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내가, 아마 당신이 슬픈이유

영면하세요. 조회수 : 1,105
작성일 : 2014-10-28 23:36:07
엄마의 잔소리를 반주삼아 88년 고2때 대학가요제를 보는데, 뭔가 부티가 좍좍나는 학벌도 좋은 오빠들이 진짜 멋들어지게 마지막 곡을 부르고 대상까지 타고, 그 다음날 학교에서는 다들 "공부도 잘하는 오빠야들이 노래도 잘하고 진짜 대단하다 아이가" 그럼서 우리 지방아이들은 꼭 하이틴 로맨스의 남자주인공을 좋아하듯 오빠야들을 좋아하곤 했어요.

그리고 이어지던 멋드러진 발라드와 가슴을 콕콕파던 먼가 후까시 가득하던 가사들로 팬질도 않는 그냥 팬이었다가, 사실 직장생활하면서는 거의 잊었습니다. 세월의 때가 묻었고, 바빴고, 제 연애도 중요했고, 직장도 중요했고, 그리고 그 사람 아니라도 마음을 후비는 가요는 넘치게 많았었으니까... 서른살을 넘어가면서는 어느 가수가 되었건, 좋은노래들이 나오면 좋으네 그랬지 뭐 열광적인 마음따위는 잊어버렸고, 게다가 저는 미국으로 유학을 하고 그후 계속 살게 되면서 더더욱 그랬어요.

하지만, 어제 신해철님의 소천 소식에 이리 마음이 아팠던 것은, 그가 천재뮤지션이어서가 아니라 대단한 사람이었기 때문이구나 참, 뒤늦게 늘 감탄하고 있었구나, 생전에는 몰랐지만 했어요.  인기가 많던 연예인은 너무나 너무나 많았죠. 지금 40대라해도 정말 너무나 잘생긴 남자배우들, 가슴을 꼭꼭찌르는 발라드의 주인공들, 드라마의 주인공들, 하지만 그중 누구인가가 불현듯 세상을 등진다 한들, 이리 내 심장을 후비파듯이 아파하지 않았을 이유는 나는 신해철님과 같은 사람을 통해서 사회적 스트레스를 풀고 살았구나 그거였어요.

나는 용기 없어서 하지 못하는 말들, 행동들, 그 거침없는 자존감과 베짱으로 모두를 대변해서, 분명 득보다 실이 많은줄 알고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았으면 더 많은 재물, 편안함이 있을줄 알고 있었을텐데도, 두려움 없이 가는거, 그거 나는 대리만족 느끼고 살았구나. 나는 도저히 비겁해서 나 살기 힘들어서 못하는거...

감사합니다. 살았을땐 그게 감사한지 몰랐는데, 정말 대중옆에서 대중 목소리를 메아리로 만들어주셨던 고인께 감사드려요. 천국에서 편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당신이 대단한 음악가여서가 아니라 정말 대단한 인생의 선배였어서 너무 아깝고 아까와요.
IP : 108.179.xxx.9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4.10.28 11:37 PM (175.223.xxx.103)

    그가 너무 아깝고 또 아까워요. 자신의 신념대로 산 멋진 사람....그가 아직 우리는 너무도 필요한데 너무 속상하네요

  • 2. 닥아웃
    '14.10.28 11:51 PM (118.219.xxx.146)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현실이 어찌 이리 잔인할 수가..............ㅠㅠ

  • 3. ..
    '14.10.29 11:44 AM (222.107.xxx.147)

    그래요
    정말 슬프네요...정말 아깝고 안타깝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73024 크리스마스 트리 에 대해 잘 아시는 분~ uf 06:27:32 22
1773023 조계종 큰절 주지 선거가 여의도 정치판과 똑같네요 아사리판 06:11:22 131
1773022 세탁기 같은 스펙인데 100만원이나 차이가 나요 ... 06:06:42 170
1773021 대장동' 남욱들 강남 부동 산, 100억 올라 추징금은 '0원 ..... 06:03:22 214
1773020 나스닥 말아 올리고 있음 - 추매의 기회 3 나스닥 05:51:47 744
1773019 '1000만원 학비' 사립초인데 기초수급자 자녀가 41명 ㅇㅇ 05:33:08 672
1773018 (스포)디즈니플러스의 조각도시는 Dd 04:41:55 519
1773017 요즘 필라테스 수강료는 한 달 짜리는 없나요? 2 필라테스 03:57:58 597
1773016 미국주식 크게 하락 중 10 ........ 03:29:06 3,452
1773015 대체 지금 안 자고 뭐하나요? 14 ㅇㅇ 02:46:14 1,713
1773014 챗gpt가 정말 요물이네요 7 .. 02:27:37 2,580
1773013 정신건강 안 좋은 남자들만 꼬이네요 3 안녕하세요 01:47:48 1,218
1773012 3.3% 소득신고 하면........홈택스에서 제 소득증명서 뗄.. 3 --- 01:42:26 635
1773011 김희선 드라마 다음생은 없으니까 육아설정 심하네요 3 .. 01:28:15 1,811
1773010 이런 경우들 종종 있죠 맏이만 잘 사는 집 동생들 4 느라미 01:22:44 851
1773009 박성재는 오늘 구속결정 나오나요? 23 01:19:27 1,560
1773008 수능은 망쳤으나.. 1 .... 01:19:13 1,626
1773007 부부중 발언권 센 여자들 비결이뭘까요? 11 비결 01:12:49 1,694
1773006 명언 - 성공할 기회 ♧♧♧ 01:10:33 411
1773005 대학레벨, 언제는 어땠다, 언제는 이랬다 하지 맙시다 2 ... 01:06:25 579
1773004 오분도미는 맛이 없네요 찰기도 없고 4 .... 01:00:28 530
1773003 다크모드가 눈에 더 안좋대요 ㅇㅇ 00:59:33 742
1773002 김장 재료 사서하면 10kg기준 얼마정도 들까요? 1 .. 00:49:53 434
1773001 조두순 또 무단이탈 시도…‘섬망 증세’에 아내도 떠나 6 ........ 00:31:03 2,267
1773000 고3아이 수능..망쳐서 재수한다는데 13 ss 00:29:06 2,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