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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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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다 선풍기...

갱스브르 조회수 : 1,274
작성일 : 2014-09-16 22:49:56

해가 지면 선풍기 바람이 차다

그래도 정리하지 못하고 아직도 방 한 켠에 있다

여름 내내 쉬지 않고 돌았다

돌릴 줄만 알았지 선풍기 날개 사이사이 먼지가 낀 것도 몰랐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놀던 아이의 얼굴에 검댕이가 묻은 것처럼 꾀죄죄하다

웃기지만 가끔 사물에 표정이 보이는 때가 있다

내가 늘 쓰고 조물락거린 체취와 방향이 묻어난다

컵은 늘 그자리 내 오른손을 향해 있고

가족들이 함께 쓰는 공동 물품도 유독 내 손때가 묻은 것에 정이 간다

노상 만지는 쪽으로 색이 바래지고 모양도 약간 뒤틀림이 있다

굴러다니는 휴지조각도 내 방에서라면 느낌이 다르다

함께 한 선풍기는 날개에 낀 먼지 뿐만 아니라 자기 전 타이머 조작으로 그 부위

센서가 심히 눌려 다시 한번 꾹 눌러줘야 한다

가장 약한 바람인 미풍은 망가졌고

약풍이 미풍처럼 돈다

바람세기가 다 약해져있다

덜덜거리는 소리도 나지만 소음으로 거슬린 적이 없다

오히려 약간 선풍기 앓는 소리가 잠을 돋운다

수리해서 몇 계절 더 써야지 싶은데

코드 비닐도 벗겨지고 아무래도 더 못 버틸 것 같다

문 열다 부딪히고 발로 밀어놓다 넘어지고 회전이 안 된다고

탁탁 때리다 목이 반쯤은 꺾였고 ...

망가졌나 싶으면 또 돌고..

모양은 병든 닭처럼 졸고 있는 거 같은데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7년 이상 쓴 노트북이 어느 날 갑자기 아웃된 적이 있다

조심조심 곱게 썼다 했는데 자료가 다 날아갈까 응급실 뛰어가듯

혼비백산 AS센터로 달려간 기억...

기사님은 수명이 다했고 수리하느니 새로 사는 게 낫다고 한다

상술인가 싶어 다른 곳에 가니 같은 말...

기계치인 사람은 안다

손에 익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사람 사귀는 것과 비슷하다

새신이 내것이 되려면 뒤꿈치가 까지고 난 후다

마지막이라도  깨끗하게 만져줘야 겠다

물건을 버릴 때 주의해야 함을 아무렇게나 버려진 모양을 보며 생각한다

그 주인의 얼굴이 보인다

IP : 115.161.xxx.20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번에
    '14.9.16 11:08 PM (180.228.xxx.78)

    샤워커튼 주문하며 걍 기존것과 똑 같은 무늬로 하니 고민 안해도 되고 좋네오,
    입던 옷, 신던 신발이 해지면 그냥 똑같은걸 구입하고 싶은데 안팔더라구요.........
    유행은 너무 빨리 지나가나봅니다.

  • 2. 26년된 베이비 선풍기 쓰네요
    '14.9.17 1:19 AM (175.195.xxx.86)

    원글님 글 보고 계산해보니 26년이 되었다는.
    저도 계산해 보고 깜짝 놀랐는데.... 하나가 더 있네요. 벽시계가 같은해에 저에게 왔거든요.

    작년에 20년된 가스렌지 교체하면서 사진 찍어두고 그동안 우리집에 노력 봉사해준 노고에 감사의 묵념까지 했네요. 세탁기랑 냉장고도 거의 20년을 쓰고 우리집과 작별할때 감사의 묵념하고.

    저는 사물에게 그리 하는 저를 남들이 알면 특이하다 할꺼라고 생각하고 웃었는데 원글님도 비슷한 느낌이 나요. 사물은 변함없이 봉사해주는데 사람맘은 수시로 이랬다 저랬다 한다는.

  • 3. ^-^
    '14.9.17 9:45 AM (125.138.xxx.176)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이런글 좋습니다
    며칠전 세탁기가 잠시 애를 먹이다가
    다시 작동이 잘되었을때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들어서 툭툭 두드리며 고마워~ 했어요
    불평한마디 없이 주인이 누르는 손길대로 움직여주는 고마운 애들..
    생명이 없는 기계라도 그런생각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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