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번엔 어떤 명절이 될지 궁금....

새댁 조회수 : 1,068
작성일 : 2014-09-03 16:59:46

저는 이번이 결혼하고 나서 세 번째 맞이하는 명절이에요.

 

첫 번째 명절은 추석이었어요.

양가 부모님들 차로 30분 거리 이내에 사시는데다, 차례도 안 지내고

'원래 부모님은 명절 대목에는 장사하시느라 음식준비 안하는데?'하는 남편의 말만 철썩같이 믿었어요.

평생 음식할 줄 모르던 제가 딴 건 못해도 약식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길래

명절 전날 오전에 약식을 시작했으나 약간의 시간조절 실패로 시댁에 도착한 건 오후 3시쯤...

어차피 음식 별거 안한다고 하셔서 편할대로 하라고 하셨었는데

시어머니 생각하시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던거죠-_-;;

제가 만들어 온건 거들떠도 안 보시고 짜증을 막 내셔서 바로 저는 부랴부랴 전을 굽기 시작했어요.

남편은 전 몇 개 굽더니 텔레비젼 앞에 가서 빈둥거리고...

 

저는 원래 결혼하기 전에는 명절 연휴 끼워서 늦은 여름휴가를 가곤 했었는데,

(저희 집은 차례나 제사는 지내지 않았어요.)

결혼을 하고 나서 처음으로 유부녀의 현실을 자각;;;

원래는 안하던 음식을 산더미 같이 하시고, 그것도 또 저만 시키고... 

밥 한 번 먹을 때마다 국그릇, 밥그릇, 반찬그릇 하여간 오만가지 식기 총출동 한거 설거지 하고

차로 2시간은 가야 하는 시외가댁 투어까지 한 다음에

연휴 마지막날에는 친청 갔다오는 길에 다시 들러서 시누이 부부 왔다고 밥 한 번 더 먹고...

 

하여간 그렇게 뭐가 뭔지 모르겠는 명절을 보내고 두 번째 명절인 구정을 맞이하기 며칠 전,

솔직히 남편한테 첫 번째 명절처럼 못 하겠다고 했어요.

왜 갑자기 안하던 것들을 결혼해서 하냐고, 원래 명절 그렇게 지내시던 분들 아니니

냉동실에서 굴러다닐 음식 만드느라 힘빼는 대신 좀 합리적으로 쉬면서 보내고 싶다고요. 

이에 남편도 적극 찬성했으나 남편을 통한 시댁과의 커뮤니케이션 실패...ㅡㅡ

 

저 아침 출근길에 시어머니 전화오셔서 별별 얘길 다 들었어요.

하지만 결국 굳은 심지로 설날 당일 아침 찾아뵙고 아침 먹고 치우고 저희 부모님댁으로 출발.

저희 부모님댁에서 점심 겸 저녁 먹고 당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충분히 쉬었고요.

저 없었는데도 구색맞춘 음식이 조금씩 있는 걸 보니, 불고기만 재워서 하시고 전은 구입하셨던 듯...

 

이제 곧 세 번째 명절인 추석인데요, 일단 봉투에 용돈 좀 준비했고,

평소에 갖고 싶으시다던 효도라디오에 노래 꽉꽉 채워넣어서 선물해드리려고요.

그리고 전날 저녁에는 전골 해먹으려 하는데 괜찮으세요? 문자 보내놨고

추석 당일 아침에는 조조로 영화 보려고 계획했어요.

그리고 나서 아점 먹고 저희 부모님 댁으로 가는걸로.

 

원래 명절에 해왔던 가풍이 있었다면 차라리 저도 그러려니 적응했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사실 시어머님도 명절음식 하는거 좋고 신나서만 하시는 것도 아니란 걸 알거든요.

남편네 집 분위기가 허례허식 없고 소탈한 분들이라 결혼을 결심했던 이유도 있고요.

 

하여간 이번 명절에도 실험적인 시도는 계속 됩니다..

이러다가 보면 언젠가 명절이 괴롭지 않은 날도 오겠죠..?

 

 

 

IP : 211.109.xxx.9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9.3 5:55 PM (175.223.xxx.236)

    다같이 즐거운 명절,
    시댁부터 먼저가는게 당연한게 아닌 명절,
    설은 친정, 추석은 시댁 한번씩 가는 명절,
    쓸데없는 음식들로 스트레스주지 않는 명절
    전주에 식사같이하고, 당일엔 연휴처럼 여행가거나 쉬는 명절

    님같은 분들이 하나둘씩 모여
    모두가 자유롭고 즐거운 명절문화가 되겠죠...

  • 2. 제제
    '14.9.3 6:26 PM (119.71.xxx.20)

    아~부러워요.
    새사람 들어와 새로운 분위기 당당하게 만들고 이해해주시는 시부모와 남편..
    그리고 그 여유까지..
    윗님말처럼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면 얼마나 좋을까!!!

  • 3.
    '14.9.3 6:39 PM (175.223.xxx.124)

    용돈 안바라는 명절도요..

    우리나라는 너무 어린이랑 노인들을 과하게 떠받드는 경향이 있어요
    날까지 지정해놓고 억지로 놀아주고 효도하게 만들고

    평상시 잘지내면 따로 저런 날들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국가에서 지정해서 강요하는 날들 다 없어졌으면..

  • 4. 그게
    '14.9.3 7:05 PM (115.140.xxx.74)

    며느리들어오면
    없던 가풍도 생긴답니다 ㅋ

    우리가문의 위신이 있지 ㅋ

    몇번하다보면 시부모님도 지칠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6790 젓갈 달이는방법과 시기좀 알려주세요. 맛나 2014/09/15 3,172
416789 고3 수험생 심리상담 5 고3 2014/09/15 1,285
416788 옷에 리본 매는거 어려워서 계속 풀고 다녔는데 3 세상에 2014/09/15 1,059
416787 "할아버지의 재력"..손주 교육비 1억원까지 .. 4 ... 2014/09/15 1,477
416786 연예가 중계에 나온 이하늬 옷은 어디꺼?.. 1 ㅇㅇ 2014/09/15 1,170
416785 김용민의 조간브리핑[09.15] '부실 공기업 퇴출' 명분으로 .. lowsim.. 2014/09/15 431
416784 냉장고 고민입니다.. 프라우드어떤가요? 4 ... 2014/09/15 1,448
416783 (한겨레) 장하성 "새정치, 10년 안에는 집권 불가능.. 4 ... 2014/09/15 1,045
416782 시어머니카스에 16 기막혀서 2014/09/15 4,245
416781 옥수수알갱이로 만든 이요리..멀까요? 5 서장금 2014/09/15 1,649
416780 또다른 형태의 아동학대같아요 7 ... 2014/09/15 1,668
416779 _전 애팔아 방송하는거 27 ... 2014/09/15 4,986
416778 스팀청소기랑. 아너스 물걸레 청소기요 잘 몰라요 2014/09/15 1,010
416777 82cook 하시는분 나이대가 궁금해요^^ 28 나이대가 궁.. 2014/09/15 1,560
416776 런던 여행 꼭 봐야 할곳이 있다면? 8 여행 2014/09/15 1,471
416775 내일 오전에 수술이라 오늘 입원하라고 하는데... 7 산부인과단골.. 2014/09/15 1,082
416774 일주일에 한번씩 시댁 가시는분 계시나요? 4 현이훈이 2014/09/15 1,243
416773 40대가 목전인 저에게 옷 브랜드 추천 부탁드려요 11 가을초입 2014/09/15 2,459
416772 동서보다 도련님이 먼저인 우리 형님. 11 궁금해 2014/09/15 2,492
416771 강아지 키우고 싶어요. 24 질문 2014/09/15 2,081
416770 특전사 이번엔 전기고문… 후임 입술·혀에 발전기 갖다 대 1 집단지랄벼에.. 2014/09/15 791
416769 대학생 과외는 보통 얼마주세요? 9 ... 2014/09/15 15,500
416768 천안아산역에서 아산터미널 가는 교통편? 2 궁금맘 2014/09/15 1,432
416767 중학교 1학년 첫브라 2014/09/15 362
416766 박근혜의 감세정책 5 서민은 더내.. 2014/09/15 730