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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버지가 늙으셨다 느껴지는데 안쓰럽기보단...

노년 조회수 : 1,201
작성일 : 2014-09-12 10:44:11

아버지 일흔 후반의 연세지만 환갑을 넘기면서부터 일을 안하셨어요.

젊어서도 거의 놀다시피 가정을 팽개치셔서 엄마가 파출부, 막노동 가리지 않고 일을 해서 살림을

꾸리셨고 그랬음에도 어린 시절 굶다시피 자랐어요.

그나마 제가 상고 졸업하고부터 직장생활하고 간간히 벌어오는 아버지 수입으로 굶는 일은

없었지만 남의 집 월셋방 전전하는 건 여전했죠.


이십대 후반 외갓집 재산을 정리하며 얼마간 받은 돈으로 처음 전세를 살게 되었고

지금은 뇌경색으로 장애인 등급 받은 엄마 덕에 임대아파트에서 편하게 사세요.


바로 밑 남동생은 사업하다 사채까지 쓰고 잠적한지 10년이 넘었고 저는 그 녀석 뒷처리 하느라 사는게 아직까지 팍팍해요.

막내 남동생이 부모님 생활비를 댑니다.

다행히 막내가 좀 여유가 되고 올케도 심성이 고와 하나라도 더 해드릴라 하지요...

타고난 성격이 불같고 입바른 소리를 잘해 남들과 트러블도 많고 젊은 날엔 술 취해

사람 때려 파출소에서 엄마가 아버지 찾아오는 날도 여러 차례...

능력은 없어도 가부장적이고 완전 마초 성격

집에 가면 TV조선 계속 돌아가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늙고 병든 지금도 아들이 준 생활비로 술, 담배를 끊이지 않고 하세요.

더구나 지난 해 위암수술까지 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워낙 초기에 발견해서

수술경과도 좋고 검진도 계속 좋으니 술도 여전히 즐기시고 담배도 하루 두 갑...


이번 추석 전에 아버지가 장염에 걸리셨어요.

계속되는 음주와 체력을 넘어선 놀이로 몸살 끝에 장염이 온 거예요.

추석날 점심때쯤 가보니 전날 동네 의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드시고 상태가 더 심해지지는 않고 유지되는 것이 정점을 찍은 듯 보였어요.


그래도 동생이 만일을 대비해 병원에 아는 사람에게 연락해 놓았다고 힘들면 응급실 가시자고 하니 괜찮다던 양반이 갑자기 응급실을 가자고 나서셔서 모시고 다녀왔어요.

피검사, 엑스레이까지 찍었지만 입원을 하실 정도는 아니라고 하루치 약만 받아왔어요.

그런데 집에 오시자마자 배가고파 못살겠다고 밥을 달라시더라고요.

장염에는 힘드셔도 굶으셔야 한다고 말렸지만 안쓰러워하는 엄마까지 가세해서 식사를 하셨어요. 아니나 다를까 식사 후 병원약을 드셨지만 상태는 그 전보다 더 나빠졌죠.

그 상황을 못 견딘 아버지가 갑자기 의원약을 또 드시려고 하는 거예요.

저랑 식구들이 다 말리는데도 이렇게 힘들어 죽겠는데 약도 못 먹게 한다고 화를 내시며 결국엔 약을 중복해서 드셨어요.

그러고 2시간 쯤 후에 마구 드신 약이 당연히 부작용이 올라와 속이 뒤틀렸고 나 죽을 것 같다며 119를 불러달라고 구르시네요.

엄마는 놀라시고 저랑 동생은 당연한 결과에 어이가 없었지만 다시 응급실로 모시고 갔어요. 먹은 약들을 보여주니 역시나 중복 복용으로 부작용이고 위세척을 할 정도도 아니고 자기네도 해 드릴게 없다 해서 되돌아 왔어요.

식사도 하시지 말랬는데 하셨느냐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전 아버지께 싫은 소리 안하는 동생이 화가 많이 나서 뭐라 하더라고요. 

역시 아들이 뭐라하니 가만히 들으시더라고요.

그때부턴 얌전히 굶으시고 정 힘들면 이온음료 드시면서 다음 날 많이 좋아지시는 거 보고 왔네요.


저는 마누라 말은 당연 귓등으로도 안 듣고 자식말도 안 듣더니 우리 보는 앞에서 제대로 크게 당하셨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동생은 다르게 말을 하네요.

안쓰러운 듯이 아버지가 늙으셨다고....


아버지가 늙으신건 맞아요.

그런데 늙고 병들면 그에 맞게 생활도 바뀌고 마음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당장 병에 걸려 치료를 받으면서도 마시던 술 그대로 마셔야 하고 화장실 베란다를 오가며 하루 두 갑 피워대는 담배를 줄일 생각 전혀 없고 해준거 하나도 없이 낳아 놓기만 한 자식한테 생활비 받는 것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요.


하나도 안 변해요.

하나도 양보를 안 해요.

본인 좋은 건 다 할라고 해요.

그런데 뭐가 안쓰러워요?


저는 오히려 낼모레 칠십인 엄마가 아직도 저런 아버지 비위 맞추고 성질머리 받아주면서 속 썩으며 사는 것이 더 안쓰럽고 속상해요.


아버진 모를 거예요.

이런 아버지한테 진저리를 치는 제가 남자에 대해 어떤 생각으로 컸고 그게 지금 결혼생활에 무슨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IP : 125.7.xxx.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prh
    '14.9.12 11:27 AM (222.102.xxx.148)

    에고~
    원글님의 마음 백번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간이라도 서로가 마음의 상처를 주지 말아야해요.
    상처가 많으면 절대로 화해되지않은게 사람간의 관계입니다.
    부모 자식도 마찬가지에요.
    그래도 자식이니까 부모한테 너무 모진 생각은 마세요.

  • 2. ㅇㅇ
    '14.9.12 11:54 AM (112.151.xxx.178)

    그상황 백번이해되네요 저도 어릴때부터 당해온 상황이거든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구요 모진말을 했다가 다시 이러지말아야지 잘해드려야지 수도없이 혼자 되새기다가 다시 얼굴보고 내가 싫어하는 상황이 되면 다시 주체할수없이 화가 나네요 어릴때부터 겪어온 일들이라 내의지대로 조절이 잘안되실거예요 언제부터인가 그냥맘편히 생각하려고 노력중이네요 잘해드릴때 잘해드리고 짜증날때는 짜증도 가끔내구요
    아버지도 나에게 멋진 아버지가 아니였듯이 나도 아버지에겐 착한자식이 될수가 없네요 아무리 노력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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