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숙한 덫

갱스브르 조회수 : 628
작성일 : 2014-09-23 12:10:27

가을은 기다리기도 전에 이미 왔다

아침엔 가벼운 머플러라도 있어야 한기가 가신다

날씨도 어중간하고 생활도 그에 따르다 보니 미처 옷장 정리를 못한 상황

피곤하기도 하고 잘 보일 사람? 도 없고 하니

매일 그 옷이 그 옷이다

계절에 맞춰 새옷을 사는 것도 발품 파는 신경전이 예전 만큼 재밌지가 않다

나이 들면 편한 게 왜 최고가 되는지 절실히 느낀다

충격은 항상 그렇다

편하고 애매하게 물들어갈 때 내치기 한판으로 끝난다

막 입은 티가 나는 때가 있다

정성스럽고 세련된 누군가의 모습에 반사 되는 때라던지

의기소침한 마음이 옷보다 한꺼풀 나와 초라하게 바꿔버린다

괜찮은 옷이 없는 것도 아니다

쇼핑이라고 하긴 하는데 골라 집에 와 놓고 보면

익숙한 취향의 것들

분명 다르다 생각하고 신중히 고른 것임에도

어디선가 변형된 디자인에 지나지 않은 예전의  그런 조합들

톤 다운된 파스텔과 무채색의 만남은 너무 고요하고 준엄해서 답답하다

젊은 혈기가 장식이 되고 홍조가 빛이 돼 그런 우중중한 색감도

따뜻한 분위기로 소화하던 때는 지났다

친구도, 옷도, 신도...

늘 친숙한 것만 취한다

갈수록 더한다

옷에도 입었던 온기가 없으니 박제된 꽃같고

보기만 할 뿐 에이 나중에 라며 손이 안 간다

큰맘 먹고 외출하기 전 옷장 쑤셔가며 이리 재고 저리 재다가

결국엔 시간에 쫓겨 익숙한 나를 입었다

가끔 급할 때 기발한 센스가 나오기도 한다

무심한 룩이라는 게 자다 깬 부수스한 자연스런 머리가

파리하지만 매끈한 민낯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다 주워담지 못한 미어터지는 옷장을 보니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지 싶다

옷장에 쳐박혀 몇 년을 빛도 못 보고 색이 바래져 가는 건 내가 빈곤해지는 일이다

정류장 앞에 주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있다

지금 이 거리에서 상당히 튄다

근데 이쁘긴 이쁘다

 

 

 

 

 

 

IP : 115.161.xxx.20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9.23 12:21 PM (180.228.xxx.78)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3877 속보>오늘 송강호 등 영화인 1123명, 세월호 특별법 촉.. 19 닥시러 2014/10/02 4,089
423876 의료민영화의 댓가인가? "벌써부터 삼성의 협작질&quo.. 4 닥시러 2014/10/02 1,442
423875 김연아 불쌍하다, 진심으로 47 너너 2014/10/02 20,304
423874 지하철 이수역의 로사 할머니 1 레버리지 2014/10/02 2,131
423873 소격동 들어보셨어요? 38 소격동 2014/10/02 11,972
423872 출산(탄생)을 축하하는 시.. 알려주세요 2014/10/02 1,217
423871 연애의 발견 주인공들 보다 곁다리 로맨스가 더 재미있지 않나요?.. 1 ;;;;;;.. 2014/10/02 1,397
423870 인터넷 옷 쇼핑몰에서 갑ㅇ 2014/10/02 966
423869 제왕절개수술 후 체질이 변하기도 하나요? 5 dd 2014/10/02 1,796
423868 누군가가 본인 모르게 코너로 몰리고 있는 걸 알았는데 에휴 2014/10/02 995
423867 고양이가 자꾸 찾아와서 문을 두드려요. 9 귀요미 2014/10/02 3,287
423866 아껴사는내게 이상한법만 생기네요 17 죽고싶네요 2014/10/02 10,548
423865 서울에서 파주출판도시 대중교통으로 어떻게 가나요 ? 7 bab 2014/10/02 2,017
423864 평발교정깔창에 어떤 운동화를 사야하나요? 1 질문 2014/10/02 5,184
423863 처가살이... 생활비 얼마정도 드려야 할까요? 9 ... 2014/10/02 4,112
423862 언제쯤 시댁에 할말하는 날이 올까요? 4 .. 2014/10/02 1,995
423861 고구마먹으면 왜이리 가스가 차는지 5 고구마 2014/10/02 2,909
423860 짜짜로니 2개에 청양고추 4개 송송... 11 존심 2014/10/02 3,552
423859 오수진 변호사 전남친 같은건물로 이사온거 희한하네요 3 ... 2014/10/02 6,812
423858 민둥산 다녀오신분 계신가요? 3 여행 2014/10/01 1,370
423857 깊어가는 가을이 싫어요 ㅜㅜ 2 2014/10/01 1,391
423856 40대 초반인데 밝은 색으로 염색하면 생기있고 어려보일까요? 2 염색 2014/10/01 2,980
423855 이혼녀로 살아가기 후회? 6 이혼녀 2014/10/01 6,583
423854 방금 목동글 왜 지워졌나요? 1 이사 2014/10/01 1,381
423853 미혼인데 여기서 많이 배웠습니다. 1 그런 2014/10/01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