔서 아닌거처럼 댓글달고 8 본인글에 2015/09/16 833
482397 갱년기 증상 중 피곤하고 잠 쏟아지는것도 있나요? 3 갱년기 2015/09/16 2,881
482396 초등2학년 딸아이 친구 문제 도움좀 주세요 ㅠㅠ 30 부모 2015/09/16 3,634
482395 성남시 ‘청년배당제’, 글로벌 화젯거리 등극 light7.. 2015/09/16 756
482394 치아교정 사후관리 2 답변 2015/09/16 1,337
482393 김현숙, 라미란 같은 배우들한테 관심이 가요^^ 11 요즘 2015/09/16 3,333
482392 붙박이장 하신 분들 만족하시나요? 4 혹시 2015/09/16 2,145
482391 교수 그만두고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49 Jh 2015/09/16 5,469
482390 국내 수입 금지된 비타민제를 외국여행가는 친구에게 사달라고 해도.. 3 jmjm12.. 2015/09/16 982
482389 전기장판 다들 키셨죠? ㅎㅎ 22 ㅇㅇ 2015/09/16 4,608
482388 영어 잘하시는 분들 번역 한문장 도와주세요 2 영어 2015/09/16 933
482387 차를 팔았는데 오늘 자동차세가 나왔어요 7 ??? 2015/09/16 2,565
482386 덴마크 15세 소녀 엄마 무참히 살해 6 무서워 2015/09/16 4,494
482385 호주산 쇠고기 냄새 없애는 법 10 dork3 2015/09/16 3,431
482384 윗집누수로 핀 안방곰팡이 제거는 누가해야 할까요?ㅜ 4 2015/09/16 1,369
482383 새정치, 혁신안 중앙위원회 통과 24 국민공천 2015/09/16 1,312
482382 이런 지인... 4 .... 2015/09/16 1,268
482381 난소제거하신 분들 계신가요? 조언 듣고자해요 10 난소수술 2015/09/16 3,893
482380 토요일 먹을 김치 언제 담아야 제일 좋을지요? 2 ... 2015/09/16 1,306
482379 옥돔 12마리 6만원대 어때요? 7 gs홈쇼핑 2015/09/16 1,714
482378 모든 면에서 앞이 안보여요.... 2 어둠의터널 2015/09/16 1,090
482377 쿠쿠 압력밥솥, 밥통만 교체 가능할까요? 5 궁금 2015/09/16 2,749
482376 비타민B 알 작거나 씹어먹을 수 있는 것 추천좀 해주세요 7 . 2015/09/16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