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울증과 빵...

갱스브르 조회수 : 2,296
작성일 : 2014-10-21 11:25:34

한 번 맘이 곤두박질치면  그 충격에서라도

다시 원상복구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내 마음 나도 모른다지만 대충의 데이터는 나온다

그쯤이겠지..이쯤이구나..하는 가늠으로

마음의 블랙홀에서 잘 빠져나왔는데

이번엔 좀 길게 갈 모양이다

게다가 너도나도 외롭고 휑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탓에

심심한 넋두리로 공감을 얻는 것도 나쁘진 않다

문제는 맥없이 줄줄 흘러나오는 말에는 파워가 없다

지치고 더 갈증이 난다

차라리 아무 말 없는 벽을 보고 시간 떼우는 게 생산적일 때도 있다

우울증이 무서워 성급히 밖으로 도는 건 도리어

더 확실한 울증의 깊이를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볕이 좋은 날에도 귀찮아 외출을 안 하는데

어제, 오늘 비가 잘 온다

우산 쓰고 동네 한 바퀴 돌다가

카페에 혼자 앉아 있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자리는 텅텅 비어있는 그 큰 카페

여자는 창가쪽에 앉아 밖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대번에 전파가 온다

외로움과 커피

점원 한 명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전경이 정물화 같다

한 블록 더 내려가다 보니 매장 물건을 정리하는 이쁜 언니가

발을 삐끗하며 뒤로 발라당하는 찰나 나는 비켜갔다

그러니까 그 다음 장면은 꽈당 아니면 주변의 무엇을 잡고 십년감수했을 거다...

근데 하필 그 타이밍이 너무 기가막히다

그 언니의 당황스런 표정..0.01초에 일어날 법한 액션이 포착되는 순간

우린 눈도 마주쳤다

우산으로 내가 왜 민망해 얼굴을 가렸는지 원...

한 바퀴 그리 휘휘 돌고

파리바게트에 들어가 얼마 전부터 눈독만 들이고 참았던

순수 우유 케익을 샀다

아무 데코레이션 없는 100% 우유 케익

크림 레이스도 과일도 초코렛 표지판도 없는 얼핏 보면

케익이 만들어지는 과정 3쯤에 해당되는 그런 모양...

정말 우유가 빵으로 둔갑했다

누군 스트레스 받으면 양푼에 고추장 넣고 쓱쓱 비벼 입이 찢어질세라 먹는다지만

난 아주아주 느끼하고 따뜻하며 다정한 음식이 땡긴다

낙서 가득한 맘의 벽에 이 우유케익으로 도배를 한다

엄청난 열량을 먹었으니 적어도 스쿼트 300개는 해야 한다

걱정이 밀려오자 생기가 난다

참 ...인간의 맘이란

...

IP : 115.161.xxx.20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직딩아짐
    '14.10.21 11:36 AM (59.1.xxx.104)

    우울한 직딩 아짐은 님이 좀 부럽습니다.......
    그닥 할일은 없는데 꼼짝 않고 앉아서 견뎌야하는....ㅠㅠ
    그래도 님이 말씀하신 풍경을 그려보니 위로됩니다.

  • 2. girlspirit
    '14.10.21 11:43 AM (182.227.xxx.121)

    문학적으로 글을 멋스럽게 잘 적어내셨네요. 감수성이 풍부하셔서 그런 거 같아요.. 저도 비가 와서 그런지 기분이 싱숭~생숭 합니다.. ^^;;

  • 3. ..
    '14.10.21 11:56 AM (1.225.xxx.163)

    그 케익 맛있어요..신제품 초코맛도 나왔던데;

  • 4. 가을
    '14.10.21 12:53 PM (1.246.xxx.85) - 삭제된댓글

    글이 참 깔끔하고 담백해요...저도 님처럼 좀처럼 헤어나오지못하고있네요 그래도님은 우산들고 나가셨네요 와우...전 아직도 수면바지에 노트북 껴앉고 이러고있네요ㅠ

  • 5. . .
    '14.10.21 3:45 PM (59.10.xxx.59)

    저도 우산쓰고 크게 한바퀴 돌다왔어요.
    근데 집으로 오는 길에
    뭘 먹을까란 생각으로 ^ ^;;;
    집에 들어오자 마자 꼬리치는 강아지 본척도 않고
    냉동실 깊숙히 숨겨뒀던 국물떡볶이 꺼내
    오뎅 크게 썰고 남편이 또 책장 위에 숨겨놨던 짜파게피까지 찾아내
    함께 먹었어요.
    배가 부르다 못해 아프네요.
    저 다시 나가야겠어요. 두바퀴 돌아야해요 ^ ^

  • 6. ...
    '14.10.21 5:15 PM (59.14.xxx.217)

    싱글 때 마음 울적하면 파리 바게뜨 가서 부드러운 빵 사먹으면서 맘 달랬던 거 생각나네요.
    덕분에 살 많이 쪘었는데...
    결혼하고 나니 애 키우면서 직장 다니는 거 너무 힘들어 우울감 느낄 시간조차 없는 것 같아요.
    바빠서 그런지 요즘은 우울하다고 빵 먹지는 않는 것 같아요.

  • 7. 글이 너무 재밌어요
    '14.10.21 5:41 PM (125.132.xxx.243) - 삭제된댓글

    작가이신가요?
    오늘 딱 제맘과 같은 이 글을 읽으며 위안을 얻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41570 올수리할때 계속 가서 봐야 하나요? ... 22:27:40 11
1741569 윤석렬 16포인트로 글씨 키워야 겨우 읽는다는 실명관련 뉴스보고.. ㅋㅋㅋ 22:26:54 59
1741568 꽁보리밥 너무 좋네요 1 하늘 22:23:34 147
1741567 법륜스님 이 답문 너무 와닿아요 ㄱㄴㄷ 22:22:59 200
1741566 Skt 내일부터 데이터 무제한 인가요 1 쌍첩 22:22:57 168
1741565 운전면허 따는곳 1 요즘 22:22:05 59
1741564 50대후반부부 나들이가는데~~ 1 지방댁 22:21:02 228
1741563 시어머니처럼 친정엄마는 철판 못까시나봐요 22:19:12 212
1741562 성심당 잠봉뵈르 샌드위치 보세요 10 .. 22:14:38 785
1741561 정대택님 감옥보낸 판사와 부인 1 ㄱㄴ 22:12:38 432
1741560 이재명 보유세 올리면 100% 정권 교체됩니다 14 ㅇㅇ 22:05:49 1,000
1741559 마음터놓을 곳이 없네요 14 22:02:07 934
1741558 에너지음료를 넣어 놓았다. 4 얼음땡 21:52:32 687
1741557 배현진 숏츠 지금봤는데 얼굴이 화끈ㅠ 23 너무 창피해.. 21:50:03 1,806
1741556 “조국은 이재명과 민주당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14 oo 21:43:40 1,415
1741555 '김건희 청탁' 통일교 전 간부 구속영장 발부ㅡ냉무 6 귀염뚱이 21:41:55 724
1741554 딸이 자기한테 신경좀 끄래요 11 20대 외동.. 21:40:42 1,633
1741553 인스타 디엠 읽었는지 확인 못 하죠? 1 ... 21:40:22 163
1741552 차량 엔진오일 갈면 부드럽게 잘 나가나요? 7 자동차 21:38:02 436
1741551 고도제한'에 뒤집힌 목동…오세훈 "서둘러 재건축 5 이게디 21:37:45 1,428
1741550 벌금보다 효과 좋은 흡연금지 문구 2 ........ 21:33:47 990
1741549 치명적 매력덩어리 욱이가 82쿡 누님들 위해 양복 입었어요 11 ... 21:21:57 1,305
1741548 김병기 유튜브 6 협치는무슨 21:20:33 1,239
1741547 최동석 어록은 하나하나 주옥 같네요 6 인사혁신 21:20:13 828
1741546 안동 출발 창원 도착 3 벤자민 21:18:35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